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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1. 2020

슈바벤의 소울 푸드 케제슈페츨레

독일 동서남북 10대 요리


쌀과 마찬가지로 밀은 전 세계에서 인류 경작하는 식물 가운데 공동 3위인 1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곡물이다. 밀과 쌀보다 많이 생산하는 식물은 사탕수수(28%)와 옥수수(17%)이다. 쌀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최초로 경작되어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간 데 비하여 밀은 중동지역에서 시작하여 유럽과 미국으로 펴져나갔다. 밀은 기원전 9,600년에 메소포타미아, 페니키아, 이집트 지역에서 최초로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이다. 1만 년 이상 주식이 되었으니 밀로 만드는 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슈페츨레(Spätzle)로 그 가운데 하나로 특히 독일 남부의 슈바벤 지방의 고유 음식이다.  물론 슈페츨레가 워낙 인기있어서 다른 지방에서도 먹는다. 특히 독일의 더 남부 지역인 알고이 지방의 것은 파스타로 만들기도 한다.


알고이식 슈페츨레


슈페츨레는 단독으로 한 끼 식사가 되기는 부족하여 주로 주 요리인 고기류에 곁들여 나오는 음식, 곧 바이라게(Beilage)로 먹는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쌀밥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운 케제슈페츨레(Käsespätzle)는 한 끼 식사가 된다. 일종의 국수인 슈페츨레를 만드는 도구가 따로 있다. 그런데 그 도구로 반죽을 가늘게 밀어내는 과정에서 모양이 일정치 않고 중간에 잘 끊어져 한국의 올챙이국수와 비슷한 모양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반죽을 넓게 펴서 한국의 칼국수를 만들 듯이 가늘고 길게 썰어서 삶기도 한다.

 

슈페츨레 잘라서 삶는 도구


문헌상으로는 귀족의 주치의였던 렌틸리우스(Rosinus Lentilus, 1657-1733)가 1725년 슈페츨레에 관하여 쓴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1827년에 출간된 ‘일곱 명의 슈바벤 사람에 관한 이야기’(Die Geschichte von den sieben Schwaben)라는 제목의 소설에서 당시 슈바벤 사람들은 하루 5끼니를 먹었는데 수프를 다섯 번 먹고 두 번은 슈페츨레를 추가로 먹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오늘날 독일이 선진국의 최고의 부국이 되었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먹고 살기가 벅찬 나라였다. 그래서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많았다. 현제 미국의 백인들 가운데 독일 출신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인 가운데에 이 슈바벤 지역 사람들이 특히 많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를 거의 먹지 못하고 주로 수프나 밀가루 음식을 먹었던 것이다. 슈페츨레도 그런 슬픈 역사와 연결된 음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슈바벤 지역만이 아니라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진 독일 고유의 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티롤 지방의 케제슈페츨레


슈페츨레라는 이름은 참새를 의미하는 슈파츠(Spatz)를 슈바벤 사투리로 귀엽게 부른 것이다. 슈바벤 사투리에는 많은 단에 뒤에 레(-le)를 붙이면 귀엽게 들린다. 적어도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들린다. 예를 들어 친구끼리 헤어지면서 하는 인사에  츄쓰(Tschüss)가 있는데 슈바벤에서는 여기에 –le를 붙여 츄쓸레(Tschüssle)라고 한다. 그러면 외국인인 내게도 뭔가 귀여운 느낌이 든다. 아님 나만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슈페츨레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인데 아무래도 국수의 모양이 참새를 닮아서 그리 부른 것 같다. 그러나 약간 길면 참새 모양이지만 짧을 경우에는 그냥 올챙이처럼 덩어리 모양이라서 크뇌플레(Knöpfle)불리는 국수가 되기도 한다. 이는 단추를 의미하는 크노프(Knopf)에 슈바벤 사투리 전용 어미인 -le를 붙이면서 모음 오(o)에 움라우트가 자동 추가되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빵가루 뿌린 슈페츨레를 곁들인 츠비벨로스트브라텐(양파와 함께 조리한 소고기 스테이크)


앞에서 말한 대로 슈페츨레 단독으로 먹으면 단순히 국수이기에 대부분 치즈, 콩, 감자, 달걀, 소시지, 고기와 함께 먹는다. 그 가운데 가장 슈바벤다운 것이라면 단연 치즈를 더한 케제슈페츨레(Käsespätzle)이다. 물론 이는 슈바벤 지역만이 아니라 티롤과 알고이를 넘어 스위스에도 다양한 형태로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독일 남부와 독일 알프스 지역에서 독특한 케제슈페츨레를 즐길 수 있다. 


케제슈페츨레는 슈페츨레 위에 치즈를 얹은 다음 오븐에 넣어 치즈가 노릇해질 때까지 구워내서 먹는다. 특히 잘 구워진 치즈 크러스트가 별미이다. 치즈는 꼭 정해진 것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나의 경우에는 에멘탈러(Emmentaler)가 강하거나 약하지도 않은 치즈의 맛을 내어 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만든 치즈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예절이니 에멘탈러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집집마다 다양한 요리법이 있기에 슁켄이나 소시지를 잘게 다져서 넣기도 한다.


마울타쉐와 마찬가지로 슈페츨레도 슈투트가르트에서 좋은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아 물론 튜빙엔에도 있다. 프라이부르크에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라도 슈페츨레 먹자고 비행기를 타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이 또한 집에서 만들어 보자.


잘게 끊어진 슈페츨레


밀가루에 계란과 소금을 넣고 약간 질게 반죽한 덩어리를 슈페츨레 만드는 기계로 압착하여 끓는 물에 넣어 삶는다. 이는 마치 한국의 냉면 국수를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아니면 도마에 밀가루 덩어리를 올려놓고 슈페츨레 만드는 기구로 잘라서 물에 넣어 삶는 방법도 있다. 사실 특별한 기구가 없어도 칼이나 그 비슷한 도구로 밀가루 덩어리를 일정량으로 끊어서 끓는 물에 넣어도 된다. 삶은 시간은 2-3분 정도면 충분하다. 채로 국수를 건져 식힌다. 그리고 양파를 곱게 썰어서 버터와 함께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그러고 나서 볶은 양파와 가늘게 썬 치즈를 슈페츨레와 번갈아 가면서 쌓는다. 그리고 물론 맨 위에는 치즈를 듬뿍 뿌려야 한다. 마치 한국의 시루떡이나 이탈리아의 라쟈냐처럼 말이다. 만약 양파가 싫으면 치즈만 두세 종류 넣어도 된다. 그러나 양파를 넣는 것이 풍미를 더 한다. 준비된 케제슈페츨레를 오븐에 넣고 180도에 10분 정도 굽는다. 그러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리가 완성된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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