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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29. 2020

독일 남부 지방의 별미 슈베비쉐 마울타쉐

독일 동서남북 10대 요리

건강의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가 바로 음식이다. 흔히 우리 조상님들 말씀대로 밥이 보약이다. 그런데 독일 사람들에게는 보약이 따로 없다. 그리고 병원에 가도 약을 거의 안 준다. 11년 동안 독일에서 살았던 필자의 개인적 체험으로도 그렇다. 감기나 독감을 지독하게 앓아서 끙끙거리며 병원에 가도 의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약 처방을 안 해 주고 비타민과 따뜻한 물과 음식을 먹고 버티라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니 약을 엄청 잘 지어주었다. 그것을 먹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눈물 콧물 쏟는 일이 당장 멈추니 얼마나 기쁘던지. 그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러나 이제 나이 들어보니 약이 아니라 잘 먹고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한국도 시대가 바뀐 것 같다. 


독일식 애플파이 슈투르델


독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겪는 문제가 음식이다. 독일 여러 곳을 다녀 보아도 경치나 음식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일은 음식이 별로인 나라라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결국 맥도**에 들어가 익숙한 햄버거를 시켜 먹으면서 “역시 이 맛이야... 한국에서 먹던 맛이네...” 이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독일인들은 로마제국 시대에 로마병정들이 밀가루를 반죽하여 빈대떡처럼 펼쳐 방패에 구워 소금과 올리브 오일을 살짝 곁들여 ‘소박하게’ 먹던 시절부터 이미 소고기와 우유로 배를 채운 게르만 민족의 후예이다. 오래 전부터 육식을 해서 그런지 기골이 장대한 이들이 많다. 그래서 무시무시하게 큰 게르만 병사를 처음 본 줄리어스 시저조차도 기겁하여 게르만족은 사람이 아닌가 보다 하고 고백하기까지 하였다.


이 말이 과장된 것으로 느껴진다면 시저가 쓴  <갈리아 전쟁기>(De bello Gallico)를 읽어보라. 라인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들었다가 혼쭐나고 나서 돌아오면서 그 다리를 다시 부수어 버렸다. 게르만인들이 그리 무서웠던 것이다. 사실 로마제국이 유럽을 제패하여 지금의 영국에 있는 땅도 식민지로 삼았지만 라인강 넘어 게르만인들이 사는 핵심 지역은 단 한번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였다. 게르만인들은 그토록 체격이 당당하고 건강하였기 때문이다.


로마병사의 투구와 갑옷

  

건강에 가장 중요한 먹거리. 독일 사람들은 무엇을 먹기에 도대체 약도 없이 눈물 콧물을 그리 잘 버티는 것일까? 그들도 감기 걸리면 눈물 콧물을 쏟는다. 그러나 약의 부작용을 알기에 그리고 감기와 독감에는 약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체력을 관리하며 버티는 것이다. 그리고 체력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도대체 독일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살기에 버티나? 그런 궁금증에 찾아보니 독일 10대 요리라는 것이 있다. 물론 10대 요리라는 말이 어불성설이기는 하다. 철저한 지방지치 국가인 독일, 그리고 지방마다 고유한 특색이 넘치는 문화를 간직한 독일에서 10대 요리를 선정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독일의 모든 요리를 다 소개할 수는 없으니 독일의 동서남북을 나누어 가장 대표적인 향토 음식을 골라 소개해 본다. 문자 그대로 향토 음식이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독일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한 번 시도해 보자. 독일의 유서 깊은 튜빙엔대학교의 교훈처럼 말이다. Attempto!     


일단 내가 11년간 살았던 독일 남서부의 슈바벤 요리부터 살펴보자.      


소박한 슈바벤 지방식 마울타셰 한 접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원래 바덴과 뷔르템베르크 주가 합쳐진 것이다. 그래서 한 동네이지만 엄연히 음식의 문화가 다르다. 서쪽의 바덴 지역은 아무래도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관계로 혼합된 요리가 많다. 그러나 동부의 뷔르템베르크의 슈바벤 지방은 독일 토속 음식을 특징으로 한다. 물론 슈바벤은 뷔르템베르크만이 아니라 바이에른 지역도 포함하는 것이기에 주 경계로 나뉘지는 않는다.      


슈바벤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마울타쉐(Maultasche)와 슈페츨레(Spätzle)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먼저 마울타쉐를 보자. 이는 겉으로 보면 한국의 만두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워낙 독일 전역에서 인기가 있다 보니 이른바 짝퉁이 범람한다. 그래서 2009년부터는 아예 슈바벤 마울타쉐(Schwäbische Maultasche)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반드시 생산지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진짜 슈바벤의 마울타쉐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슈바벤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싶으면 반드시 제조나 생산이 이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바덴 지역에는 모양과 맛을 약간 달리하여 바디쉐 마울테쉴레(Badische Maultäschle)라는 짝퉁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바덴 지방식의 마울타셰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소금과 양념에 버무린 다진 돼지고기와 양파가 주재료이다. 이것을 얇게 편 밀가루 반죽에 싸서 물에 삶으면 된다. 그러나 입맛에 따라 슁켄(Schinken, 독일식 훈제 햄), 치즈, 시금치, 다진 살코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마울타쉐라는 명칭은 16세기 중세 독일어에서 기원한다. 원래 마울타쉐는 ‘따귀를 때리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그런데 이것이 음식 이름이 된 것은 마울타쉐의 모양이 따귀를 맞은 사람의 부풀어 오른뺨과 비슷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타쉐’(Tasche)가 ‘주머니’라는 뜻이 있고 말렌(mahlen)이 ‘갈다’라는 뜻이 있어 주머니 안에 갈은 재료를 넣어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다른 전설로는 이 음식을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알려진 마울브론 수도원(Kloster Maulbronn)의 이름을 따서 마울브론 타쉐(Maulbronn-Tasche)로 부르다가 축약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 수도원에 있던 수사들이 사순절에 금육을 해야 하는데 원래 채소만 넣어 만들어 먹던 마울타쉐 안에 너무 먹고 싶은 고기를 몰래 갈아 넣은 것이 시작이라는 전설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슈바벤 지방 사투리로 마울타쉐를 ‘주님 골려먹기’(Herrgottsbscheißerle)라고 부르게 된 것이란다. 원래 전설은 불명확할 때가 더 아름다운 법이니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들으면 될 것이다.  


구운 마울타셰를 썰어 놓은 요리

    

우리나라에서도 그냥 만두만 먹으면 심심하니 튀기거나 국으로 먹거나 찌거나 굽거나 하여 만두를 못살게 굴면서 먹는 식으로 독일에서도 마울타쉐를 지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그래야 맛이 더 나기 때문이다. 사실 만두는 독일만이 아니라 중국의 완탕,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러시아의 펠메니, 폴란드의 피로겐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즐겨온 음식이다. 독일 안에서도 슈바벤만이 아니라 바덴과 바이에른 지방에서도 고유한 마울타쉐가 있다. 그러나 독일의 원조는 뭐니 뭐니 해도 슈베비쉐 마울타쉐이다.     


마울타쉐는 이제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 어느 동네에서든 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본고장에서 먹어보아야 한다면 슈투트가르트 신문에서 최고의 마울타쉐를 만드는 식당 톱텐을 선정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1등을 한 가게가 슈투트가르트 남부 뫼링엔(Möhringen)의 오버레 브란트슈트라쎄(Obere Brandtstraße)에 있는 블레스 정육점(Metzgerei Bless)이다. 그러나 1인분에 10유로 정도 하는 것을 먹자고 비행기 타고 슈투트가르트까지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뫼링엔 시청 건물뫼


그래서 한국에 있으면서 독일에서 직수입해 먹어도 되지만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된다. 간단히 그 요리법을 소개해 본다. 마울타쉐는 저녁에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먹기 좋은 음식이니 4명분을 준비해 보자.   

  

반죽에는 밀가루 500그램, 달걀 4개, 소금 한 찻술이 필요하다. 만두소는 다진 돼지고기 250그램, 잘게 썬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 250그램, 시금치 250그램, 양파 2개, 달걀 1개, 소금, 후추 적당량을 모두 잘 섞는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하고 덩어리를 비닐로 싸서 30분 정도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동안 시금치는 소금을 넣은 물에 살짝 데쳐서 차가운 수돗물에 헹군다. 양파는 잘게 썰어 둔다. 만두소를 모두 잘 섞는데 너무 걸쭉하다 싶으면 밀가루보다는 빵가루를 더하여 점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밀가루 반죽을 꺼내서 얇게 밀어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자른다. 그 위에 만두소를 적당량 얹은 다음에 또 한 장의 밀가루 반죽으로 덮는다. 그리고 가장자리 안쪽에 물을 묻힌 다음에 포크로 가장자리를 눌러 두 밀가루 반죽이 밀착되도록 한다.    

 

양지머리를 끓인 국물에 만두를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충분히 익으면 만두가 물 위로 떠오른다. 이때 꺼내어 접시에 담은 다음에 파슬리 가루를 뿌려 먹는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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