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Sep 17. 2020

이집트 사자의 서 I

아내가 들려준 뉴에이지 이야기 – 시리즈 1


이집트 사자의 서는 기원전 1550년부터 1,500년 가까이 사용되어온 장례예식문으로 그 내용도 1,000년에 걸쳐 작성, 보완된 것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주문으로 가득하다. 이는 사자(死者)가 저승으로 편히 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이 문서의 제목이 ‘사자의 서’이기에 단행본으로 된 일종의 경전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문서가 나오기 전인 기원전 2,400년에 이른바 피라미드 장례문이 파라오의 피라미드 안의 석실분(石室墳) 벽에 새겨졌었다. 이때만 해도 이 장례문은 오로지 파라오를 위해서만 사용되었다. 이는 죽은 파라오가 태양신인 그의 아버지 ‘라’(Ra)를 만날 것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집트 구왕조에서 중왕조로 넘어가면서 과정에서 이 장례문은 파라오만이 아니라 고위 관리들의 장례에도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사자의 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를 알아야 한다. 다신론적인 고대 이집트의 종교는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제정일치의 국가 통치 이념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모든 종교 예식의 중심에는 파라오가 있었다. 그리고 종교 예식의 핵심인 기도와 제물은 모두 신들의 도움을 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파라오는 신과 그의 백성들 사이에서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무엇보다 파라오는 종교 예식을 통하여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무질서를 몰아내는 존재였다.



파라오의 실권이 축소되자 이러한 종교관은 토속신앙으로 자리 잡아 일반 백성들도 사후 세계와 영혼 불멸의 사상을 간직하게 되었다. 이 영혼이 담기는 그릇으로서 몸을 보존하기 위하여 미라를 만들고 사후에 사용할 도구들도 무덤에 같이 묻었다. 역사가 흐르면서 신들의 지위도 생겨나고 그들 사이의 서열이 정해지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 태양신 라(Ra), 여신 이시스(Isis), 창조신 아문(Amun), 하늘의 신 호루스(Horus), 풍요의 신 오시리스(Osiris), 그리고 죽음의 신 아누비스(Anubis)가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대지의 신인 겝(Geb)과 하늘의 여신인 눗(Nut), 그리고 이들 사이의 공간을 지지하는 공기의 신 슈(Shu)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신들도 시대에 따라 그 역할이 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러 신들이 하나의 기능을 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의 믿음에서 파라오나 평민도 신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집트인들이 신을 숭배한 것은 내세만이 아니라 현세에서의 복을 빌기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빈번한 홍수와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이지만 자연이 결국 인간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신의 역할이었다. 이집트인들이 생각한 우주인 마아트(Maat)에는 신과 인간의 영혼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우주는 늘 무질서의 위협을 받아 결국 다시 생성된다. 우주와 더불어 죽은 이들이 가는 세상인 두아트(Duat) 또한 이집트인들의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여기에서 명심할 것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가 신이 아니라 인간이면서 신적인 존재로 믿었다는 것이다. 파라오의 역할은 신과 인간의 중계자로서 신이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종교의식을 제대로 이끄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왕이면서 동시에 제사장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파라오는 죽어서 다시 신과 합일하여 신적 존재로서의 면모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집트의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사후세계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죽으면 육체 안에 있던 생기인 카(Ka)가 빠져나가 저승으로 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역시 음식을 필요로 하기에 제사 때 음식을 바쳤다. 다만 물리적인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에 담긴 영적인 정수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인간은 카(Ka) 이외에도 인격을 의미하는 바(Ba)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 바(Ba)는 카(Ka)와는 달리 죽어도 육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그래서 장례식을 통하여 이 바(Ba)가 몸을 완전히 벗어나 카(Ka)와 일치하여 아카(Aka)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의 종교에서 사후세계와 관련하여 중요한 개념이 바로 최후의 심판이다. 오시리스(Osiris)는 죽은 인간의 영혼을 저울에 측정하여 지상에서 올바로 살았는지를 평가한다. 여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죽은 이의 영혼은 완전한 아카(Aka)가 되어 오시리스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행복한 삶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 아카(Aka)는 태양신인 라(Ra)와 더불어 지상 세계에 어느 모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이 사후세계는 영생과 영혼의 부활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사후 세계로 가는 길은 하나뿐이고 이 길에서 처음 만난 신 오시리스(Osiris)의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 그 영혼은 영생 곧 환생 또는 부활을 누리게 된다. 여기에서 무덤은 저승으로 가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이집트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무덤과 관에 적은 내세에 관한 주문들은 그 사람의 영혼의 안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피라미드 석실분과 관에 적은 주문들을 모은 ‘사자의 서’는 죽은 이의 영혼이 무사히 영생을 누리도록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신 라(Ra)는 밤에는 저승세계를 지나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동쪽 하늘에서 솟아오른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이처럼 인간도 저승에 갔다가 다시 부활하게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 영혼은 저승에 가서 잠시 머물다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영혼이 정결해야 한다. 그러한 영혼의 정결을 돕기 위하여 장례예식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저승에서 여러 문을 거치면서 만나는 괴물들을 길들이거나 피하기 위하여 주문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죽은 이는 마침내 아누비스의 인도로 만난 오시리스 앞에서 판결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 그 심장이 깨끗한 것으로 판결을 받으면 신과 하나가 되어 부활하고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판결이 나면 아미트(Ammit) 곧 사자를 잡아먹는 괴물에게 잡혀먹어 부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 전해지는 ‘사자의 서’를 최초로 편집한 사람은 독일의 이집트 학자였던 렙시우스(Karl Richard Lepsius, 1810-1884)이다. 그의 책의 제목은 Das Todtenbuch der Ägypter. Nach dem hieroglyphischen Papyrus in Turin이다. 이 문서의 분석과 권위 있는 번역은 독일 본 대학의 ‘사자의 서 프로젝트’로 진행되어 2012년 대중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E.A. Wallis Budge(1875-1934)가 1913년 영어로 번역한 Papyrus of Ani; Egyptian Book of the Dead 1240 BC를 기본 텍스트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