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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10. 2024

택시의 암울한 미래

'네오 러다이트 운동'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회사 방침은 분명하다. 손님을 태우면 기사가 먼저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 기사가 해도 되는 말은 딱 두 마디다.  

   

“안녕하십니까?

삼성동 가시는 것 맞습니까?”     


그러고 나서 굳이 좀 더 말한다면     

 

“목적지까지 20분 정도 걸릴 예정이나 

교통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침묵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손님이 말을 먼저 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때에는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 그렇게 응대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던 세상 이야기를 접하게 되어 의외의 소득을 거두게 된다. 어젯밤에 태운 손님의 경우가 그렇다.  

   

“안녕하십니까?

강서구 둔촌동 가십니까?

50분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그러고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손님이 말을 건다.   

  

“기사님.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요?

경제적으로...”  

   

내가 어찌 알겠나? 회사에서 명퇴하고 치킨집도 말아먹고 택시 기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그래도 정성껏 대답해 주어야 한다.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저도 물론 힘들고요.

경제도 경제지만 정치도 시끄러워서

어려운 분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저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잘 알지요.

이제 한국 경제 망합니다.

삼성도 망해요.”     


아니 이 분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기에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한다는 말인가?     


“내 아들이 둘 있는데 모두 미국에서 박사 받고 와서 삼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어요.

근데 큰 아들은 상황이 나쁘다고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와서 지금 미국 인텔 같은 회사에 이력서 넣고 기다는 중이에요.

그리고 둘째가 있는 부서는 없어져서 회사를 나왔어요.

삼성이 이모양인데 다른 회사는 어떻겠어요.

중국이 다 삼키고 있어요.

중국에 가보면 알아요.

한국이 5천만 명인데 중국의 한 개 성밖에 안 되는 수준이에요.

IT와 전자가 한국을 능가하고 있어요.”     


청산유수다. 이럴 때는 추임새만 넣어 주면 된다.    

  

“그렇군요.

궁금해서 그러는데 중국 택시는 어떤가요?”     


“중국 택시?

이미 자율 주행 택시가 돌아다니고 있어요.

나도 타 보았는데

아주 좋아요.

시골은 모르지만 중국의 대도시는 이미 한국보다 더 발전했어요.

큰일이에요.”   

  

“네 그렇군요.

정말 큰일이네요.

그런데도 한국은 하루가 멀다고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일입니다.”   

  

“나는 신경도 안 써요.

이미 모든 것에서 중국에 지고 있어요.”     


뭐 중국에 지든 말든 그것은 시간이 가면 확인될 일이니 신경 쓸 것 없다. 그런데 택시로 돈을 버는 입장에서 자율 주행 택시가 중국에서 그리 잘 나간다는 소식은 적잖이 심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듣자 하니 서울시에서도 자율 주행 택시를 시험 운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3대만 운행한다. 지역도 봉은사로에서 개포로까지 11km 정도다. 말 그대로 시범운영이다. 그러나 완전 자율 주행은 아니다. 차의 상태를 감시하는 인원이 동승한다. 당장 택시 기사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시작이다. 강남 거리를 운행하다 보면 바닥에 자율 주행 시범 운행 도로를 표시하는 페인트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것을 보고 택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같은 회사 기사들에게 물어보아도 관심조차 없다. 당장 임금 체불 문제 해결도 골치 아픈데 언제 올지 모를 미래까지 걱정해야 하냐는 투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 당장은 무료로 운영하지만 내년부터는 유료로 전환하여 운행할 계획이 이미 섰다. 돈을 받을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변화는 늘 생각보다 빨리 오는 법이다. 더구나 자율 주행 택시는 이미 선진국에서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얼마 안 가서 택시는 자율 주행으로 전환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자율 주행 택시가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지금 서울의 6만 명이 넘는 택시 기사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고 말 것 아닌가? 암울한 미래가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몇 년 후에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인간이 운행하는 택시에 대한 미련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물론 사람들이 택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이다. 그리고 안락함이다.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타인과 부대끼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싫어하는 이들이 비싼 돈을 내고 택시를 이용한다.   

  

내가 몰고 있는 플랫폼 택시도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여 특히 자정 근처가 되면 이용 손님이 갑자기 늘어난다. 그리고 새벽 2시쯤에도 한바탕 손님이 모여든다. 그러나 그 무렵 내 체력은 이미 방전된 상태라 손님 콜을 무시하고 주유소를 향하게 된다. 물론 하루 의무 근무 시간을 채우고 말이다. 어쨌든 돈이 보여도 벌 수가 없게 된다.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어찌 운전을 한다는 말인가?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일이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완전 자율 주행을 하는 택시가 등장한다면 사정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전혀 피로를 모르고 불친절, 승차 거부, 쓸데없는 잡담을 일절 하지 않고 길도 헛갈리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모든 서비스를 완전히 제공하는 택시가 나타난다면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선호될 것은 뻔한 이치다. 이미 화성의 길(?)을 자율 주행 자동차가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는 세상이니 지구 위에서 자율 주행 택시가 돌아다니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물론 자율 주행 택시가 나와도 하루아침에 모든 택시 기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만, 손님 가운데 ‘인간적인 택시’, 곧 사람이 몰고 다니는 택시를 선호하는 계층도 분명히 있을 것이니 말이다. 마치 디지털 음악이 거의 완전한 소리를 전달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음악을 선호하는 계층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로 말이다. 그러나 결국은 자율 주행 택시가 이 업계를 지배할 것은 뻔하다. 일단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으니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AI와 ICT, 그리고 IoT가 기계공학 전자공학과 결합된 완성품이 바로 자율 주행 택시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서울에서 택시로 생계를 유지하는 6~7만 명의 기사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것이다.    

  

물론 그냥 죽을 수는 없으니 택시 기사도 말하자면 ‘네오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 러다이트 운동은 1800년대 초 영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결국 임금 삭감을 가져온 방적기를 조직적으로 파괴한 노동 투쟁을 말한다. 이 당시 영국에는 노조도 없었고 근고기준법도 없고 복지 제도도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자본가의 노동자 착취가 횡횡하는 시절이다. 정치가도 자본가 편을 들어 노동 투쟁을 법으로 막아버렸다. 투쟁하는 노동자는 가타 없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탄압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현실을 목격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율 주행 택시가 나오면 이런 식으로 자율 주행 택시 파괴 운동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CCTV로 모든 ‘폭력 행위’가 기록된다. 그리고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무장된 자율 주행 택시를 상대로 파괴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기계를 운영할 수 있는 대자본가는 정치와 결탁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 뻔하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러더라이트 운동이 들불처럼 퍼지게 된 것은 단지 일자리를 빼앗겨서만이 아니다. 이전에는 고도의 숙련공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 기계 작동은 어린이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수준의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율 주행 택시가 나오면 어찌 될까? 그 쥐꼬리만 한 월급도 못 받고 국가에서 주는 최소한의 연금과 보조금으로 버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인구도 줄고 노동할 수 있는 연령층도 줄어드는데 그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미래가 막막하다. 그러나 적어도 10년 안에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니 일단 안심해도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불안하지만 안심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 앱을 켜니 콜이 뜬다. 일단 달리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지도를 보니 손님이 이 시간에 역삼역 사거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서 가자.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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