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Oct 05. 2024
택시 업계의 만성적인 임금 체불은 불치병인가?
‘i.M. 택시’는 예외가 아니다.
방송인 김*경이 이혼 22년 만에 재혼한 수천억 대 사업가로 더 유명한 조*진이 이*진과 공동 대표로 있는 진모빌리티가 운영하는 ‘i.M. 택시’에서 일하는 기사들이 요즘 폭발 직전에 있다. 만성적인 임금 체불에 시달리다 못해 지난달에는 아예 임금을 제날짜도 아닌 제달에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야간을 기준으로 사납금조인 기준금이 한 달에 580만 원인데 기사들이 받는 한 달 임금은 평균 300만 원이 안 된다. 기준금의 절반 정도 되는 임금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예 안 주고 다음 달로 넘어가는 사달을 벌이고도 조*진은 이런저런 변명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조*진은 9개 법인에 750개의 택시 면허를 지닌 회사의 공동대표로 시작했다. 처음은 잘 나갔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기사의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못난’ 사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당연히 경영 실패다. 사업가로서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택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택시면허와 택시를 팔면서까지 부채 청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임금은 물론 4대 보험에 지급할 돈, 퇴직금, 그리고 기사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부가세 심지어 팁도 안 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7월 임금을 겨우 주었다. 그것도 두 번에 나누어 지급하였다. 여기에 더해 임대료 지급도 제대로 못해서 건물주가 정문을 쇠사슬로 잠가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했을 정도다. 기사들은 월급만 아니라 부가세와 팁이 중요한 수입이다. 콜비와 통행료조로 뜯기는 돈이 억울한데 그나마 팁과 부가세 환급으로 어느 정도 수입을 보전하는 데 이 마저 안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택시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택시마저 팔아대고 있다.
법인 택시 1대의 가격은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i.M. 택시가 운영하는 카니발 4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약 6천만 원 정도 된다. 지난달까지 조*은 이 택시를 계속 팔았다. 물론 화사의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난 기사들이 빠져나가 어차피 운영이 안 되는 자산을 파는 것은 경영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을 잘해서 기사를 더 모아야 매출이 늘고 매출이 늘어야 수익이 느는 법인데 조*창진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사정이 이 모양인데 언론은 조*진을 칭찬하는 기사로만 도배되어 있다. 이미 찌라시와 기레기가 된 지 오랜 한국의 언론과 기자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기사들의 사정을 어떻게 하든지 세상에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약자인 기사들 간의 분열이다. 어차피 기업주의 갑질에 희생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에 처한 기사이지만 그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제대로 된 노동 투쟁의 길이 원천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와 노조위원장의 미적지근한 대응은 노조원인 기사들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결국 사측의 요구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만 보여주는 노조와 노조위원장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노조위원장의 변명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만약 노조가 강경 투쟁을 할 경우 실질적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장이 직장 폐쇄나 법적 조치를 들고 나오면 약자인 기사들은 대항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법정관리나 직장 폐쇄의 상황으로 몰고 가면 밀린 임금과 부가세, 퇴직금을 받아내는 것이 극히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서 회사가 지급 불능 사태가 되어버리면 기사들은 기본급 이외의 돈을 받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조*진은 밀린 임금을 원래 지급일인 10일을 넘겨 15일에 준다, 20일에 준다, 말일에 준다고 말만 하다가 기어이 다음 달에 주겠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약자인 기사들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한 달이 매출을 800만 원 정도 올리는 3년 경력의 택시기사가 있다고 치자. 기본금 580만 원을 채우면 한 달 임금이 240만 원이다. 여기에 초과 매출액 220만 원의 절반인 110만 원이 추가 수입으로 잡힌다. 그러면 한 달에 350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여기에 반년마다 지급되는 부가세 환급액이 한 달에 35만 원으로 1년이면 420만 원이다. 퇴직금은 1년마다 한 달 임금이 계산되니 350만 원이 더해진다. 이 돈이 3년간 모이면 2,310만 원이다. 여기에 한 달 평균 3만 원 정도 하는 팁이 100만 원 더해지면 2,400만 원 정도 되는 목돈이다. 여기에 3년 치 임금 12,600만 원을 합하면 박봉에 시달리는 기사에게는 더욱 큰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노동 투쟁으로 회사가 폐업을 하거나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기본급 곧 월급으로 240만 원밖에 받을 수가 없다. 곧 3년 치라고 해봐야 8,600만 원밖에 안 되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니 기사들이 함부로 노동 투쟁에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약점을 지닌 기사가 칼자루를 쥔 사장과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이 없다.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악덕 기업주는 얼마든지 기사들을 놀림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조위원장과 노조위원을 잘 구슬려 떡밥이나 주고 길들이면 이미 약자인 기사들을 더욱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i.M. 택시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가장 큰 곤란에 처한 이 회사의 택시 기사들의 사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택시 기사는 문자 그대로 박봉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한 달 벌어서 그달 카드값과 공과금을 겨우 막는데 급급한 삶을 사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월급이 몇 달 밀리면 어찌 되겠는가? 조*진은 유명인과 결혼해서 강남의 초호화 주택에서 산다고 해서 이런 박봉에 목을 매는 기사들의 사정을 모를까? 모를 리가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알면서도 외면한다면 참으로 사악한 사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벌어지는 것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그런 와중에 오세훈이 시장으로 있는 서울에서 무인 자율 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택시 기사들에게는 더욱 우울한 소식이다. 물론 현재는 택시 기사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기에 당장 직업에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 코로나 사태 때 많은 택시 기사들이 이 직종을 떠나갔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어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봉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기억해 보고 다른 직종에 가서 업무 강도를 비교해 보고 나니 돌아올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현재 택시 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니 i.M. 택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기사들은 얼마든지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 그래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기사들은 이 회사를 서슴지 않고 떠나고 있다. 임금은? 퇴사 후 보름이 지나도 밀린 급여를 주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면 된다. 그러면 정당한 임금을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나 2~3년 된 베테랑 기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위에서 말 한 대로 거금이 달려 있고 또 몇 년 정든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래저래 서울 하늘은 기사들에게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 와중에 서울에서 세계 불꽃놀이가 열리면서 다리가 차단되고 도로가 막힌다. 시내에서는 이런저런 행사로 또 길이 막힌다. 택시 기사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비극을 택시 기사들이 오늘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막히는 길이라도 나가서 돈을 벌 수밖에...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이 화려한 만큼 택시 기사의 마음은 더욱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