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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29. 2024

택시 블루스

택시는 늘 모자라고 기사 수입은 늘 적자다.

 통계를 보면 서울 택시 면허 숫자가 2024년 기준 71,686대다.(참조: https://news.seoul.go.kr/traffic/archives/307) 그 가운데 약 6,000대는 놀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서울 시를 돌아다니는 택시는 64,000대 정도다. 그 대부분은 약 49,000대의 개인택시다. 76%가 넘는다. 곧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택시 10대 가운데 7대 이상이 개인택시인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10년 전과 거의 동일하다. 곧 10년 동안 택시 면허가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택시 기사라는 직업이 지옥에서 살아남으려 발악하는 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택시기사 직종을 택했었다. 그러나 3D보다 더 열악한 직업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나서 대부분 이 직업을 포기한다. 차라리 편의점 알바가 더 편하고 돈도 더 받는다면서 말이다. 사실일까? 어느 정도 사실이다. 통계를 보면 서울 택시 기사의 25%가 70대 이상이다. 그리고 절반 이상이 60대다.(참조: https://www.sedaily.com/NewsView/29X7H2YVK3) 20~30대는 0.5%도 안 된다. 결국 택시 기사의 80% 이상이 ‘노인’이라는 말이다. 외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가장 큰 원인은? 돈이다. 택시기사는 돈을 못 번다.      


과거 택시 업계의 악마적인 개념이었던 사납금 제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택시 회사마다 다른 명칭으로 부를 뿐 택시기사를 ‘착취’하는 구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택시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사납금’, 또는 요즘 말로 기준금은 570~580만 원 내외다. 26일 기준으로 하루 22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 맞추어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휴식 1~2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가까이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수치로 보면 한 시간에 3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리려면 야간할증을 고려하지 않아도 거의 200km를 달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사실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두도록 하지만 서울 시내를 200km 정도 달리려면, 그것도 길이 막히는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여 이런 실적을 내려면 ‘살인적’인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 26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받는 월급은? 250만 원이 채 안 된다. 여기에서 제세공과금을 제외하면 200만 원 남짓이다. 그러니 어떤 젊은이가 택시기사를 하겠는가? 은퇴 후 경제적 한계 상황에 몰려 한 푼이 소중한 ‘노인’이 택시기사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체력이 모자라 심야에 운전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특히 개인택시는 심야가 되면 대부분 사라진다. 택시가 6만 대나 되는 데도 밤에 택시를 잡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80% 가까운 개인택시가 '맘대로' 사라지니 말이다. 어두운 밤에 자칫 사고라도 나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니 그럴만 하다.

 

물론 뉴스에 보면 개인택시를 모는 사람이 한 달 매출 1,000만 원을 올린다는 소식이 보인다. 그러나 차량 유지비를 제외한 순수 수입은 그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개인택시 면허 거래 가격이 이미 1억이 넘은 지 이미 오래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노인’이 한국에 넘쳐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개인택시 면허 매매 건수가 2,881건이었다. 2024년은 상반기에만 이미 2,000건이 넘었다. 법인 택시 운전을 하면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한 달 300만 원을 벌기 힘들지만, 개인택시는 취미 생활 한다고 생각하면서 한 달 20일 미만으로 ‘아무 때나’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고 수입도 법인 택시보다 못할 것이 없기에 인기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에 6만 대나 되는 택시가 있어도 손님의 입장에서는 늘 택시가 없다. 특히 꼭 필요한 심야에 택시가 부족하다. 거꾸로 택시 기사의 입장에서 체력이 고갈되는 새벽 2시까지 일을 해봐야 사납금으로 다 뜯기기에 월급 250만 원을 벌기에도 빠듯하다. 그래서 택시는 손님이나 기사나 모두 win-win의 반대되는 상황이 계속된다. 말하자면 lose-lose인 바닥이라는 말이다.   

  

개선 책은 있나? 물론 있다. 택시 요금 인상이다. 손님의 입장에서 택시 요금이 비싸다고 느껴지겠지만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택시 요금은 OECD 회원국은 물론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보다 많이 싸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남미의 칠레보다도 싸다. 물론 한국의 택시 요금이 인도보다는 비싸다. 구체적으로 택시로 1km 가는 비용이 가장 비싼 나라는 스위스로 4.64달러(약 6,000원)다. 그런데 한국은? 0.61달러(약 793원)이다. 물론 스위스는 물가도 비싸니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거의 8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한국과 국민 소득이 비슷해진 일본은 3.06달러, 홍콩은 1.35달러, 태국은 1.24달러, 대만은 0.79달러다.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0.61달러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은 0.37달러다.(참조: https://www.numbeo.com/cost-of-living/country_price_rankings?itemId=108) 그러나 택시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전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에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미 한 차례 올렸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구름이 잔뜩 낀 서울 저녁 하늘만큼이나 한국 택시의 미래도 어둡다.

   

그래서 앞으로도 손님은 택시 잡기 어렵고 기사는 월급 잡기 어려운 이런 관행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조적 모순에 빠진 한국 택시 업계의 이런 문제는 택시 회사의 횡포와 비리로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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