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목마를 끌어들인 것은 수구 세력이다.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천하의 <조선일보> 논설위원 양상훈의 오늘자 칼럼 제목이다.(링크: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12/05/5CZJ4CICFZFZBEAHMZKMDPVQ7A/) 누구를 탓할 것인가? 오늘 설문조사 결과에 그 탓의 대상이 나온다. 윤석열 탄핵 찬성이 73.7%에 불과하단다. 결국 26.3%의 국민은 이 지경이 되어도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말이다. 그들이 윤석열의 자신감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늘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공염불을 하고 다녔다, 그가 말하는 그 ‘국민’이 바로 이 26.3%의 국민 특히 경상도와 70대 이상의 국민이다. 이들이 있는 한 윤석열은 앞으로 더 극단적인 깜짝쇼를 이어갈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
양상훈은 윤석열이 벌여온 깜짝쇼를 ‘자폭’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많은 폭탄을 던져 왔다. 그 폭탄은 거의 모두 자신과 정부·여당 안에서 터져 자해만 입혔다.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날뛰었던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몰랐단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48.56%가 윤석열을 지지했다. 1천6백만 명이 지지한 것이다. 인구 비례로 보면 대충 전 국민의 30%다. 이 지경에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26.3%와 얼추 맞는 숫자다. 다시 말해서 윤석열 지지층은 불법 계엄이 선포되는 난리가 나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친 국민이 미친 지도자를 뽑는 것 아니겠나?
양상훈은 윤석열의 '미친 짓'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과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다. 인내해서 얻는다는 지혜를 모르고 즉흥적·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감(感)이 거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세상이 어떻고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를 모른 채 혼자만의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문을 보면 마치 1970년대를 사는 사람인 듯하다. 우리 사회에 반국가 세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지금 야당의 행태가 도를 크게 넘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계엄을 선포할 정도는 아니며 이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모르고 있었다. 한 국무위원이 “비현실적 공상 영화 같다”라고 한 말도 같은 얘기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다음 처신 역시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내용일 듯한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윤 대통령의 다음 결정도 이번의 한밤중 계엄 발표처럼 느닷없이 국민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필자는 윤 대통령 총선 참패 후에 ‘안전벨트를 매십시오’라는 글을 썼는데 정말 그래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민주당의 김민석 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조차 윤석열의 다음 미친 짓이 무엇일지 걱정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제2의 계엄을 말하는 데 내 생각은 다르다. 윤석열의 정신세계에서는 한 번 한 장난을 또 하는 데는 재미를 못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점점 더 쎈 것을 원하게 된다. 그래야 자극이 훨씬 심해 쾌락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계엄보다 더 짜릿한 것이 무엇이겠나? 당연히 전쟁이다.
이제 이 나라 국민은 대통령 잘 못 뽑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3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단다. 다 미쳐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래도 약 30%의 정신 나간 국민은 그런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가 막힌 세상에 살고 있다. 앞이 캄캄해질 뿐이다.
윤석열이라는 트로이의 목마가 한국의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윤석열은 보수 세력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궤멸시키고 있다. 어찌 보면 운명이다. 차라리 판을 깨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 있으니 말이다. 1950년 벌어진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의 구 체제가 완전히 붕괴하고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또 다른 한국전쟁이 나서 구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 같이 미쳐가는 상황에서 말이다. 윤석열 탄핵을 하니 마니 하면서 정쟁을 벌이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보다는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다시 새롭게 건설하는 일이 차라리 나은 것으로 보일 정도로 막막한 현실이다. 죽을 각오를 하면 살기 마련 아닌가? 물론 죽을 각오에는 안전벨트보다 더 강력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연 누가 그 준비를 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