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을 통해 배운 것

가장 중요한 운전 기술은 사고 순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by 수페세

오래 자동차 매거진에서 일하며 배운 것이 많다. 매체에서 자동차를 담당하게 되면 몇 가지 남다른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최신 모델을 어떤 고객보다 먼저 타볼 수 있다는 점, 국내외 멋진 곳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초대되어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중 인생에 유익을 끼친 것을 꼽으라면 유명 자동차 브랜드가 주최하는 각종 드라이빙 스쿨에서 고급 운전기술을 공짜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고를 지향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은 간혹 국내외 명성 있는 인스트럭터를 초빙해 운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나만 해도 지난 20년 간, 각 브랜드에서 진행한 드라이빙 스쿨에 참여하고 받은 수료증이 스무 개는 되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이런 행사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살면서 목숨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운전석에 앉는 자세와 시트 세팅하는 법, 미러를 알맞게 조정하는 법도 이때 배웠다.


엉덩이는 시트에 완전히 들이밀어야 하고 운전대는 양손으로 가볍게 쥐어야 하며 사이드미러에 내 차 꽁무니가 보여선 안 된다는 식의 기본 요령인데, 이런 지식조차 사실은 일부러 배우지 않으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살면서 실제로는 거의 쓸모없는 바윗길 오프로드 주파 요령이나 진창길 탈출법, 빙판길 주행과 서킷 코너에서의 카운터 스티어 같은 고급 스킬도 여기서 배웠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기술은 사고의 순간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언제까지나 잊히지 않는 가장 통찰력 있는 배움; “차는 운전자가 바라보는 곳으로 움직인다.”

사고 회피 요령에 대해 배울 때였는데 이론은 이렇다. 위험에 처하면 운전자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차가 부딪칠 것 같은 방향과 사물을 바라본다. 즉 커다란 나무나 벽, 장애물, 또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것이 사고를 더 크게 만드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차는 운전자가 바라보는 곳으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차가 미끄러지거나 방향을 잃는 순간, 운전자는 부딪칠 것 같은 곳이 아니라 빠져나갈 곳, 가장 충격이 덜 할 것 같은 곳을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해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그 긴박한 순간에도 정신을 차리고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생사를 결정한다는 사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나스카NASCAR 레이싱 챔피언의 증언이 필요할 것 같다. 제프 고든Jeff Gordon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차가 가로수를 들이받기 일보 직전이라고 합시다. 이 순간 운전자의 반응은 무의식적으로 가로수를 바라봅니다. 가로수는 운전자가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방향이지만 운전자는 ‘가로수를 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가로수를 바라보게 되는 거죠. 이럴 때는 가로수가 아니라 가로수 주변의 ‘차가 피할 수 있는 곳’을 순간적으로 쳐다봐야 합니다.” 고든의 조언은 코너를 돌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차의 바로 앞이 아니라 회전할 방향의 먼 곳을 봐야 안전하다는 얘기다.


고든에게서 직접 배운 것은 아니지만,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무수히 시험을 해봤고 과연 그렇구나 했다. 물론 실전에서 효과를 확인할 일은 아직 없었다. 다행히 충돌사고를 맞닥뜨린 적이 없어서.


하지만 아무리 주의하고 조심해도 사고는 예기치 않은 순간 일어난다. 진짜 무서운 건 대부분의 운전자가 사고에 대비하거나 사고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사고로 맞닥뜨릴 수 있는 상대방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그 배움의 기회는 다시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충고를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자. 운전을 글로 배우는 것만큼 한심한 건 없지만 숙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오직 중요한 핵심 경구는 하나다. 다시 천천히 숙지해 보자. 차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곳이 아니라 눈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나는 이 이론이 매우 설득력 있으며 실제로 그러하다고 믿는다. 과연 운전뿐일까? 삶을 사는 태도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원칙 또한 그렇지 않을까? 삶에도 비즈니스에도 위기와 위험은 언제나 닥친다. 그 순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회피하고 싶은 상황, 골치 아픈 문제,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닌 가야 할 방향, 견지해야 할 원칙이 아닐까.


방금 배운 운전 기술의 요체를 대입해보자면, 인생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곳이 아닌, 바라보는 쪽으로 흘러가며 지향하는 지점으로 결과가 나타난다. 그런 까닭에 전망과 방향 설정은 언제나 가장 유효한 전략이며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구해내는 유일한 비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어리석은 것은 문제 자체만을 응시하는 태도가 아닐지. 어느 순간에도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볼 것. 이 훈련을 계속할 것. 그러자면 내가 어느 곳으로 가야 옳은지, 원칙과 비전을 항상 견지하고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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