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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Jun 23. 2024

장윤석 님 어떻게 지내세요?

2024.6.5 세 번째  

2023년 1월 1일 신승철 선생님과 나눈 새해 인사. 사진제공 : 장윤석

나름 MZ인지라 전화를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다. 엄마와 자주 싸우는 소재 1위가 별 거 아닌 일에 전화 좀 하지 마 일 정도로. 그렇게 투쟁으로 얻어낸 조용한 전화기에 가장 자주 걸려오는 번호는 단연 신승철 선생님이었다. 멘트도 한결같이 “장윤석 님 어떻게 지내세요?” 아마 한 번의 예외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목소리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평범한 질문이지만 대답은 쉽지 않다. 매번 음 아 오 정도를 한 번 반복하고, 대개는 그럭저럭 지낸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주 특별히 어떤 사건이 있거나, 어디 가있을 때 전화가 오면 미주알고주알 이렇고 저렇고 녹색 수다를 떨었다. 거진 삼사 년을 매달 한 번 이상은 그런 전화를 나눴던 것 같다. 알람을 꺼두어서 못 받을 때가 더 많았지만.


전화의 말미에는 대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어김없이 한상 무언가를 해보라고 권하셨다. 그렇게 같이 쓴 책이 한 권이고, 깜냥이 안 되어 거절한 책이 두 권이고, 결국 넘기신 책이 곧 나오는 한 권이다. 맡기신 강의가 세 개인가 되고, 보내신 자리가 지리산정치학교를 포함해 두어 번 있다. 이것저것 쓴 글과 발제와 토론은 수두룩하다. 신 샘만의 묘한 훈련법이랄까, 칭찬에 얇은 귀가 팔랑거려 뭔가를 해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레벨 업이 되어있다. 물론 갈 길이 한참 남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새로 글을 쓰고 발제나 토론하는 것이 두렵거나 무겁지는 않다. 신 샘은 한 번도 “장윤석 님 너무 잘 하셨습니다” 하는 말을 빼먹은 적이 없다.


전화 좀 잘 받을 걸, 지금 와서 생각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냐 싶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누구든 전화 한 번, 문자 한 번을 전보다는 소중히 여기게 되지 않을까. 좀 더 나아가면, 이제는 누군가를 챙기는 나이가 되어가는 듯한데 나도 저렇게 깍듯이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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