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에 대한 에세이
오랜만에 혼자 집에 남겨진 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옷을 챙겨 입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번쩍이는 네온사인 조명들이 즐비한 한 대학가 주변의 번화가. 그리고 인형 뽑기 오락실로 들어가 귀여운 인형들에게 내가 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기계들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오늘은 어느 녀석들을 데리고 가볼까? 나는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처럼 진지하게 기계 안에 놓인 인형들의 위치를 스캔했다.
어느 겨울날,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오락실에 들렸다. 그곳에는 알록달록한 조명과 함께 인형 뽑기 기계들이 여러 대 놓여있었다. 누구라도 알법한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이 기계 안에 쌓여 있었고, 어떤 녀석은 출구 쪽에 가깝게 놓여있어 조금만 움직이면 자기를 바로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재미 삼아 몇 번 해볼까 하고 결제를 했다. 그런데 너무도 쉽게 세 번 만에 귀여운 짱구 강아지 흰둥이가 출구 쪽으로 턱 하니 내려왔다. ‘이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옆에서 딸아이도 그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함께 좋아했다. 인형이 출구 쪽으로 내려오는 순간 번쩍이는 조명과 음악이 흘러나오며 요 몇 년간 느낀 가장 큰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인형을 딸아이 손에 안기니 내가 아빠로서 뭐라도 된 것 마냥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인형을 구매해서 선물할 때 보다 더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인형 뽑기는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밥을 먹을 때나, 잠자리에 누울 때나, 혼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며 인형 뽑기 장면을 끊임없이 그려보았다. 그리고 인형 뽑기 유튜브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돌려보며 고수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익혔다. 주말이 되면 도장 깨기처럼 딸아이와 함께 동네 근방에 있는 인형 뽑기 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내가 인형을 쉽게 몇 번 뽑자 몇몇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들에게 인형 뽑기 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고 나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다음 인형을 뽑았다. 인형을 손에 안겨 줄 때마다 딸아이는 기뻐했고, 주변 또래의 아이들도 부러운 시선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순간만큼은 딸아이에게 최고의 아빠였다. 도파민을 느낀 만큼 집에는 전리품들이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반대로 계획되지 않은 지출에 지갑 사정은 얇아졌다. ‘에이 이것만 할 걸 또 너무 많이 했네’ 순간의 쾌락과 도파민을 느낀 후 지출된 금액을 확인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었으나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며칠이 지나면 다시 그 매혹적인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손에 잡힐 것 같은 인형이 계속 도망을 가고 있었다. 아 조금만 더 끌어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만 더하고 안되면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결제를 시도했다.
‘여보세요? 카드사인데요. 카드 분실하셨나요? 같은 금액으로 반복적인 결제가 짧은 시간에 이뤄지고 있어서요. 본인 맞으시죠?’
‘아빠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잠깐만 기다려 다 잡았어 조금만 더하면 돼’
‘아니야 집에 인형 너무 많아’
여러 번의 반복되는 결제 끝에 기어코 그 인형을 뽑았고 역시 나는 함성과 함께 나 스스로에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기뻐하고 있을 딸아이의 모습을 기대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기대는 한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보호자를 잃어버린 듯한 네 살배기 아이가 덩그러니 혼자 힘없이 축 늘어져 앉아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는데 자신을 내팽개쳐 버린 아빠를 바라보는 어두워진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잡히지 않는 인형을 잡기 위해 계속 결제를 하고 있던 나는 어떤 눈빛이었을까. 인형 뽑기 오락실 안의 네온사인 조명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인형을 뽑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계속 반복적으로 결제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