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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사람 박코리 Apr 05. 2018

한여름의 기쁨, 한기쁨이!

5주인 줄 알았더니 5개월이란다. Joy야, 안녕!

7월에 만나, Joy야!

5주인 줄 알고 병원에 확인 차 갔는데 5개월이 넘었단다. 그게 거의 한 달 전이니 Joy는 내 뱃속에서 벌써 반년이나 산거다. 다들 어떻게 5개월이 지나도록 모를 수 있느냐는데 평소에 워낙 생리가 불규칙하기도 하고, 임신 테스트기도 계속 아니라고 나와서 그런 줄 알았다. 병원에서 예정일이 7월 말이라는데 얼떨떨했다. 여행 가서 와인 한두 잔씩 마신 것부터 아기에게 미안한 일들이 줄줄이 떠올라서 며칠간 멍했다.


그만 걱정하기로 했다.  아기가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다는데 기뻐하자는 생각에 아기 이름을 Joy라고 지었다. LA에서 토론토로 넘어오면서 둘이서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Joy가 같이 겪었다고 생각하니 기특하다. 그 힘겨운 시간 내내 Joy가 함께였다. 하와이에서 생겨 LA, 토론토까지 따라와 준 Joy야, 고마워. 너는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기쁨이란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만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던 임신이다. 결혼 전부터 엄두가 안 나던 일이었다. 화목하게 자란 집 애들이 화목하게 산다는데 그럼 나는 어쩌나, 싶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사랑친다지만 갈등도 많은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영 자신이 없었다.


결혼 4년 차, 남편과 나, 우리는 행복하다. 집에서 기다리는 나를 생각해서 서류 박스를 서너 개씩 들고 와서 집에서 일하는 남편을 볼 때면 애틋하다. 땡 하고 칼퇴근을 해서 같이 장을 보고 저녁을 지어먹는 게 낙인 사람인 걸 아니깐 새벽 한 시가 넘어서 들어와도 야속하기보단 안쓰럽다. 자꾸만 안아주고 싶다. 사는 건 결혼하고 나서도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서로의 사랑을 밥처럼 고 산다. 그 덕분에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둘 다 동화처럼 예쁜 가정에서 크진 않았지만, 감히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용기를 낼만큼 행복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

부모님이 싸울 때면 우리 집만 그럴 거야, 하면서 움츠러들곤 했다. 서른 줄이 되어서야 마냥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줄 알았던 친구들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얼핏 온전해 보여도 그 속은 딴판인 집들이 제법 많다는 것도-


나의 아버지는 본인이 자랄 때 어떤 어른도 지도를 해주지 않은 게 평생의 한이다. 일종의 통제가 나와 동생에 대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었다. 문제집 하나부터 대학 전공 선택, 직장, 결혼식장까지도 일일이 관여를 했다. 사랑이라지만, 건강하지 못 한 사랑은 얼마든지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돌아봐도 숨 막히는 시간들이다. 나의 평생은 뭔가를 강제하려는 아버지의 악력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에의 투쟁이었다.


나의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니다.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라는 거 아닐까? 나의 아버지가 크고 작은 문제들에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았다면, 나의 삼십 년 일생은 훨씬 살만했을 것 같다. 거부하거나 도망만 다니다가 서른 살이 되어버렸으니까.


Joy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컸으면 한다. 건강한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건 자유롭고 기쁘게 사는 법을 찾아낸다. 서른이 되어서야 삶의 기쁨들을 매일 새롭게 깨우치는 중이다. 잘 먹기, 건강한 관계 맺기, 즐거운 성생활 등 내가 서른이 되어서야 새삼 알아가는 것들을 Joy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면 좋겠다. 시어머니께서 대신 꾸신 태몽에 빨갛고 탐스런 사과가 나무 가득 달려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Joy에게 뭘 가르친다기보다는 싱싱한 사과를 베어 먹듯 삶을 깨물고 맛보며 함께 누리고 싶다.


우리 눈에 빠알간 사과같을 우리의 아기, '한기쁨이'! 곧 만나!  


Joy야, 반가워!

엄마가, 아빠가 Joy를 만날 여름날을 매일 기다리고 있어!


우리, 기쁘게 살아보자!

아니, 넌 이미 우리에게 기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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