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사람 박코리 May 24. 2018

Joy야, 세상이 늘 아름답진 않아.

부모는 모든 관계의 기본값- <I, Tonya> & <Wonder>

Joy가 뱃속에서 자꾸만 뽀글거린다. 잠시 존재를 잊을라치면 자기 여기 있다는 듯이 발을 한 번씩 뻥 찬다. 그때마다 Joy를  잘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두 달이면, 세상이 난생 처음인 존재가 내 앞에서 꼼지락거리고 있겠지. Joy가 살아갈 세상이 푸르고 아름답지만은 않을 텐데,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될 Joy에게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Joy를 키우는 게 막막했는데 <I, Tonya>와 <Wonder> 두 편의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됐다. 재미있게도 둘 다 기내에서 태중의 Joy와 함께 봤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관계를 배운다, <I, Tonya>

<I, Tonya>는 미국인 최초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고도 전 국민의 미움을 받은 피겨 스케이터 Tonya의 실제 이야기이다. 같은 걸 봐도 저마다 다르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마녀사냥 당해 마녀가 된 Tonya의 이야기로 읽던데 내게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였다. 아빠를 잘 따르고 좋아했지만, 엄마와의 불화로 아빠는 Tonya를 버리고 떠난다. 그 후로 엄마와의 관계는 Tonya가 살면서 맺는 거의 모든 관계에 있어서 기본값이 된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하던 엄마가 자신에게 던진 칼이 몸에 꽂힌 날, Tonya는 엄마에게서 탈출하기로 한다. 스케이트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남자와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한다. 영화 전개 중간에 삽입되는 인터뷰에서 Tonya는 남편에게 폭언과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게 사랑인 줄 알았기에 계속 같이 살았다는 말을 한다. 엄마도 사랑한다면서 때렸기에 남편도 자기를 사랑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거다. Tonya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했지만, 또 엄마 같은 남자를 만나서 산다. 사랑이 뭔지 잘 모르면서 사랑받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는 여린 존재를 짓밟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녀는 피겨 평단에게는 품격이 없다는 이유로 멸시를 당하고, 국민들에게는 미국을 대표하는 게 창피하다면서 조롱을 당한다. 급기야는 라이벌 선수를 피격하는 남편의 바보 같은 범죄에 공범으로 몰려 불명예 은퇴한다.


(참고로 Tonya는 재혼 후 남편,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시간은 걸렸지만, 지금은 잘 지낸다. 부모가 별로라고 해서 자녀가 무조건 불행한 삶을 사는 건 아니라 믿기에 굳이 덧붙인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 <Wonder>

스케이팅에 일찍이 재능을 보였던, 잘 났던 Tonya와 달리 <Wonder>의 주인공 Auggie는 선천적 안면기형 장애를 가지고 있다. 밖에 나갈 때면 누나 친구가 선물한 우주비행사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Auggie의 부모는 Auggie가 그저 혼자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홈스쿨링 하던 Auggie를 처음으로 일반 학교에 보낸 날, 엄마는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 한다. 역시나 잔뜩 상처를 받고 돌아온 Auggie를 보고선 엄마는 애써 태연하게 밥상을 차리고 하루가 어땠는지를 묻는다. 엄마, 아빠조차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면서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 버리는 Auggie를 보고 마음 아파하지만, Auggie의 엄마, 아빠는 다음 날에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다.


"모두가 내 얼굴을 보고 날 피해요. 만지면 전염병에 걸린다면서 괴물 취급해요."

"Auggie는 괴물이 아니야. Auggie의 얼굴에는 Auggie만의 자국이 남은 거야. 여기 엄마 주름 좀 봐. Auggie가 태어났을 때 기뻐서 울고 웃다 생긴 주름이야. 사람에게는 누구나 얼굴에 자기만의 자국이 있어."


엄마의 손을 따라 얼굴의 주름을 만지던 Auggie가 울음을 그친다.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Auggie의 일그러진 얼굴을 처음 본 아이들은 누구나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솔직하고 감출 줄을 모르기에  Auggie는 어른보다 또래 아이들을 더 무서워한다. 그런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Auggie는 휘청거리면서도 자기를 지키는 법을 곧잘 배워나간다. 자기 뒤에서 뒷담화를 한 단짝 친구와 거리를 둘 줄도 알고, 잔인한 말을 하는 패거리들을 무시하고 건강한 친구들과 어울린다. 부모가 없는 학교에서 외로운 섬처럼 있던 Auggie가 다른 아이들과 서서히 이어졌다. 그제서야 Auggie를 지켜보며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놓였다. 상이 거칠고 험하더라도 부모가 한결같이 아이 곁을 지킬 때, 아이는 자기를 지키는 부모에게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운다.



Joy야, 엄마, 아빠는 네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어.

마음같아선 Joy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지만 안다. 세상이 늘 푸르고 아름답지는 않다는 걸.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사람이라는 것도. 어차피 아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하나 관여할 순 없다. 부모인 우리부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 Joy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먼저 아닐까? 매일 뉴스를 볼 때면 Joy가 살아갈 세상이 녹록치 않을 것 같아 한숨이 나지만, Joy는 잘 헤쳐나갈거다. 부모인 우리가 언제나 뒤에서 든든히 받쳐줄테니-



Joy야,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이민자인 엄마, 아빠는 이 낯선 곳, 캐나다 토론토에서 둘 뿐이야. 다들 Joy 먹이고 재우는 것부터 만만치 않을거래.


우리 셋, 처음이라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매일 기쁘게 지내보자.


하루하루 잘 살아내면

어느새 우리 셋 모두 훌쩍 커있을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한여름의 기쁨, 한기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