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Mar 07. 2024

소나무보다 강한 버드나무

계획보다는 유연성





파워 N (생각이 많음)과 파워 J (계획적임, 완고함)를 동시에 갖고 있는데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을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생각이 많은데 자신만의 신념이나 계획이 뚜렷하고 성실하다면 학교 시험은 매우 잘 볼 수 있다. 변수가 거의 없는 학교라는 통제된 상황에서 해야 할 공부들이 반복적으로 정해져 있고 시험 형식도 고정되어 있으며 분명한 데드라인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현실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더욱이 해외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이러한 완고함은 그리 유용한 친구가 아니다.




30년이 조금 넘도록 파워 J의 성실한 모범생으로 살아왔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게 중장기 및 하루 플랜을 세우고, 습관들을 체득하기 위해 루틴을 만들고 긍정적인 확언들도 하고 시각화도 하고. 이런 완고함과 철두철미함을 이제는 살짝쿵 떠나보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가치관 삶의 태도가 정해진 안에서 쓸모가 있었고 유용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새로 처한 환경은 내가 모르는 게임의 룰들이 많고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자세는 완고함보다는 유연함, 계획보다는 적응력, 진지함보다는 가벼운 유머같다. 예전에는 폭풍우에도 부러지지 않고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가 강한 알았다. 그런데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진짜 강한 건 - 바람이 세게 몰아치면 흐름에 맞춰 흔들릴 줄도 아는 강가의 버드나무일지도 모른다.




지치지 않는 사람들은 초인 같은 의지나 정신력을 다해 수련한 사람들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틈틈이 놀러 다니면서 가끔은 늦잠도 자는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늘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는 허술한 사람들이 잘 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마음 지구력> 104p




인턴십을 구할 때 한 친구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친구는 참 잘 산다(주관적인 시각에서!).

"시간이 지나면 이 구직 활동은 끝날 거야.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야. 인터뷰를 보면서 모든 수업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는 없어. 지금 미흡하게 따라갔던 수업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 분야에 소질이 없다는 건 아냐.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그 수업을 다시 들으면 충분히 잘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비록 지금 당장은 일이 안 풀릴지라도 내 인생을 낙관적으로 봐. 사실 크게 내 인생에 관심이 없어."




계획, 완성도를 기하는 철두철미한 자세도 좋다. 그렇지만,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일단 지원해 보고, 지원하다가 힘이 들면 잠깐 근처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앞이 막힌 것 같으면 옆길로도 가보고, 미라클 모닝 하다가 지치면 늦잠이나 낮잠도 자보고, 가끔 농땡이도 치고, 종종 투덜거리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도 좋잖아. 텅 빈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외부의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부러지는 대신 흔들거리며 춤을 출 수 있겠지. 브런치 글도, 구직도, 인간관계도 좀 미흡해도 돼.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지나치게 진지하고 비장한 태도야, 우리 이제는 조금 멀어지자, 안녕!



작가의 이전글 GRE 독학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