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걱정과 응원, 코로나 확산

by Su


2020.03.16 - 코로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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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5분 거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20명이라니. 그 소식을 듣고 며칠간은 과천에 숨어서 공부하기로 했다. 집에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작년에 사두었던 책들을 드디어 펼쳐 읽을 수 있다는 게 작은 기쁨이었다. 그동안 헬스장도 못 가고, 외출도 자제해야 하니 자연스레 책에 더 몰두하게 됐다. 서울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는 서울대공원 호숫가 산책이다. 집 근처에 이렇게 탁 트인 산책 장소가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행운인 것 같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청량한 월요일 오후, 엄마와 동생과 함께 호숫가 산책을 나갔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답답했던 것인지,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활기가 넘쳤다. 강아지들까지 모여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만히 산책을 하면서 하늘도 호수도, 마음도 파랗게 빛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2020년 봄, 나중에 이 시간을 되돌아보면 우리의 푸르름이 이미지로 선명하게 남을 것만 같다.


이제,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는 단골 카페에서 프랑스어와 알고리즘 공부를 했다. 스카이프를 통해 파리에 있는 남자친구와도 소통하며, 프로그래머스에서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은 처음이지?'를 빨리 끝내고, Coursera의 Algorithm Specialization 강의를 듣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공항이 폐쇄되고, 국경도 거의 닫혔다. 100명 이상 모이는 어떤 모임도 금지됐고, 직장인들까지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심지어 군인들이 길거리를 순찰한다니, 상황이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 같았다.





2020.03.20 - 안락함 vs 간절함


부모님과의 시간은 좋았지만, 당분간은 집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집이 주는 안락함이 오히려 내 간절함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아마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남아 있는 듯하다. 부모님의 걱정과 우려 때문에 내 멘탈이 흔들리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자기 관리 능력은 감정을 제어하고, 나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좋은 행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내가 스트레스를 담아두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대화 중에 정신력이 약해진 모습을 보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멘탈 흔들릴 때마다 멈추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메릴 스트립의 말처럼 "행복과 성공의 공식은 단순하다. 단지 자기 자신이 될 것." 내 선택에 강한 오너십을 가지고, 누구의 걱정보다 나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며 나아가야 한다. 비록 그것이 헛스윙이 될지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2020.03.22 - 부모님과의 소통


며칠 전 아빠와 대화에서 마찰이 있었는데, 아빠는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다. 부모님이 나를 가장 생각해 주신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이사 간다고 신나게 떠들었겠지만, 지금은 부모님의 모습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부모님이 새로운 집에 설레어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한국을 떠나면 자주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아 짠했다. 30년 동안 일하시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곧 부모님을 위해 더 많이 힘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과천 대공원을 동생과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제 동생이 가장 친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2020.03.24 -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


오늘 아침에는 7시에 일어나서 긍정적인 확언을 하며 대학 도서관에 갔다. 하루의 시작이 정말 중요하다! 기분 좋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알고리즘 공부에 집중했다. 알고리즘 강의가 질척거렸던 이유는 외적 동기가 없어서였다. 시험, 수료증, 마감 기한이 없으니, 성과를 내기 위한 외부 자극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고리즘 강의는 정말 좋은 강의였고, 이제 내적 동기를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책 읽기, 프랑스어 공부, 블로그 포스팅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지만, '공부'에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4월에는 외적 동기를 적절히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된다. 경제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 노후를 대비하는 것.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가는 것이다. 나부터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내고, 나를 먹여 살릴 능력을 기르자.





나에게 쓰는 일기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불안하고 외롭기도 하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네가 내린 결정에 대해 너 스스로 지지해야 한다는 거야. 내일부터는 다시 루틴 대로 하루하루에 집중하면서 잘 살아보자. 부모님이 지금 당장 너의 꿈을 100% 이해하고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걱정은 너를 아끼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거란 걸 이해해야 해. 네가 그 길을 가는 데 필요한 힘은 결국 네 자신에게 있다. 너의 인생을 살되, 부모님의 입장도 이해하고 챙길 수 있는 큰 사람이 되길 바라. 그리고, 빅터 프랭클도 말했잖아.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인생의 승부는 길게 봐야 한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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