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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느티나무 Nov 09. 2020

<설화> 가난한 집안의 며느리와 쥐(鼠)2

설화의 재탄생

구멍을 내어, 내다 본 정줏간 부뚜막에 뭔가 시꺼먼 게 절그럭 절그럭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게 다 무엇일꺼나?"


놀란 눈을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봤지만 며느리가 알 턱이 없었다.

그 사이, 제법 투실투실한 궁뎅이가 들썩거리더니 돈 꾸러미를 끌어다 두었다. 이번에는 하나도 아니고, 두 꾸러미였다.

다 끌어 놓았다 싶더니 잠시 '피유~'하며 큰숨을 내쉬더니 좌우를 살피는 것이었다.


"저런, 쥐로구나."


"어머니, 쥐치고는 너무 커보여요."


속닥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모양인지 앞발을 모아 몸을 세우더니 귀를 쫑긋거렸다. 그랬더니, 냅다 정줏간 바닥으로 내달렸다.

내뺀 걸 확인하고 나서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두 고부는 부엌으로 향했다.

다시 볼 것도 없이 부뚜막에는 돈 꾸러미가 있었다. 이쯤되고 보니, 이것은 필시 하늘이 불쌍히 여겨 자신들을 도우라고 했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아침에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면서 시어머니가 말했다.


"이애, 며늘아, 이러고 보면 이게 참, 하늘의 은덕이 아닌가 싶구나."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이 굽어 살피셔서 서(鼠) 서방을 보내어 이리 좀 챙기라고 하셨나 보다."


"네, 어머니. 분명히 무슨 연고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 그러니 어쩌겠느냐. 하늘이 내려 준 은덕을 생각해서 잘 써야겠구나."


그날부터해서 우선 양식이 너무 급했으므로 저 시오리 길, 장터까지 나가 양식을 구하고, 오는 길에 자반 떨이를 하는 거 봐서 들여 놓고 했다.


"며늘아, 여기 내, 장 좀 봐 왔다."


"우선, 급한 대로 이걸로 때를 좀 떼우자꾸나."


"아참, 이건 우리헤는 아니고, 저 서 서방 몫인데 이건 좀 구녕 앞에 두자꾸나."


그러면서 손에 건넨 것이 보니, 소고기였다. 앞서 자반을 들고 오다가 너무 고마웠던 모양인지 돌아오는 발걸음을 돌려 푸줏간에 들렸던 것이다.

고방 문턱에 서 서방을 위해 고기를 놔 두고, 고부 둘이서 오랜만에 푸짐하게 식사를 했다.

따뜻한 방에 들어 앉아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나니, 세상 근심이 없어지는 듯했다.


"영감, 영감 어디 계시든지... 몸 잘 챙기시오. 아들아. 너도 아버지랑 어찌하든지 이 어려운 세월, 잘 견디려무나."


"우린, 어찌어찌하여 하늘의 도움을 받는 게로 오늘 따듯한 밥을 짓고, 자반으로 찬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자신들만 따뜻한 밥에 기름진 반찬을 먹는 게 아닐까, 고맙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한 밤이었다.



그렇게 한동안이나 쥐가 물어다 준 돈 꾸러미 덕분에 살림살이가 퍽 나아졌다. 그러나, 살림살이가 나아진 데에는 어디 그런 이유뿐이었을까? 쥐가 물어다 준 '돈 꾸러미'라는 요행을 살뜰히 살펴서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알뜰함과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늘 가져다 줄 것으로 흥청망청한 삶을 살았다면 지금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룰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같이 드나들던 날, 올 시각이 되었는데 영 오질 않아서 걱정스러워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튿날에도 오질 않고, 그 이튿날에도... 그러던 것이 하마 달포쯤이나 되었다.

그 사이, 걱정스러워 여기저기 방문을 띄고, 방물장수든지 소금장수든지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수배도 여러 곳을 하였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계십니까요!"


"뉘시오?"


"찾으시던 짐승이 아무 데, 어디 어느 곳에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전하러 왔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바가지 가득, 물을 건네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앞에선 기름 장수가 손에 바가지를 건네 받은 채로 말을 이었다.


"요 앞, 샘골에서 넘어오는 길인데요... 앞서 숯가마  터에 잠시 등짐을 풀고 있자니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며 말을 트는 것이, 자기는 어드매, 아무개라고 하는 사람인데 그쪽에서 그 쥐 같은 것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 글쎄... 덫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꺼내주려고 하면 어찌나 사납게 앙칼지던지..."

  

"똑, 쥐 같이 생기기는 했는데.. 덩치가 고양이 만큼....아니지... 아무튼 꽤나 큰 나무 등걸 만큼이나 컸습니다."


설명하는 모양새가 자기네 부뚜막에 돈 꾸러미를 물어 놓은 쥐에 대한 설명이었다.

바로 이튿날 새벽부터 걸음을 놓아, 오후쯤 되어서는 기름장수가 말하던 곳에 당도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아무개라고 소개를 하니 그 덫이 있는 곳으로 길을 안내하였다.

털이 다 빠져 버리고 입이 터져서 피가 흘렀지만 틀림없는 서 서방이었다.


"아이고, 서 서방... 어찌하다 이리 되셨나."


시어머니는 바닥에 주저 앉아 그만 울어버렸다. 며느리도 그 상황을 보고 겨우 울음을 참고는 사람들에게 얼마 간의 돈을 주고 덫 째로 가져왔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 다시 한번 시어머니가 울었다.


"아이고, 이게 무슨 변고요..."하며 땅을 치고 울었다.


"얘야, 그걸 이리다고. 여기에서 풀어주자꾸나."


"네, 어머니."하며 건네 주고는 두 고부가 산자락에 그 쥐를 풀어 주었다.


"이제는 힘들게 돈 꾸래미랑 가져다 주지 말고, 너 몸 건사하며 행복허니 살아가려무나."


그 말을 하며 덫 문을 열어주니 살금살금 나와서는 산으로 내빼는 것이었다.


"다행이에요."


"그래, 그나마 다행이구나."


먼 길은 다녀온 고부는 몸이 고단했는지 저녁도 뜨는 둥, 마는 둥 곤하게 잠이 들어왔다.

그리고 새벽녘 군불을 넣으러 간 며느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머니!"


"어머니... 나와보세요!"


부뚜막에는 가만히 드러누운 채로 숨을 거둔 쥐가 있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그만 죽어버렸나 봐요."


"그러게나 말이다. 겨우 겨우 여기를 찾아온 모양이구나."


"이애 며늘아,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서(鼠) 서방에게 받은 게 있으니 이렇게 놔 둘 게 아니다." 


"아가, 마을에 내려가서 명주 일곱 필만 끊어 오너라."


"아니다, 내가 직접 다녀오마."


며느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시어머니는 당신이 직접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새하얀 명주 일곱 필로 쥐를 염하고 장사를 크게 치뤄주었다고 한다.



설화 속에는 가난한 살림을 도와 주는 동물들이 퍽 많이 나온다. 대개의 경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다. 그리고, 깊은 산골에 사는 경우에는 호랑이가 그 역을 맡는 경우도 많다. 그밖에 노루나 여우 등도 있는데 쥐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내용이 신비로와서 옮겨 본 것인데...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온전히 옮기는 일이 퍽 힘들었다.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손을 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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