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구멍을 왜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
좋은 삼촌 되는 법이란?
"큰아빠가 만든 닭고기 먹고 싶어요."
엊그제 놀러온 첫째 조카 민이(앞서 일화에 등장하는 편지 쓴 동생의 큰아들)의 말이다.
계절을 타는 나이 탓인지 소고기가 몹시 먹고 싶던 나는 그걸 취소하고 닭고기를 주문했다.
어제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닭을 찾았다.
"엄니, 닭 어딨어유?"
조카에게 뭔가를 해 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흐뭇한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먹으려고?"
"탬니 해주려구요."
"... ..."
"그게 아닐 텐데."
대답이 없으시던 엄니가 하신 말씀에 가슴이 덜컥했다.
"아..."
치킨너겟.의 이미지가 뇌리를 스쳤다.
맞아.
닭다리를 원할 리가 없지.
별수없이 위에 사진처럼 구운 닭다리를 들고 엄니가 찾아가셨다. *동생네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 8층이다. 우린(엄니와 난) 6층.
잠시 뒤 카톡으로 사진이 전송되었다.
다행이었다.
큰조카는 물론 막내까지 하나씩 입에 물고 있구나.
나중에 집에 오신 엄니의 전언.
평소 남의 말투를 잘 흉내 내신다.
탬니 : "어? 이게 아닌데..."
제수씨 : "그래도 큰아빠가 만드신 거니까 먹어보자."
탬니 : "먹어 볼게요."
탬니 : "으응??, 맛있다."
라고 전해 주셨다.
오늘까지 한 스무 번은 더 물어본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엄니는 목소리를 달리 해가며 잘 들려 주신다.
내 바로 곁에는 다섯살배기 조카가 있는데 이런 얘기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영감님 같다.
그러다가 한다는 말이 빨대를 저기(우유.라는 글자)에 뜷어 달란다. ㅋㅋㅋㅋ
자고로 삼촌들은 장난감을 만들어 줘야 할 뿐 아니라, 이제 20kg이 넘는 조카를 안고 '높이 높이'도 해 줘야 하며 입에 맞는 음식도, 이를 테면 닭다리, 동물쿠키...몇 가지는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아, 그리고 우유갑에 원하는 구멍 정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