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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A Feb 12. 2022

'배드 파더스'가 가리는 것들

독박육아의 수혜자들





유명 스포츠 스타 겸 방송인 출신 한 남성이 이혼한 전 부인에게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서 감치 통보를 받고 하루만에 양육비 일부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는 현 부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목 잡혀 있는 양육비를 꼬박꼬박 잘보낼수 있게 과일팔이를 더 열심히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발목이 잡혀있다. 이게 대다수의 이혼 남성들이 양육비를 대하는 자세라면 참 안타깝다.

자녀를 계획할 때, 자녀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책임질 보호자라는 자각을 하지 못한것인지

어디 천재지변이나 협박이라도 있어서 강제로 아이를 출산한것인지 되묻고 싶다.



양육비 지급은 '아까운 돈'이라는 인식은 양육비를 지급할 일도 없는 2030 남성들에게도 만연해보인다.

그들이 그렇게 죽고 못사는 꽃뱀 꼬리표를 양육비를 지급받는 여성들에게도 붙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럼 생살을 찢고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되어가며 아이를 기르고 이혼후 실질 소득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지는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착한 엄마 소리를 듣기 위해 쫄쫄 굶어야 옳은 것일까. 자녀까지 굶기면서 말이다.





<이혼 혁명>의 저자 레노어 와이츠먼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혼 후 남성의 생활 수준은 보통 올라가는 반면 여성과 미성년 자녀의 생활수준은 급락한다. 이혼 남성의 수입은 평균 42퍼센트 증가하는데 이 숫자에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직간접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인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의 수입은 평균 73퍼센트 떨어진다. 이 책은 아주 많은 수의 이혼 남성들이 자녀를 돌보는 데 필요한 기본 비용을 겨우 대고 있으며 이마저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80년대 미국에서만 해도 양육비를 실제로 청구해 받아낸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전남편의 신상을 공개해 법적 다툼을 하면서까지 양육비 전쟁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이혼, 특히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 후 이혼이라는 꼬리표는 여성의 커리어에 치명적이다.

어지간한 전문직이 아닌이상(전문직이라고 해도) 이전의 경제적 수준으로 커리어 복귀가 불가능에 가깝다.

출산휴가만 다녀와도 책상을 빼라는 압박을 받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현실에서

남성은 이혼 후 커리어면에서 전혀 마이너스 요소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드 파더스'라는 조어는 현실의 심각함을 반감한다.

나쁜 아빠라고 하면 주말에 놀아주겠다는 약속을 어긴다든지, 화를 참지 못하고 실언을 한다든지,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하는 이를 도덕적으로 나무랄 때나 쓸법한 표현이다. 이 '배드'라는 형용사는 법적인 의무, 도의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무책임한 범법자에게 쓸만한 표현이 아니다.


배드파더스의 존재 자체는 진짜 '별로인 아빠'들에게도 좋은 방패가 된다.

여성에게 독박육아를 떠맡겨놓고 혼자 자기계발에 열중이거나 더 심하게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집에 게임룸 같은것이나 차려놓길 바라는 배나온 피터팬들은 "그래도 내가 저런 자들보다 낫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며칠전 이케아 푸드코트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다.

한 아기엄마가 세 아이의 돈가스를 잘라주며 자신은 한입도 먹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싸우는 아이들을 붙잡느라고 정신을 거의 놓은것처럼 보였다. 휴일에 엄마 혼자 왜 세 아이를 데리고 여기까지 와서 고생을 할까 싶었는데 웬걸 남편으로 보이는 자가 바로 앞자리에서 자기 돈가스를 열심히 썰어서 본인 입으로 배달하고 있었다. 자녀계획, 가족계획이라는 말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 낳는데 정자 하나밖에 기여한게 없는 사람이 세상에 너무 많다. 정자 한마리 거슬러주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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