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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A Mar 08. 2022

세계 여성의 날, 윤지선 교수와 연대합니다

벌레라는 말도 감지덕지해야할 사람들

114주년 세계 여성의 날인 2022년 3월 8일.

대한민국 여성의 기본권은 아직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글을 못배우던 시대도 아니건만

여성 학자가 누려야할 학문의 자유는 극우 유튜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여성혐오자들의 아우성이 실제로 여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까닭은 정치권이 이를 악의적으로 정쟁에 이용하고

학계가 줏대없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정말이지 '차별해도 괜찮은 존재'이기 때문에 차별당하고 있다.


언제나 여혐이 먼저였다: 벌레충의 시작


윤지선 가톨릭대학교 교수의 철학논문에서 저자는 최근 한국 남성들의 세태를 관찰, 분석하면서

'관음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변모 양상을 곤충의 메타포를 활용해 분석했다.

이 맥락부터 접한 많은 사람들은 이 메타포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관심이 없는듯 보인다.


이 논문을 보면 한국 남자를 벌레로 폄하하는 한남충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데

그 역사를 되짚어보자면 메르스라는 호흡기질환이 세계를 강타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요약하면, 한국의 1호 환자를 두고 언론과 카더라통신은 근거없이 이 환자가 여성일것이라고 가정했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개념없는 젊은 여성/아줌마 가 가지말라는데 중동까지 가서 낙타를 만지고 왔다'라는 허공에 주먹질이 시작됐다.

이런 포효는 어느덧 '이래서 된장녀가 문제', '한국 여성은 허영심이 많고 성형이나 한다' 운운하는 전반적인 여성혐오로 번졌다.

그간 이런 공격이 일상의 한조각인줄 알고 받아들이고 살던 여성들은

첫 환자가 남성 노인이라는데 다소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럼 우리는 아무 이유없이 무슨일이 벌어져도 액받이 인형처럼 욕을 먹고 있었던 것인가? 왜? 내가 잘못한게 없는데?

이러한 물음은

웹사이트 디씨인사이드의 메르스 관련 게시판인 '메르스 갤러리'에서 터지게 된다.

이곳에 삼삼오오 자발적으로 모인 여성들은

왜 우리가 욕을 먹어야 하는가 라는 분노를 거칠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거친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사용했던 언어는 고작 '김치남'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이버 여론전에 빗대면 김치남은 굉장히 순하게 들린다.


디씨인사이드의 운영자가 사태를 부채질했다.

3일천하. 만 3일이 되지 않아서 이 사이트 전체에서 '김치남'이 입력불가한 키워드로 등록됐다.


그 순간을 각성의 순간으로 꼽는 여성들이 많다.

이 사이트에서는 그때도 그렇고 여전히 각종 여성혐오, 폭력적으로 여성을 공격하고 위협하는 키워드가 버젓이 허락돼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신체부위에 전구를 넣고 깨버리겠다', '여자는 삼일에 한번 때려야 한다' 등을 줄인말이 확대재생산된 공간도 이곳이다.


다시 메르스 갤러리로 돌아와서 일부 한국 여성 누리꾼들은

김치남이 싫다면 '씹치남'을 쓰겠다, 씹치남도 금지먹는다면 '한남충'을 쓰겠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 말 역시 몇건의 명예훼손과 모욕 소송을 통해 쓰면 안되는 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거대 에스엔에스에서

쓰면 계정 정지가 되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여성들은 여전히 자신을 검열한다. 충이라는 불쾌한 접미사를 뺀 '한남'자체가 욕처럼 쓰이고 있는 배경이다.

"너 한남이야?"라는 말은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모욕이다.

"너 ㅇ(국가를 표시하는 줄임말)남이야?"를 들은 해당국가 남성은 딱히 화내지 않겠지만

한국 남자들은 '한국남자는 맞지만 줄여써서 부르면 큰일이 난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존재', 즉 '줄쓰큰'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의 코미디다.


코미디가 마냥 웃을수 없는 까닭은 현실의 아픔을 담고 있어서다.

이때 문제의 유투버가 등장한다.

본인의 이름에 하이루를 합성해서 '보이루'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그들은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이 말이 쓰이는 용례는 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지나치게 여성혐오적이었다.

게임 플레이중에 여성 플레이어가 들어오거나 보이스톡으로 상대가 여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으레 '보이루'를 외치는 남성 유저들은 예사였다.


나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남자 어린이들이 '보이루' 운운을 들으라는듯이 비하 단어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을 엄마 앞에서도 쓸수있는지, 엄마가 그런말을 밖에서 듣는다면 어떨거 같은지 물어봤을때

초등학생들은 죄송하다며 얼굴을 붉혔다.

나는 사과받고 싶은게 아니었다.

그때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청소년은 들으라는듯이

"참나..핫참"을 연발하더니 내려버렸다.

할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지만 그는 헤드셋을 눌러끼고 빠른 걸음을 옮겼다.

인터넷 공간의 여포, 인셀이 바로 그런 부류일것이고 그런 부류를 재생산한다.

현실에서와 달리 인터넷 공간에서 혼자 망상끝에 만들어낸 가상의 꽃뱀, 가상의 된장녀를 만들어내고

자신에게 여성이 할당되지 않았다고 분노 끝에 언어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그런 인간형은 대한민국 사회의 실제 위협이 되고 있고

그런 인셀들이 이제는 젊은 남성의 상당수를 차지하고있다.

우선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단 헤비유저의 절반 이상이 인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사람들을 분석하기 위해 가치중립적이고 누가 들어도 불쾌하지 않을 말을 쓰는 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한국 남자들은 자신들을 호명하는 거친 언어가 생기기 전까지 단 한번도 움츠러든적이 없다.

이제와서 피해자 연하며

"남자도 여자도 싸우지말자", "우리를 모욕하지 말라"고 해봤자

글쎄...좋은말로 할때 반응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윤지선 교수의 논문은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고 실제로 논문을 읽어보았는지 키워드 하나 듣고 들고일어난것인지 의문인 남성들은

윤 교수가 근무하는 학교 앞에 찾아갔고

정문앞을 점거하고 메가폰을 틀고 고성으로 욕설을 남발하고 재차 저자를 욕으로 호명하며

"나와 성관계를 하자"는 요지의 성적 모욕까지 일삼았다.

이때 경찰이 한 반응은 "사전신고한 집회라 막을수없다"정도였다.

이 사람은 정말 남성인권운동가일까 아니면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혐오는 물론 어떠한 논란이라도 조회수 장사를 위한 장사도구로 보는 사이버 렉카일까


여성의 발언은 그것이 학술작업이든 개인적 발화이든

남성의 심기를 거스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단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이 잘 보여줬다.

윤지선 교수의 논문을 게재한 학회에 윤 교수의 연구비 중단이 포함된 제재안을 요청한 공문이 도착했다.

이 사실은 국민의힘 대변인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문제의 대변인은 "이 논문을 모니터링해왔으며 (공문을 보낸 특정) 학회와 소통해온 성과"라고 이 사건을 요약했다.


학술논문이 학술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학계에서 판단할 일이다.

일부 여성혐오자들이 아무리 우긴다고 자기 기분이 나쁘다고 아무리 나동그라져 소리쳐도

학문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

그들이 윤지선 교수에게 가했던 성적 모욕, 실제로 윤지선 교수의 온라인 강의 주소를 디씨인사이드에 뿌려 외부인들이 온라인 강의실을 점거하고 성적인 모욕, 고인 비하 발언 등 패륜적 행위를 해서 재판에 넘겨진 행위들, 온오프라인상에 한 여성 교수를 해하겠다는 위협을 지속한 것은

어느덧 하나의 놀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이 검거되고 나면 내보일 반응은 뻔하다

죄송하다, 반성한다, 안그러겠다

사회는 이런 벌레들을 키워내고 있다.


윤지선 교수의 논문이 특정인을 거명하며 벌레라고 비하한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윤지선 교수의 에스엔에스 계정에 논문이 친절히 실려있으니 읽어보라)

공문은 윤 교수의 논문이 마치 특정인을 명예훼손한것처럼, 그래서 연구자의 주된 수입원인 연구비를 끊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이 세계여성의 날 하루전, 그보다 더 정확하게는 대통령 선거 이틀전에 알려진 일은

한국에서 여성 유권자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한국에서 여성혐오가 어떻게 정쟁의 도구가 되어가고

인셀을 결집시키는 손쉬운 방안이 되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성들은 결코 당신들을 성적으로 모욕하거나 찾아가서 테러하거나 죽이지 않는다.

이 순간에도 본인 주장으로는 여자친구라고 하는 여성을 죽이고 그 시신옆에서 며칠간 밥을 먹다 잡힌 남성은 멀쩡히 숨쉬고 있다.

그런 사건에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나보고 지금 벌레라는거야? 그런거야?하고 분연히 떨쳐일어나고 싶다면

아마 본인 생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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