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개미
김은
얼마 전 새로 들였다는 둔탁한 메탈색 짐승이 내 앞에 놓였고
요사스럽게도 지금 그가 온몸을 흔들며 울컹거리는 밤
야근하고 눅눅해진 나를 이것이 한입에 삼키고 돌아선다
더운 숨통이 출렁거리는 네모난 손금 위로
나는 그의 뜨거워진 허공의 진맥을 짚는다
도대체 그의 어디를 닦아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접어진 어깨가 웅얼거리는 어둔 복도와 산소통에 물린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살리던 너의 카운트, 그리고
두 개로 벌린 가슴뼈가 소리없이 열리는 그날의 차가운 스텐수술대가
차례로 일렁이며 내 곁을 서성인다
먹고 토하기 위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이 무간지옥
어쩌면 자궁도 같기도 한 이 흉곽 속에서 나는
진공과 허공을 반으로 살살 가르며 어둔 헤엄을 쳐야 한다
상승해야 하는 것들은 바닥에 매달려 차례로 졸랑거리고
슬퍼진 것들은 그렇게 부러진 갈비뼈처럼 튀어나온 것들을 꾹
눌러주어야만 남김없이 들어간다는 그들의 수다를 엿듣는다
지분대는 몸은 비상버튼 속에서 상기되고
나는 그의 안쪽을 과감히 열어 수줍게 숨어진 그것들을 꺼내 들어야 한다
찢어진 벽 사이로 달아오른 비상뿔이 보인다
아차 목에 걸린 염주가 그만 기도에서 동그랗게 덜컥거린다
이제 그는 달려가는 녹색의 나를 토해내고
이 밤에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설 것이다.
문예지 [시세계] 2016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