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비 오는 구름
김은
발뒤꿈치에 비가 묻은 채로 돌아왔다 난 그토록 많은 기억을 잠들게 했던가 죄책감으로 아로새긴 손바닥 손금을 세게 폈다가 쥔다 신발에 수많은 작은 生이 득실거린다 비로부터 빠져 나온 세포들 신에 달라붙은 끈질긴 내 체세포들 그 입자들은 이미 분열을 거행한 지 오래다 그래 나만 몰랐는지도 모른다 오직 나만이 망각의 神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안에서 제 살을 뜯는다 그러나 이미 내 세포들은 작열을 끝낸 지 오래다 다만 반복과 싸움의 연장선일 뿐
매화빛 산성비가 오는 날
난 거리에 수많은 세포들을 잃어버리고 돌아왔다
결국 남은 것은 빗살에 타다 남은
그저 거짓 같은 살코기뿐.
문예지 [문학세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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