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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Jul 01. 2024

무의식의 상자를 열어

왜 눈을 뜨지 못했나요?

지난주 금요일, 첫 최면치료를 받았다. 잠재의식, 무의식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전에는 믿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던 중, 큐영인가 레오제이인가가 브이로그에서 최면을 통해서 전생체험을 하는 영상을 보고 나도 찾아서 예약을 걸었다.



2018년쯤, 나는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완치된 줄 알았지만 다녔다가 또 안 다녔다가, 약을 먹었다가 안 먹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늘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도 가끔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다시 뛰던 페이스로 회복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요즘은 그 작은 돌부리가 뭘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나를 자꾸 넘어지게 하는 이것은 대체 뭘까?


선생님은 내게 잠재의식을 이렇게 표현해 주셨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탁자 앞에 내 눈물 닦은 휴지가 있었다. 그 휴지를 보여주면서 선생님은 눈에 보이는 이 휴지를 의식이라고 한다면, 서랍을 열어 휴지를 안으로 넣어버리곤,

    "다현 씨가 급하게 와서 내가 휴지통에 버리진 못하고 안 보이는 곳에 이 휴지를 치워버렸습니다.

    이 휴지는 없어졌나요?"

    "아니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대로 존재하죠. 이게 잠재의식입니다.

    최면 치료는 이걸 꺼내서 휴지통에 버려줍니다. 또는 필요한 것을 다시 서랍에 넣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전생 체험을 하러 갔다가 가격이 조금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시간 권으로 치료를 받아보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 이야기 때문이었다. 나도 내가 자꾸 넘어지는 이유가 궁금하고, 그 돌부리를 뽑아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만 있다면, 내가 다시 걸려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 80-90%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를 받던 분들이 오신다며 어쩌면 나한테도 세션이 정해져 있는 최면 치료가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심리치료를 결정했다.


최면을 받는 중에 선생님이 내 서랍에 무엇이 있나 열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은 내게 허락을 맡고 내 미간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인체에 무해한 본드를 미간에 바르겠습니다."

    "본드는 점점 더 깊이 스며들어 눈 사이사이에 들어갑니다."

    "눈을 떠보세요, 눈을 뜰 수 있나요?"

    "아니요."

    "왜 눈을 뜨지 못하나요?"

    "제가 그렇게 믿으니까요."


내 잠재의식을 열어보곤 선생님은 내게 지혜롭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최면사가 훌륭해서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잠재의식, 무의식에 관한 책을 적어도 10권은 넘게 본 나도 궁금해진다. 내 무의식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말이다.


상담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인상 깊은 내용들을 공유하며 치료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선생님과 상담 안에서 벌써 내게 필요하지 않은 생각을 3개나 찾았다. 그래서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는 내게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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