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로나,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져온 색다른 일상
삼색이는 아침과 저녁, 사람이 별로 없을 때에만 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경계가 매우 심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 고양이를 위한 음악도 찾아서 틀어준 날도 있었다. 아침에 새로 밥을 채워주면 내가 갈 때까지 입도 대지 않고 쳐다보고만 있다가, 내가 문을 닫고 나가면 그때서야 밥을 먹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이지 문을 열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냥펀치를 날리곤 했다. 삼색이의 발톱을 피하기 위해 고무장갑을 껴보기도 하고, 삽을 방패 삼아 밥그릇과 물컵을 조심스레 내려놓곤 했다. 아차 하는 순간 손을 제시간에 빼지 못하면 손등에 이미 스크래치가 나 있었다. 손등에 난 피를 여러 번 보고 나니, 화가 훅 하고 올라오는 순간도 있었지만, 2주가 넘게 아침저녁으로 인사하며 밥을 주었더니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성격이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성격이 똑같은 고양이는 없다. 앙꼬처럼 앙칼지고 독립적인 고양이도 있고, 쫄보처럼 겁이 많아 보여도 느긋한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삼색이처럼 한없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고양이가 있다. 주변의 다른 캣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밥을 규칙적으로 주면 먼저 다가와서 머리를 부비대는 고양이도 있다고 하던데, 삼색이는 어째서 한 달 동안 매일 내 얼굴을 봤으면서 매번 하악질로 인사를 대신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대 손등을 맞고 난 다음 날이면, 삼색이가 있는 케이지를 열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곤 했다. 내가 겁먹었다는 걸 알아챈 삼색이는, 더 세차게 앞발을 들어 케이지를 쾅쾅 내리치곤 했다. 그것이 내가 가진 두려움, 그리고 삼색이가 가진 두려움에서 오는 것을 나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 오히려 명랑하게 말을 걸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담하게 손을 뻗어 밥그릇과 모래 상자를 치울 때면 한쪽 구석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물론 방심하는 날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한 번씩 냥펀치를 날려주는 세심한 삼색이었다.
공간과 사람이 조금 익숙해지자 삼색이는 서러운 목소리로 애옹애옹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가 밖에서 삼색이를 꼬셔내려고 하던 노란 수컷 고양이의 발정기를 불러올 거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삼색이가 추위에 기력이 없어 2층에서 떨어졌던 겨울을 지나 기운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따뜻한 봄이었다. 봄이 되면 암컷 고양이의 발정기가 시작된다. 삼색이의 울음에 반응한 노란 고양이는 매일같이 와서 함께 목청껏 울다가 작업실 주위에 마킹까지 하고 갔다. 주변에 자기의 존재감을 너무나 과시하면서 삼색이를 부르던 그 고양이에게는 "난봉"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