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로나,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져온 색다른 일상
지난 마지막 이야기 01편은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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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에서 다시 포획틀을 빌려와서 삼색이를 잡아보기로 했다. 포획틀 사용 방법을 다시 한번 꼼꼼히 배우고, 포획틀을 설치한 밤이었다. 새벽 2시에 날카로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나를 깨웠다. 버둥버둥거리면서 덜거덕 거리는 소리도 함께였다. 삼색이인가 싶어 새벽에 나가서 포획틀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동안 주변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고양이가 흥분한 상태로, 포획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모르는 고양이라 너무 당황한 나는 이 상황이 무서워서 일단 집에 들어가 버렸다. 고양이는 계속 울면서 발버둥 쳤다. 고양이는 눈을 가리면 흥분을 가라앉힌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담요를 덮어두었다. 살짝 조용해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울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침까지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이렇게 큰 소리로 울어대면 이웃들에게 민폐가 되겠다 싶어 두려운 마음을 추슬러가며 포획틀을 들고 작업실에 내려갔다.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을 포획해서 중성화를 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봐서, 포획이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야생의 동물을 잡은 격이었다. 나가고 싶어서 있는 힘껏 케이지에 몸을 부딪히다가 코와 발톱에 상처가 난 것이 보였다. 이건 잡아서 지켜보는 사람과 안에 갇힌 동물 모두 괴로운 일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아침이 왔다. 카라의 길고양이 TNR 사업은 미리 계획한 지역으로만 나가고 있어 일반 시민이 포획한 길고양이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수소문하다가 구청에 전화를 했더니, 이미 잡은 길고양이면 바로 와서 데려가 중성화를 시켜준다고 하셨다. 중성화 담당하시는 분이 차로 고양이를 데리러 오셨다. 차 안에는 다른 지역에서 포획한 길고양이도 있었다. 수컷이라 오늘 수술하면 바로 다음날 방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얼굴도 모르던 그 고양이는 중성화를 한 후 돌아왔다. 포획틀을 빌리고, 고양이가 잡히고, 중성화 수술을 하고, 방사를 하고. 단 이틀 만에 일어난 소동이었다. 잡고 싶던 삼색이는 오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밥 먹으러 오는 삼색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앙꼬와 싸움하던 삼색이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삼색이가 안 잡힌다면 수컷인 난봉이라도 잡아야겠다 싶어서 지난번에 중성화하러 와주셨던 분께 연락을 했다. 포획틀을 세 개나 놓고 이틀이나 기다려봤지만 잡고 싶은 난봉이는 밤새 포획틀을 쳐다만 보고 있었고, 이번에도 또 모르는 고양이가 와서 잡혔다. 밥 먹으러 이 쪽에 오는지도 모르는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잡히다니, 여기엔 정말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드나드는 것인가.. 새삼 놀라웠다.
결국에는 삼색이와 난봉이 모두 잡지 못하였고, 아직도 삼색이는 간간히 밥을 먹으러 이곳에 오는 것 같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조용히.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삼색이가 케이지 안에 잡혀있을 때보다 훨씬 얼굴은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충분히 건강해졌기에 우릴 피해 그렇게 도망가기도 하고, 앙꼬와 싸움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네가 원하는 것이 안전한 집보다는 간섭받지 않는 자유라면, 그렇게 지내는 것이 삼색이의 삶이 아닐까 싶다. 아팠을 때 너를 보살펴주고 밥을 주었던 이 곳을 잊지는 않았으면 해서 항상 저녁마다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는 꼭 채워둔다. 삼색이도 먹고, 난봉이도 먹고, 그리고 얼굴을 모르는 고양이들도 와서 먹는 것 같다. 살금살금 몰래 왔다가도 좋으니, 가끔 건강한 얼굴이라도 보여줬으면. 다시 추워진 이 겨울, 유난히 삼색이 생각이 자주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