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RI Feb 28. 2021

새해니까, 새벽 요가 수련

정수련의 단련일기

10시 출근하는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른 아침에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항상 늦잠을 선택했다. 아침의 분주함이 싫었고, 늦은 출근이라는 좋은 핑계가 생기자 마음 놓고 아침에 게으름을 부렸다. 지난가을에는 요가원에서 새벽 수업이 열렸었는데, 당연히 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눠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시간이 그렇게 좋다고 들었는데도.


2021년 새해가 밝았다. 2021년 새해에도, 오프라인 요가 수업은 열리지 않았다. 12월 내내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 근처 반경 1km도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았었는데, 요가 수업마저 없는 한 달이 되어가니 몸이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외부의 개입으로 움직임이 제한되자, 갑자기 나는 1월의 온라인 새벽 요가 수련을 덜컥, 신청해버렸다. (#새해 #단련일기 #배나옴 이라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수업 시작은 5시 50분. 온라인으로 집에서 참여하는 수업이기에 나는 10분 전인 5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두었다. 너무 오랜만의 새벽 움직임이라서 그런지 꿈에서까지 일찍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나를 발견했다. 세수도 하지 않고, 편한 옷을 입은 채로 요가 매트만 펴면 요가 수업이 시작된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아침에 어딘가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새벽 요가수련을 결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갓 잠에서 깬 몸을 움직이려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벽이다 보니 선생님도 주로 앉아서 하는 동작, 비틀기 동작 위주로 진행을 해주셨지만 겨울 아침의 내 몸이 이렇게도 뻣뻣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40분 남짓의 수련이 끝나고 나니 시간은 아직도 6시 30분. 재택 출근을 하기까지도 2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수련이 끝나고 졸리면 다시 잘 생각으로 요가를 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몸과 정신이 또렷하게 깨어나서 잠이 오지는 않았다. 새해 첫 주 월요일 새벽에 깨어 있는 내 모습이 자랑스러워 일기장에도 적어두었다.


무려, 새벽 6시 37분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곡을 틀어두고
요가 후 일기를 쓰는 나. 뿌듯 :)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새벽 요가 수련을 꾸준히 잘하고 있느냐 점검해 본다면, 매일은 아니어도 루틴은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매일 무리하는 것 보다는 컨디션을 봐 가면서 새벽에 움직이는 몸을 만드는 게 목표라 일주일에 3, 4번 정도를 새벽 요가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조금 늦게 일어난 날은 유튜브 요가 영상을 보면서 몸을 움직여보려고 하고, 요가 수련이 끝나고 나서도 영 피곤이 풀리지 않는 날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30분 정도 잠을 잔 후에 출근한다. 이번 1월은 유난히 추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일 아침 영하 18도로 내려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내적 갈등을 겪다가 5시 40분에는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해가 뜬 후 일어나 요가를 하기도 했다.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나는 나와의 약속에 너무 엄격해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미 치열하게 10대와 20대를 지나왔는데, 계속해서 내가 나를 채찍질하면서 살기에 인생은 너무 많이 남았고, 이제는 나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싶다. 나만은 나에게 너그러워져도 되지 않냐고 오히려 묻고 싶은 심정이다.(이 글을 유노윤호가 싫어합니다) 내가 정한 약속을 너무 놓아버리지는 않는 선에서 최대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새벽 수련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완주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삼 년 다이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