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가족이라 불러준 손님

by SURI


유난히 정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음을 열게 된다.

로라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를 “Korean family”라고 부르고, 언니라고 부르던 친구.


동네 가게에 갈 때마다 “안녕하세요, 영국 사람이에요”라며 먼저 말을 걸고, 낯선 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그런 로라는 나와의 거리도 자연스럽게 좁혀왔다.


손님과의 암묵적인 룰이 하나 있었는데,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있으면 서로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로라는 “방에 들어가도 돼요?” 하고 묻더니 내 방에 들어와 앙꼬를 만지며 말을 걸었다. 그 어떤 손님도 내 방에 들어온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자기 전에 자연스럽게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도 열고 문도 열게 되는구나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과 작업실 친구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우리는 다 같이 친구가 되었다. 작업실 친구들을 ’심심여자들‘이라고 부르며 같이 밥 먹자고 모임을 종종 열었다. 친구들과 버츄얼마라톤으로 10km 뛰고 돌아왔더니 로라가 비건 밥상을 한가득 차려놓아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할로윈에는 초록색 조선호박을 사 와서 잭오랜턴을 함께 만들었다. 그날 가오나시 분장을 하고 이태원에 가더니 금방 돌아와선 지하철에 자기만 분장을 했는데 무서워한다며 시무룩해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돌아보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함께 했다. 꽤 오래 함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3개월이었다.


곧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떠난 로라를 배웅하고 나서, 괜히 눈물이 났다. 손님과의 이별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눈물이 나는 걸 보니 나 역시도 정 많은 로라에게 물들어버렸나 보다.


로라는 그 이후에도 한국에 일을 구해서 꽤 오래 지내며 나와 내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5월에도 또 만나기로 한 나의 영국 동생 로라.


표현을 많이 못 해 미안할 때도 있지만, 내 맘 알지?


There are people who are naturally warm.

Around them, I find myself letting my guard down without even realizing it.

Laura was one of them — the friend who called me her “Korean family.”


She would talk to strangers at local shops, saying “Hello, I’m from England,”

and somehow make everyone feel close.

One day, she gently stepped into my room — something no guest had ever done —

and from then on, we started talking every night before sleep.


We spent more time together than I expected.

Running, cooking, making things, laughing over small moments.

It felt like we had known each other for a long time,

but it was only three months.


When I walked her out, I unexpectedly found myself in tears.

I thought I was used to saying goodbye to guests.

Maybe I had just become a little more like her.


We’re meeting again this May.

I don’t always say it well,

but she knows how much she means to me.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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