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앤비 종료 후 손님에게 메세지가 왔다

by SURI

비앤비를 종료한 뒤에는 에어비앤비 앱을 거의 들여다 보지 않았다.

더 이상 메세지가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에어비앤비 앱에서 알림이 울렸다. 10월 말에 다녀갔던 중국 손님의 메세지였다.

6박7일 일정으로 한국에 혼자여행을 왔던 20대 초반의 친구.

여행 둘째 날부터 “집에 언제 오세요?” 하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혼자 숙소에 있는 것이 왠지 무섭고 외로운 기분이 든다고 했다.

결국 3일만 머물고 나머지 일정을 취소한 채 서둘러 돌아갔다.

일주일 이상 숙박하는 손님들의 일정은 종종 변경을 해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짧은 일정으로 와서 절반으로 일정을 줄인 손님은 처음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여행 일정을 줄인거라 솔직히 환불까지 해 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비앤비 운영 마지막이니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마음으로 환불을 해주었다.

다음 날에는 화장실에 두고 간 폼클렌저를 혹시 보내줄 수 있냐는 메세지가 또 왔다.

마치 맡겨둔 물건을 찾는듯한 말투에 기분이 상해 나 딴엔 꽤나 단호하게 거절 메세지를 보내고 이 손님과는 여기까지겠구나…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네 달만에 도착한 메세지를 보고도 반가움보다는 경계심이 먼저 들었던 건. 또 어떤 부탁을 하려는게 아닐까.

중국으로 돌아가고 네 달 후에 갑자기 보내 온 메세지에는, 그 때 몸이 많이 안 좋았고, 혼자여행이 처음이라 생각보다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집에서 보낸 짧은 날 동안 나랑 저녁에 거실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들이 자꾸 떠오른다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참 따뜻하게 남아있다고.

그리고 앙꼬가 자꾸 생각나서 앙꼬 모습으로 냉장고 자석을 하나 만들었는데, 보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통관번호까지 보내달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중국? 소포? 통관번호? 괜찮을까 하고 순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소포를 받으려면 통관번호는 필수라고 해서 통관번호를 건네주고 일주일 후 좋은 향기가 나는 소포를 받게되었다. 앙꼬의 뒷모습을 “핀두”라는 작은 비즈로 만든 냉장고 자석과, 사과향이 나는 향초가 들어있었다.


20대 초반, 처음 떠난 혼자 여행. 그 여행이 예상보다 짧게 끝나버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타지에서 한국인 호스트와 잠깐 대화를 나누었던 저녁 시간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나 역시도 20대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혼자서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그치만 낯선 곳에서 느끼는 설레임과 두려움,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 조용한 숙소에서 느끼는 적막감과 외로움에 다소 복잡한 감정이었던 기억이 난다.

짧은 서울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하며 보낸 이 선물은 나에게도 비앤비를 정리하며 받았던 마지막 인사이자, 9년의 시간을 매듭지어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문득, 내가 9년 동안 여기서 해 온 것은 그냥 숙소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건 2016년 가을, 작업실을 시작하고 6개월 쯤 지난 시점이었다.

지금은 내가 앙꼬와 살고있는 이 공간을 처음에는 작업실 쉐어로 시작하였는데, 방이 한 개가 남아 같이 작업실을 운영하던 친구와 “비앤비나 해볼까?” 하고 가볍게 꺼내본 말이 현실이 되었다. 2013년 독일을 여행하면서 에어비앤비로 하이델베르크 숙소를 처음 예약해 보았는데, 그 지역 대학을 다니는 호스트가 주말동안 부모님 댁에 가면서 빈 방을 내 놓은 후 묵게된 첫 손님이 나였다. 그때 호스트는 나를 데리러 하이델베르크역까지 와주었고, 나는 빈 방을 구경하며 독일 대학생은 이렇게 생활하는구나 신기해하며 이틀을 편히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 때의 기억이 좋았던 것인지, 나도 여행 오는 외국 친구들이 편하게 쉬다 갈 공간을 만들어 친구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로 겁없이 에어비앤비를 시작한다. #Tobecontinued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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