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만난 손님, 줄리
비앤비를 시작한 지 1년째인 2017년에는 그야말로 초보호스트의 우당탕탕 운영시기였다. 작업실에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 없이 드나들었고, 나도 회사를 다니며 작업실에는 주로 주말에만 가 있다 보니 손님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뜰히 살피지는 못 했다. 누군가 사는 공간이 아니라 그 때는 주로 일주일 이내의 손님만 받았는데 처음으로 3개월을 지내도 되냐고 문의가 들어왔다.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오게되어 3개월 지낼 곳이 필요했던 독일인 줄리. 첫 장기손님이고, 한라산 갔다가 발을 삐끗해 내가 한의원에 데려다 줬었고, 작업실친구들과 나갔던 플리마켓에도 함께 했던 손님이라 기억에 남는 손님이었다. 그리고 줄리가 3개월 지내면서 키우던 산세베리아를 작년까지는 키우고 있던 터라 (작년에 분갈이하며 결국 바이바이했다) 문득문득 기억이 났다.
작년 가을, 줄리가 한국에 와 있다는 걸 줄리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게 되었다.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연락을 안 한지 너무 오래 되어 메세지를 보내지는 않았는데 스토리에 올라오는 사진이 너무 우리 동네 사진이 아닌가! 이 동네를 거닐고 있구나 싶어서 연락을 해보니 우리 집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 다시 온 김에 그 때 그 집을 찾고 싶은데 기억이 안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아직 그 집이 있는지 물어왔다. 내가 그 집에 살고 있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며 더 일찍 연락할껄 그랬다고, 다음날 독일로 돌아간다고 아쉬워했다. 한국 친구를 따라 내년에 다시 올 수도 있는데, 그 때 기회가 되면 보자고 했었는데 그 때가 벌써 온 것이다.
줄리는 9년 전의 그 집이 그대로 있는 걸 신기해하며 기뻐했다. 다 커버려 이제는 중년이 훌쩍 넘은 앙꼬를 쓰다듬으며 그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둘 기억속에서 꺼냈다. 1살이었던 앙꼬가 얼마나 작았는지, 자꾸만 나가고 싶어하던 앙꼬를 내보내주다가 문이 닫혀 비번이 기억나지않아 옆집 주인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나에게 연락해서 들어왔던 일도. 그때 작업실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해서 다들 잘 지내고 있다고, 다들 훌쩍 어른이 되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우리집에 왔던 손님들은 대부분의 분위기와 관심사가 비슷한데, 9년 동안 그게 이어져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줄리는 함부르크의 빈 건물을 친구들과 쉐어하며 거기서 살고 일하고, 1층에는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나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나도 이 집에서 비앤비를 하고 작업실에서 공간을 나누고, 사람들과 작게 교류하며 지낸다. 줄리가 하는 일도 일종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인데 아트를 접목해서 공간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고 했다. 나도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커뮤니티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기웃거리며 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는 이런 모습을 가족이라 부르며 살아가지 않을까, 느슨하지만 성글게 연결되어있는 관계로 각자의 일을 하며 함께 그리고 또 독립적으로.
그동안은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낯선 나라의 사람들과 살아보는 실험을 했던게 아닌가 싶다. 내가 이런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이런 사람들과는 불편함을 느끼는 구나, 함께 지내려면 이 정도의 부지런함이 필요하고 눈치가 필요하구나. 친절과 다정도 나에게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고 모두에게 준다고 똑같이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것. 9년동안 나름 갈고 닦은 함께 사는 감각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 머물렀던 사람들이 다시 이 집을 찾아오는 걸 보면 함께 살기에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거겠지요.
I started hosting Airbnb in my studio in 2016.
Back then, I only expected guests to stay for a few days — until Julie came.
She stayed for three months as an exchange student from Germany.
I remember small things about her —
taking her to a clinic after she hurt her ankle,
working together at a flea market,
and the plant she used to care for in my house.
Last year, I found out she was back in Seoul.
Without knowing the exact address, she was walking around my neighborhood, trying to find my house.
When we finally met again,
she recognized everything — the house, the room, even Angkko.
We talked about the past,
about how our lives had changed,
and how some things quietly stayed the same.
Julie now shares an old building in Hamburg with friends —
living and working together,
using the ground floor as a gallery for exhibitions and small concerts.
In a way, she is also creating a space where people gather and share something.
And I, in this house, have been doing something similar in my own way.
Sometimes I wonder if this is what “family” might look like in our time — not bound by structure, but loosely connected, living both together and independently.
Looking back, hosting Airbnb was never just about sharing a space.
It was about learning how to live with others. And when someone who once stayed here comes back again, I realize maybe I wasn’t so difficult to live with after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