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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아이언 Apr 13. 2022

#두 번째 편지. 학생들이여,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 철부지란, '철(계절)을 모르는 사람'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철이 덜 들었으면 좋겠다.' '공부에 전념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철’ 따위는  없기를 바란다.' '그래! ‘철부지’로 그냥 공부만 하길 바란다. 

'철부지(철不知)’란 ‘철(계절)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사계절을 구분할 수 없으니 얼마나 눈치 없는 사람인가. 그런데 눈치가 없으니 걱정도 없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너무 철이 든 학생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해서, 혹은 남을 의식하는 심리(心理)가 강해서, 자신의 마음보다는 타인의 감성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의 사건이 생기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지는 않았는지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학원에서는 친구와 담임선생님과 강사선생님의 심리(心理)를 챙기면 되겠지만, 집에서는 엄마의 지갑에 마음을 둔다. 사실 이것 때문에 나는 내 학생들이 철이 늦게 들길 바란다.


자신 때문에 생활비가 줄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며, 넉넉하지 않는 살림에 학원비와 밥값 달라는 것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뒤늦은 공부선언을 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생산적인 일을 할 시간에 소비만 하고 있는 자신이 밉고, 가족에게 미안하고, 그리고… 고맙다. 하지만 수험생의 마음은 무엇에 쪼들리는지 ‘감사’하다는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 아마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냥 그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잠글 수 없는 눈물꼭지가 터져서 그것이 콸콸 흘러 나올까봐…


나 역시, 수험생일 때 숨만 쉬고 있어도 지출되는 생활비, 이를테면 교통비, 밥값,  어쩔 때는 감기약 값 등으로 나가는 돈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럴 때 생각해본 방법이( 사실 방법이랄 것도 없지만..) 단어장이었다.  모르는 단어를 하얀 노트에 채우고, 그것을 암기했다. 시간이 갈수록 쌓여가는 단어들을 보고, 이 작은 노트만이 삶 자체가 '소비'였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적 활동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의 내게, 단어장은 단순한 단어 암기의 노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어통장' 이었다. 한 장 한 장 단어로 채워지는 노트를 보며, 통장 한 면이 이자로 차곡차곡 채워지는 기쁨을 느꼈다. 



부자들이 여러 가지 통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5~6개의 단어통장을 만들었다.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니 부담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암기한 '동의어'단어, '독해용' 단어, '논리용' 단어가 영어실력을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보고 또 보고, 안 외워지는 것은 따로 표기하고 또 외웠다. 무엇보다 이 행동이 유일한 경제적활동이라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했던 것이다. 


철들어 버려 마음 씀씀이가 너무 착한 녀석들에게 이 말을 전한다.

"지금 너희들이 결심한 이 공부가,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이고 값비싼 열매로 돌아 올 것이야. 그러니 가족들에게 미안해 하지 말고, 너희의 투자가 열매로 돌아올 때 고마움을 두 배, 아니 열 배로 전하렴. 꼭 만기일(expiration date)을 채울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어. 오늘 하루는 부모님께 공부할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천천히 말씀드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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