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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 Nov 01. 2019

혼자 먹는 놈은 나눠 먹는 님을 이길 수 없다

범죄도시 (2017) 

형님, 좀 익으면 드십시오.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의 연길식당. 

신흥범죄조직 흑룡파를 수사 중인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왔습니다. 배고픈 박병식 형사(홍기준)는 아직 익지도 않은 양고기를 소고기라고 우기며 빨리 먹으려 하고, 오동균 형사(허동원)는 제발 좀 익으면 먹으라며 티격태격하고 있는데요, 보다 못한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중재에 나섭니다.  이것은 '양고기'이며 천천히 먹으라고 말이죠.


금천서 형사들이 소고기보다 맛있다는 양고기 샤브샤브로 범인 잡을 체력을 보충하던 그때, 수상한 남자들 세 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옵니다. 평상시에도 살기를 풍기며 다니는 장첸(윤계상), 그리고 장첸의 수하 위성락(진선규)과 양태(김성규). 한눈에 그들이 흑룡파임을 알아본 괴물 형사 마석도는 동료 형사들에게 그쪽을 쳐다보지는 말고 잘 주시하라고 지시합니다.  


장첸이 오늘도 양고기를 주문하자 위성락은 맨날 양고기만 먹냐면서 다른 것 좀 먹자고 불평하지만 장첸의 눈빛 한방에 찍소리 못하고 양고기를 주문합니다. 그들을 주시하며 금천서 형사들이 양고기를 먹는 동안, 눈치 빠른 장첸은 형사들의 신발만 보고도 그들이 형사들이라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수하들에게 알려주진 않은 채 장첸 혼자 일어나 화장실로 가는데요, 그 사이 금천서 형사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은밀하게 체포 작전을 시작합니다. 막내인 강홍석 형사(하준)가 화장실 쪽으로 장첸을 살피러 가고, 박형사는 출입문을 막아서고, 오형사가 장첸의 수하들 쪽으로 가서 주의를 끌어보려는 작전. 


도망치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 흑룡파와 금천서 형사들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화장실 쪽에서 튀어나온 장첸이 주방에 있던 뜨거운 웍을 강형사에게 집어던지며 화상을 입히자 위성락과 양태도 위험을 직감한 듯 테이블을 뒤집어엎고는 필사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연길식당에서 재빨리 도주하는 장첸 일당. 마석도 형사를 비롯한 금천서 형사들이 재빨리 구역을 나눠서 놈들의 뒤를 쫓아가는데요, 마석도 형사팀은 과연 극악무도한 장첸 일당을 잡을 수 있을까요?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신흥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형사들의 조폭 소탕 작전 실화를 다룬 범죄 액션 영화입니다. 나쁜 놈보다 더 무서운 형사 마석도와 나쁜 놈보다 더 악랄한 두목 장첸. 괴물 같은 두 남자의 극명한 차이점은 이 영화의 식탁 신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마석도 형사는 밥 먹는 자리에서도 자기보다 후배 형사들에게 양고기를 먼저 챙겨주는 인정이 있습니다.  반면, 장첸은 밥 먹는 자리에서 ‘다른 것도 좀 먹자’는 부하의 요구는 묵살한 채 자기가 먹고 싶은 양고기만 고집하는 이기적인 보스입니다. 


둘째, 마석도 형사는 시장 골목 꽈배기라도 혼자 먹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무려 80개를 포장해 가는 통 큰 인정이 있습니다. 물론 '계산'은 그가 직접 하진 않고 이수파 두목 장이수(박지환)에게 맡기지만 말이죠. 반면, 장첸은 고급요리인 ‘마라롱샤(민물가재를 중국식 마라 소스에 볶은 것)’는 자기 혼자 먹고, 동행한 부하에겐 ‘우육면’만 먹이는 이기적인 보스입니다.


셋째, 마석도 형사는 단골인 연길식당의 어린 소년 왕오를 기특하고 대견하게 생각하는 따뜻한 어른입니다.  

반면, 장첸은 불과 열다섯 살인 소년 왕오조차 제보사진을 찍어 경찰에 협조하려 했다는 이유로 처단하는 잔혹한 악당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석도 형사는 식탁에 마주 앉아 사람과 사람끼리 소통하길 원하는 평화주의자입니다. 구역을 놓고 다투는 독사파 두목(허성태)과 이수파 두목을 다방에 불내  마형사는 그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다정한 포즈를 취하게 해서 기념사진도 찍어주었습니다. 라이벌 두목들에게 '너네는 이제부터 가족'이라며 '친하게 지내고 밥도 좀 사주라'라고 조언까지 해주었죠. 반면, 장첸은 호텔 인수건으로 만나 식탁에서 만난 마주 앉은 사람 하고도 맘에 안 들면 밥상을 뒤엎어버리는 파괴주의자입니다. 


범죄도시에서 악의 지배자가 되고 싶은 악당 장첸.

범죄도시에서 법의 수호자가 되고 싶은 형사 마석도. 


두 남자의 그 피할 수 없는 최후의 결투에서 누가 지고 누가 이길 것인지는 사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맛있는 마라롱샤를  혼자만 처먹는 나쁜 놈은, 꽈배기 80개를 동료 형사들과 함께 나눠 먹는 착한 님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영화 <범죄도시 1>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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