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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Nov 14. 2021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부터 끊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ENFP 중 극강 P를 담당하는 사람의 여행 준비 (feat.핀란드)

출발 비행기는 끊어야 갈 수 있으니까요..


ENFP의 최강 P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행에 준비란 없다는 주의지만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는 끊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순례길에 다녀온 이 후로 두 다리도 힘들고 까딱하면 뭔 일이라도 날 것 같아서 준비를 해보기로 합니다. 가 본 나라도 아니고 북유럽은 더더욱 무섭고, 여자친구가 말 해주지 않았다면 산타마을이라는 존재도 몰랐을 테니... 원하는 도시만 핥고 돌아오는 여행 말고, 이번엔 조금 더 목표 지향적인 나들이를 해볼까 합니다. 이런 기록은 남들 블로그로만 보는 건 줄 알았는데 제가 쓰려고 보니 정말이지 귀찮고, 그들에게 새삼 감사해집니다. 이번엔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멍때리고 뭐하나 놓칠 것 같아서 하나 하나 기록하기로 합니다.



'왜 무언갈 보고 와야해? 그냥 다녀올래~~' 스타일의 내가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낀 건 어젯 밤... 쎄한 기분에 비행기 일정을 보는데 이거 이거 이상합니다. 지난 10월 비행기를 예약했고 발권까지 완료했는데 왜 하나는 대기일까요? (뭘 왜야.. 항공사 다 그렇지 모..)


저는 12월 10일발을 끊었는데요 분명... 12월 11일에 가라는 건 아니겠죠?


혹시나 이메일에 핀에어에서 날아온 편지가 있나 찾아보니까 있습니다. 골자는 '너의 예약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우리가 일단 다른 날짜로 해놨어~! 얼른 다른 날짜로 바꿔서 너에게 유리한 여행을 하길 바래. 미안하지만 그렇게 미안하진 않아... 그럼 수고...'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ㅋ


문제의 그 편지 내용, 누구맘대로 old와 new를 나누냐구요ㅠ_ㅠ 퉷퉷


경험상 이럴 땐 보통 에어라인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봐야했던 것 같아서 홈페이지에 직접 예약번호 치고 접속해봤더니 날짜를 주면서 선택하랍니다. 이 귀중한 휴가를 하루라도 소모할 수 없으니 12월 11일 말고 12월 9일로 다시 예약하기로... 일단 회사에는.. 사실대로 말하고 휴가를 하루 더 쓰든 해야겠습니다만 일단은 하루 더 쉰다는 행복이 나를 귀찮게 만든 핀에어에 대한 분노보다 컸다고나 할까요.


여행 전에 이렇게 힘을 뺀 적이 있었나... 싶지만 이번 여행 좀 쎄하기에 유럽 내 이동수단부터 빠르게 예약을 해볼까 합니다. 자, 그럼 일단 큰 놈(국가 간 이동)은 쳐냈고, 헬싱키에 도착하면 12월 9일 (목) 오후 14시입니다. 이때부터 무얼하면 좋을까 생각해보면 몇가지 이동수단은 나오겠죠?



이동 수단 예약하기


일단 제가 가려고 했던 도시를 리스트업해보자면 산타마을과 오로라가 존재하는 Rovaniemi와 에스토니아 Talin, 비행기 In&Out을 담당하는 헬싱키인데 대략적으로 이동 경로를 적어보니 이랬습니다.


<이동이 필요한 순간들>

0. ICN(인천) <> VANTA(헬싱키) - 완료

1. 헬싱키 (IN) > 로바니미 - 미완료

2. 로바니미 > 헬싱키 - 미완료

3. 헬싱키 > 탈린 - 미완료

4. 탈린 > 헬싱키 - 미완료


아.. 해야할 것부터 적어보니 벌써 귀찮아졌지만 오늘 안 끊으면 저는 사람이 아닐 것이기에 빠르게 끊어보려합니다. 레쯔고!


1. 헬싱키 > 로바니미 (비행기)

헬싱키와 로비니미(산타마을)을 이동하는 수단은 VR기차(는 대부분 야간열차)와 비행기가 있지만 가는 길에는 비행기로 가기로 했어요

수하물 추가해서 스카이스캐너에서 끊어버렸습니다.

가격: 약 80,000원


2. 로바니미 > 헬싱키 (야간열차)

또 제가 열차에서 자는 것 하면 대박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사진들을 좀 살펴보니 시베리아 횡단열차보다 훨씬 깔끔 + 청결인 것으로 보아 안락한 여행이 예상되옵니나이다

핀란드 VR 기차에서 자면서 숙박 해결(예약해야하는 숙박 9개 중에 1개를 쳐냈다✌) 하고 도착하면 아침 9시일테니까 바로 이 시간에 맞추어 탈린으로 이동하는 페리를 타면 되겠음

가격: 159 USD


3. 헬싱키 <> 탈린 (페리)

헬싱키 야간열차가 도착하는 곳에서 탈린 페리를 타는 곳까지는 걸어서 약 20-30분 정도? 비행기에서 주섬 주섬 내려서 커피도 한잔하고 사진도 좀 찍고 헬싱키 공기도 좀 마셔야 될 테니 오후에 출발하기로 함

돌아오는 날에는 탈린에서 아침 헬싱키로 오기로 했다. 탈린에서 돌아오는 날 = 헬싱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날!

가격: 약 67 USD


최종 이동수단 가격


0. ICN(인천) <> VANTA(헬싱키) - 약 110만원

1. 헬싱키 (IN) ✈️ 로바니미 - 약 8만원

2. 로바니미 > 헬싱키 - 약 20만원

3. 헬싱키 > 탈린 - 약 5만원

4. 탈린 > 헬싱키 - 약 5만원


아 이제 이동수단을 모두 끊었습니다. 이동동선을 고려하면서 (구글 맵스를 열심히 쳐다보면서) 결제까지 완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시간 20분. 정말 대견하다못해 장해서 노트북을 덮으려는데 마케팅 메세지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킹닷컴: "너 산타마을 가냐? ㅎㅎ 거기 곧 숙박 없음 빨리하렴 ㅅㄱ"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픈 것일까, 저는 본업이 마케터인데 이런 메세지들을 보면 확인해봐야만 속이 풀려서 꼭 확인을 해봅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진 저는 딱 산타마을 숙소까지만 예약하고 진짜 X2 노트북을 접겠다고 다짐합니다.


헬싱키에서 로바니미 에어포트 -> 산타마을 -> 숙소까지 이동 경로


산타마을 숙박 잡기


헬싱키에서 Rovaniemi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산타마을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산타마을에서 산타에게 친구들 집 주소 좀 알려주고 선물도 좀 부탁한 뒤에 타운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타 마을은 숙박비가 50만원 이거든요. 호호. 산타마을과 타운은 좀 멀어서 도보 이동을 하기엔 좀 힘들 것 같고 (약 7km) 택시를 타야할 것 같은데, 그건 가서 고민하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제 숙소는? 바로 Rovaniemi town이 되겠죠? 어차피 야간열차를 타고 헬싱키로 이동할 수 있는 기차역이 타운에 있기 때문에 저기에 숙소를 잡는 게 한결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이제 예약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여행은 늘 그렇듯 저에게 끝을 주지 않습니다. 나는 과거에 어떻게 여행을 다녔던 것인가? 문제는 1칸 짜리 방을 팔지 않는 다는 것^^ 혼자가는데 왜 싱글 침대 2개, 더블 침대 2개 이런 방만 있냐고요. 그래서 그냥 싱글 2개 있는 방을 예약하기로 했습니다.


숙소: Guesthouse Outa

https://goo.gl/maps/xrNHMVwFkqwuTBrHA


운 좋으면 방에서 오로라가 보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 일기장에 기도 목록은

12월 13일에서 12월 14일로 넘어가는 밤에 꼭 내 숙소에서 오로라를 보게 해주세요

로 하겠습니다.


그럼 여행 준비 (1/3차) 끝.

다음은 숙소들 예약이 남았고 그 다음은 짐싸기가 남았겠네요.


귀찮지만 이렇게 다 쓰고나니 내가 어디에 다녀올 것인지 미리 상상하는 맛이 있네요. 여태까지 다녀왔던 여행들을 이렇게 정리해놓았다면 나는 책을 또 한 권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후회는 남기지 않는 법~! 오늘 노트북 앞에서 앉아있었던 두 시간이 내게 빛나는 볼거리로 돌아오길. 어차피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부터 끊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



약 20일 뒤 출발하는 데 비행기도 제대로 발권해놓지 않았던 나에 대한 반성 일기 끝! (핀에어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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