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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Feb 14. 2022

그럴 수 있어

인생 진짜 지읒(ㅈ) 같을 때 뱉는 말




힘들었던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두 그럴 수 있었던 일들 뿐입니다. 


어렵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거절당했다거나, 오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거나 원하는 회사에, 학교에 들어가지 못 했다거나... 모두 다 그럴 수 있었어요. 하나 아쉬운 건 유난히 인생에서 실수가 많던 그 때, 누군가 그럴 수 있어 하고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던 시간들을 현명하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드는 겁니다. (물론 스스로 버텨온 시간들도 양분이 되었겠지만) 그래서 저는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실수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하는 말을 건네주는 사람. 


고립된 이들을 성장이라는 핑계로 방치하지 않는 사람.

벼랑 앞에 선 이를 밀지 않고 당기는 사람.




직장인 3년차가 되었습니다. 순대국에 코를 박고 씩씩 억울해하던 3년전 모습이 떠오릅니다. 시큰거리는 코, 줄줄 흐르는 짠 맛... 그 시절이 지금 생각해보면 머쓱하고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때, 논리보다는 감정이 더 앞서던 때여서 그르친 일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라 회사인 이유, 저 사람이 나보다 연봉이 높은 이유... 제가 살던 세상과는 어찌나 다르던지, 이유를 찾아내는 데에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았다 싶어졌을 때 이제야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번 주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사는 곳도 각기 다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대화 주제는 서울에서 어떻게 집을 살 것인가 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도 그럴듯한 가정을 꾸리며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들이 이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처럼 느껴졌습니다. 좋은 태도 하나만으로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리라는 꿈 같은 건 이제 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절망도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럴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다기엔 너무 선명한 격차들이 사람들의 여유를 뺏어가버리는 시기입니다. 사람들과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 여행 같은 것들에 대해 떠들어대던 시절이 그립지만 혼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같아서 가만히 입을 다물 때가 많아지네요. 그래도... 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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