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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an 01. 2022

건강한 삶에 관한 고찰

이런 나... 괜찮을까요?

"월요일 아침의 불행은 주말의 행복에 비례한다." 이 말을 듣고 내 월요일은 더 불행해져버렸다. 몰랐다면 그나마 월요일이 행복, 아니 덜 불행했을지도… (불행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근데 최근에 이 비슷한 말이 또 적용되는 순간이 생겼다. 바로 운동하기 직전의 짧은 시간이다.


보통 운동하는 날이면, 자차로 출퇴근하는 동료 덕에 차를 타고 체육관까지 이동한다. 보통은 여유있게 출발하니 시작 5~10분 전에 도착하곤 하는데, 동료인 팀장님은 매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5분만 앉아 있다 가죠"라고 속삭인다. (사실 속삭이는 건 아닌데, 내 마음 탓인지 괜히 그렇게 들려서 속삭인다고 해본다)


역시나 차 안에서 5분은 속절없이 지나간다. 컵라면에 물 붓고 기다리는 3분은 참 안 가는데, 이놈의 5분은 왜 이리도 쏜살같은 걸까. 상대성 이론은 실재하는 게 분명하다. 곧이어 속절이 좀 없었으면 싶은 운동 시간 50분이 흐른다. 50분 동안 10번은 족히 되뇌인다. '운동의 고됨은 삶의 게으름 만큼인가..'

운동을 마친 뒤, 메타 인지를 십분 발휘해 생각해보니 '게으르지 않았어도 힘들 운동'인데 (근육 뿜뿜 선생님도 하고 나면 똑같이 힘들다고 했단 말이다) 핑계 비슷한 걸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힘든 건 능력(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 않는 게으름의 문제라고 말이다. 이건 어쩌면 매순간을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현대인의 자기계발 강박에서 비롯된 사유가 아닐까!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우쭐해진다.


노력이나 자기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아니다. 적절한 운동이나 독서 등의 취미로 일상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좋은 일이니까. 다만 그것만이 건강한 삶의 척도라는 식의 절대적 진리화는 조금 경계해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행복하지 못한 , 당신이 자기발을  해서고, 당신이 게을러서다..' 그런 속삭임이야말로 환경이나 구조의 문제를 싸그리 무시하게 만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tvN 알쓸신잡3 양양 편에서 김영하 시인은 "사람은 최선을 다하면 안 된다. 자기 능력의 70~80%만 쓰면서 살아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작가 중 하나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조금 기만 같아 보이긴 하지만,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버리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런 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건강한 삶이란 대체 무얼까? 이런 사고를 따라오다 보니 답을 쉽게 내리려는 움직임에서 진리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하긴 현대인들 사는 것 보면 건강한 삶 생각하기 전에 일찍 죽지 않는 데 힘 쓰는 게 맞는 순서인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힘 주고 살면, 부러지기도 쉽겠거니 생각할 뿐. 힘을 빼고 흐름(혹은 반동)에 몸을 맡겨야 더 잘되는 운동도 있으니까. '좋은습관'에 갈 때마다 진짜 좋은 습관이란 무얼까 고민하는 걸 보니 좋은 습관 하나는 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오늘도 또 헥헥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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