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팀장이 되면서 조금 더 크고 넓은 관점에서 조직의 변화와 문화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 문화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해 바꿀 수 있는 가변성 있는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지만, 문화란 어느 순간 존재하게 되는 것이기에 외부에서 특정한 힘을 가해서 바꾸어 내기 어렵다고 보는 관점도 있더라고요. 저는 어떻냐고요? 희망이 보이면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종 느끼다가도 좌절하는 순간들이 겹치면 문화란 불변하는 것이라고 낙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눈 감았다 뜨면 이런저런 문제들이 해결되길 바라기도 했고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떠나서 저는 문화 바꾸는 일 하라고 돈 받는(…) 사람이고 또 그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마치 요정이라도 된 것처럼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 저런 부분이 아쉽다고 찾아오는 팀원들이 요즘 부쩍 늘어난 것도 부담감을 키우는 데 한몫했습니다. '눈 감았다 뜨면 다 바뀌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냉혹하죠. 실상은 어디부터 바꾸어야 할까, 여러 관점과 단계로 고민만 하다가 지치는 일이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기도 하고요.
JTBC <최강야구>
그러던 중 ‘최강야구’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모종의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야구에는 과문한 편이지만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편집된 야구 예능이다 보니, 중계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선수와 감독의 대화를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나 대단한 성과를 내며 최정상에 올랐던 선수들조차도 위기의 순간에는 꼭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아웃카운트) 하나씩!’을 외치며 서로를 독려하더라고요.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끝나는 야구 경기 한가운데서, 지금 해내야 할 일은 힘을 모아서 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깊이 체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전히 대박이나 한탕을 말하는 시대라지만 조직문화에는 그런 말이 적용되기 요원합니다. 그럴수록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손가락 하나부터 꼿꼿이 치켜드는 방식인 것 같아요. 엊그제 팀원분과 1on1을 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바라는 그림에 가 닿는 순간이 있을 거라 믿어야 한다고, 조직문화라는 건 그런 믿음을 어느 정도는 품고 해야 하는 일 아니겠냐고 말입니다.
그 '점진성'을 오래도록 사랑하면서 해나가야죠. 무언갈 뜯어고친대도 결국 시작은 나사 하나부터 조심히 푸는 일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비단 조직문화라는 일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 하고 계시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삶과 일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하나씩, 하나씩’을 종종 뇌려고 합니다. 마법의 주문은 못 돼도 작은 용기는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