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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하 Jul 13. 2020

태풍

나의 바다

외로운 물장구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 같아 돌아보았다


파도는 사방에서 범람하여 정적을 삼킨다

창백하게 부서지는 세계를 사유하는 심장

비가 바닷물을 때린다고 그것이 묽어지랴

등대는 물어뜯긴 다리에도 아랑곳없다


여명이 낀 돌 위에서

빛 없이 파도만 희다

물을 사정없이 밟던 것이 소금을 먹고 갈라지는

행태를 시기하는가


바다를 보는 것은 죄를 짓는 마음이라

뿌옇게 조각나기를 기대한다

증발하는 습기처럼


풀을 꺾는 짐승은

배부른 괴물의 먹이가 될 것이다

공해로 태어나 흙에 묻히지 못하니

우주를 부유하는 티끌이다


바다가 이제 구름이듯

나는 곧 흔적도 없으리라


먼지가 별을 흔든다

암석을 죄는 파도처럼

지평 아래로 질식하는 노을처럼


침묵하는 그대야

새벽을 향유하는 해무가 되자

자우룩한 방파제 누르며 고둥의 절규를 듣자

뭍사람 먼눈에 소금을 뿌리자


는 원래 바다였던 것

해일하는  부자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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