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이 힘든 경단녀 엄마의 고백
아이가 수요일이면 3-4세반 학교 시작을 하게 된다. 그렇다. First day of School 이 또 온 것이다. 오롯이 아이를 24/7 케어한 나에게는 이 이벤트는 극적이고 의미심장하다. 나를 찾아볼테다 하며 회사에 레쥬메를 날리지는 않을 것이지만(그건 이미 작년에 해보았다...)나는 새롭게 또 그렇듯이 시작하고 시작하련다.
학교 어드미션 오피서 샌디에게 이메일이 왔다. 학부형 대표 Parents Rep 포지션을 맡아달라는 메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하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어쩌면 좋은 기회, 경험이 될 수 도있겠다 싶어서 흔쾌히 수락하는 답변을 보낸다.
나의 근황은..
2012년에 마지막으로 가 본 한국, 이번에는 두달간 아이와 둘이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 나의 생활 시계가 가는 것처럼 뉴욕으로 돌아와 시차적응이랍시고 허리가 아플 정도로 잠을 잤다. 그리고 이제 정신이 뜨인다. 한국에서 나는 즐겁게 놀았지만 한편으로는 한대 호대게 맞고 온것같은 느낌이다.
한국의 내 베프는 일 안하고 아이만 보는 나를 너무 딱하게 생각하고, 백화점에서는 왜 피부 안받았냐며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호텔에서 친정 엄마와 잠든아이만 두고 일왕산이 보이는 멋진 바에 가서 그럴싸하게 거봉토닉까지 홀짝 대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요즘 누가 교보를 가냐며..광화문 교보를 가려는 내게 아크앤북을 가보라고 권한 쿨한 내 베프. 그 덕에 할머니와 아이를 데리고 아크앤 북에서 나를 정말 사랑하는 나의 엄마는 '젋은 부자들은 어떻게 SNS로 하루에 2천을 벌까', '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와 '틀 밖에서 놀게하라' 책들을 사주셨다. 그리고 나는 디지털 북으로 '아날로그의 반격'과 'AI'에 관한 책을 구입하였다.
언니가 떠나기 전 주말밤에 한아름 꺼내준 미백 마스크팩을 하고. 책을 읽는다. 뉴욕의 밤. 창밖에는 다른 아파트들의 창들에서 불빛이 제각각 빛나고 아이와 아빠는 쌔근쌔근하게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보며 키득거리고도 남을 이 시간에 내가 이렇게 작업 모드인 이유는... 이제는 터질 때가 와서이다. 아이가 스르륵 잠들기 시작하며 필로우톡 Pillow Talk 이 시작된다. 허즈에게 말했다. 나도 멀티태스킹이 힘든가봐 아이만 키우지 다른거 같이 하기가 너무 쉽지않네... 그러자 아이 아빠가 말해줬다.
올인 All in 한거야. 멀티태스킹 아니라....
그래. 만 삼년 나는 육아에 올인한거다.
아까 뉴욕의 잘나가는 워킹맘 이자벨과의 긴 수다 속에 지나가는 말로 전한다.
언니.. 애들한테 한살 두살에 한게 다 세살 네살되면 나오더라고.. 내가 보면서 그랬어.. 어머 말도 못하고 너 다 품고 있었구나... 언니가 아이한테 한거 다 나올거야..
그리고 나의 베프가 보내준 카톡이 나를 또 못자게 한다.
나는 너가 리넷맘이 아니라 너라서 궁금해. 너였으면 해.
떨어질 순 없지만 분리되어.. 나의 자리를 찾아.
뉴욕에 있는 동안, 아이를 키우며, 어쩌면 뭔가 생산적?인 게 있지 않을까 이 밤에도 기웃거려보자.
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내일이 오늘이야? 어 오늘이 바로 내일이 될꺼야.....
아이를 키우며 일상에서 뭔가 나와질 수 있는 그런거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