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나 밖에 없어서요.
#1.
서울로 이사를 했다.
서울이라 하면 말은 태어나서 제주도로 사람은 태어나서 한양으로 가야한다는 그 한양 아닌가.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남자친구와 합쳐서 같이 살기로 하고 서울로 와버렸다.
별 달리 무슨 계획이 있는 것도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서울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또 할 말이 없다. 남자친구와 합치고도 싶었고 그냥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모든 기회와 콘텐츠가 집중되어있는 곳이라고 하니 한번쯤은. 언제까지 살게 될 지는 모르겠다. 다만 왔으니 별 탈 없이 부디 무사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
#2.
남자친구(이하 이 사람)와는 생각보다 사소하고 작은 걸로 자주 부딪히고 있다. 10년간 혼자 살다가 갑자기 합쳐서 함께 살려니, 영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기도 하고 내가 내 생각보다도 배려나 양보를 잘 못하는 인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말이나 행동을 하고 아차 할때도 많고, 잘 못자고 계속 돌아다니는 나 때문에 오히려 본인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 같은 이 사람의 컨디션이 실시간으로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괜히 같이 살자고 했나 싶기도 하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은 우리가 이사한지 단 1주일 밖에 되지않았다는 점이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른다는 지점에서 막연하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3.
돈이 많이 들었다. 대출도 이사비용도. 심지어 대출은 몇번이나 거절을 당해서 겨우겨우 대출을 받는데 성공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돈은 여전히 많이 들고 있는 와중이다. 우리 둘 다 지금은 벌이가 뚜렷하지 못하니 나도 나지만 이 사람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엥겔지수가 월등히 높은 나는 118kg 까지 쪄버린 몸무게와 우리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서 뱃고랭이를 줄여보려고 한다. 그럼 지출도 줄고 이 사람 걱정도 줄겠지.
#4.
서울 살이 몇핸가요 라는 뮤지컬 빨래의 넘버를 생각하면서 무사한 서울 살이를 바래본다. 나는 이제 한해째예요. 무사히 몇해나 지날 수 있을까요. 그 노래를 부르던 당신들이 너무 대단해보여요. 서울 살이 몇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