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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Nov 09. 2020

<하늘을 나는 타이어> 머리 위로 타이어가 떨어진다면?

일본 영화 하늘을 나는 타이어 줄거리 및 리뷰

평범하게 운행을 하고 있던 한 트럭. 그런데 타이어가 떨어져 나가 보행자를 덮친다. 불행히도 이 사고는 보행자의 사망 사건으로까지 커져버리고 만다.


피해를 일으킨 운송회사 사장인 아카마츠는 피해자의 분향소를 찾지만 유족은 이를 거부한다.


그리고 이 트럭의 점검 담당이었던 몬타는 즉시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영화 '하늘을 나는 타이어' 줄거리


관계 정부부처에서 사고 조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아카마츠는 몬타의 점검에 문제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자 아카마츠는 몬타를 찾아가 사과의 말을 전하고 그를 다시 회사로 복직시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사고를 일으킨 아카마츠 운송의 일거리가 뚝 끊겨버린 것. 게다가 은행 대출 건도 거부를 당하고 아카마츠 운송은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그래도 경찰 조사에서 무죄만 나오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호프 자동차의 분석 결과 정비 소홀이라는 판정이 나왔다며 압수 수색까지 진행한다.


상황이 이렇게 까지 몰리자 아카마츠는 트럭 제조사인 호프 자동차를 찾아간다. 하지만 담당자 사와다는 그와의 독대를 거부하고 아래 직원을 내보내 사건을 대충 무마하려 한다.


한편, 아카마츠를 보는 건 꺼려했지만 사와다 역시 뭔가 찜찜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절친했던 코마키와 그의 제자였던 카토를 통해 ‘T회의’라 불리는 비밀회의가 있음을 알게 되는 사와다.


그러자 상사인 노사카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더 윗선에서 압력을 받으며 빠르게 입단속을 당한 노사카.


의지할 데가 없던 사와다는 유일한 아군 코마키와 함께 몰래 품질부의 노트북 문서를 확인한다. 분명 수상한 구석은 있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는 데 실패한 이 둘. 품질부 침입 작전은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렸고 무단 침입 사실의 흔적이 드러나 이들의 행동이 들킬 위험에 처하기까지 한다.


다행히 이 회의에 의구심을 품던 품질부의 스기모토가 이 사건을 덮어줬고 그 역시 이들의 아군으로 합류하게 된다.

3년 전, 자신들이 만든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아챈 호프 자동차는 리콜을 해야 했던 상황을 고의로 은폐시켰다. 그리고 이를 조사하던 스기모토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와다는 내부고발을 감행한다.


얼마 뒤, 인사부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그는 좌천을 직감한다. 하지만 인사부는 좌천이 아닌 회유책을 사용했고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그가 원하던 부서로 이동까지 보장해준다.


며칠 후, 사와다는 아카마츠와 마주한다. 그리고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상금의 형태로 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데 그 액수는 자그마치 1억 엔.


하지만 고심 끝에 아카마츠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대신에 주간지와 연계해 호프 자동차의 부정을 까발릴 기사를 준비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약속한 날이 되었지만 기사는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호프 자동차에서 압력을 행사했던 것.


은행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융자금 반환을 요청하며 회사에 들이닥친 은행원들. 심지어 오래 근무하던 직원들까지 경영난을 못 견뎌 사표를 내고 떠나기까지 한다.


한편, 원하던 부서로 전출을 가고 출세가도의 오른 것 같던 사와다는 잡무만 떠맡게 된다. 그래도 더 좋은 기획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과장님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통과 못합니다.
기획안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요

사와다는 한 번 더 믿어봤던 회사에 다시 배신을 당한다. 그리고 호프 자동차라면 치를 떨었던 아카마츠는 어떻게든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 나서게 된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 했던가? 이 두 사람은 다시금 힘을 모아 호프 자동차의 리콜 은폐 사건을 조사하는데... 과연 거대 기업에 맞선 이들의 투쟁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계란으로 바위 치기


이 작품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일본 영화다. 원작은 소설가 이케이도 준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다. <한자와 나오키>라는 작품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었던 것.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건 호프 자동차의 트럭 결함. 40킬로미터라는 비교적 저속 주행에서 타이어가 떨어져 나가 보행자를 덮치는 큰 사고가 벌어지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단순히 정비를 담당하던 말단 사원의 실수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철저했던 그의 검사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조금 더 근본적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의 뭔가 수상한 부분이 있는 걸 알고 조사를 해 나가던 아카마츠는 다른 운송 회사 이야기를 들으며 이 의심이 확신으로 변해가는 걸 느낀다.


주간지 기자까지 합세해 비리를 파헤치며 아카마츠가 금세 진실에 도달하는 듯했다. 하지만 상대는 거대 대기업. 일개 주간지 하나 구워삶는 일은 일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호의적인 기사가 나갈 수 있게끔 압력을 행사한다. 주간지 입장에서도 대기업 광고가 끊기면 살 길이 막막했기에 거절할 방도가 없었던 것.


주간지의 입을 틀어막은 호프 자동차는 내부 저격수인 사와다까지 입막음하며 일방적으로 아카마츠를 몰아세우는 데 성공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다윗과 골리앗. 그 이상의 싸움이었던 이 사건은 아카마츠의 완패로 귀결되는가 했다. 하지만 내부 승진 다툼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와다의 재합류로 이 힘의 균형은 다시 맞춰지며 또 다른 갈등 양상을 만들어낸다.


호프 자동차에 비하면 너무 미약한 존재였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계란을 던져 바위를 깨려 한다. 수없이 던진 계란은 산산조각이 나고 흩어져버렸지만 바위 역시 어느 정도의 생채기를 입고 만다.


이 사소해 보이는 균열을 시작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후반부까지 어떤 결말로 끝이 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소문의 위력에 대해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바로 소문의 위력이다. 아카마츠 운송은 소문 때문에 영업의 직격탄을 맞는다.


물론 단순 소문으로 치부할 부분은 아니다. 사고가 일어난 건 사실이며, 사고를 낸 게 아카마츠 운송의 트럭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언론과 경찰은 너무 쉽게 이들을 가해자로 규정한다. 확실한 조사가 아니었음에도 아카마츠 운송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명백한 증거가 없음에도 압수 수색을 하기까지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만든 꺼림칙한 소문이다. 아직 이들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일 뿐 사고와 어떤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과 업체들은 아카마츠 운송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인명 사고를 냈으니 조심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일을 공공연히 알림으로써 이들이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받게끔 만들어버린 것.


언제나 법적인 처벌은 공정한 절차와 완전한 조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적 제재는 위법행위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변 사람과 업체들은 이들에게 사적 제재를 가한다. 단순히 이들에게 폭력적인 수단으로 목을 죄어온 건 아니지만 금전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혐오감을 표하며 이들의 인격을 향한 거친 폭력을 행사했으니 말이다.


꼭 물리적 폭력이나 언어적 학대가 아닐지라도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괴롭힘의 경우에 사적 제재를 가하는 상대방은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를 자신이 대신 단죄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아주 얄팍한 도덕성의 과시, 혹은 상대의 불행을 통해 행복을 사려는 파렴치한 행동에 불과하다. 아무리 상대가 죽을죄를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사적 감정으로 피해를 주는 건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민재판’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자, 왜곡된 도덕성이 잘못 표출된 추악한 행동을 꼬집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실화 같아 더 무서웠던 이야기


단순히 소설이나 영화 속 허구의 이야기였으면 좋겠지만 대기업의 고의적인 결함 은폐, 혹은 과도한 사적 제재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번번이 일어난다.


올해 개봉했던 영화 <다크 워터스>가 아주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거대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사에서 테플론 코팅 합성 시 발생되는 화학물질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음에도 무단 유출시킨 사건이 말이다.


분명 기업의 운영 측에서는 대대적인 리콜은 막대한 손해를 부른다. 하지만 경영의 이익이 인간의 존엄성 그 위에 설 수 있을까? 답은 당연히 'No'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그렇다'가 된다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과 규율 등은 모두 무의미한 것에 그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주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몇몇의 욕심, 몇몇의 비도덕적 판단 때문에 작게는 몇 명의 피해자로부터, 많게는 수 십억 지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유난히 더 씁쓸했다. 현실에 없는 픽션을 다루는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만큼 벌어지지 않은 사건이지만, 대상이 바뀌었을 뿐 이런 일은 너무나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는 이런 작품 속 이야기는 SF소설처럼 일어나지 않을 어떤 상상 속 사고나 재난이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A6NT8oV5Q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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