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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형 Aug 20. 2017

투자자를 위한 배틀그라운드와
블루홀의 성공 분석 #3

배틀그라운드의 미래 전망

3. 배틀그라운드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경영학에서 '파괴적 혁신(dist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로 유명해진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기업의 딜레마' 이론이 있습니다. 이를 어설프게나마 게임 산업쪽에 대입해서 설명한다면 기존 장르의 인기 게임은 새로운 장르의 등장(파괴적 혁신)으로 인해서만 밀려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 파괴적 혁신 제품은 기존에 비해 더 나은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것입니다 >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피씨방을 점령하고 있을때, 스타크래프트같은 새로운 전략게임이 아닌 MMORPG '리니지'가 피씨방 1등 게임의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리니지를 포함한 엔씨소프트 MMORPG가 피씨방 순위를 장기 집권하고 있을 때,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회사의 MMORPG가 아닌 전혀 새로운 장르의 'League of Legends'(이하 LOL)이라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계속해서 그 LOL이 몇년동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잠깐 그 자리를 위협하긴 했습니다만, 오버워치는 FPS의 껍데기를 쓴 LOL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게임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LOL을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배틀그라운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PC방의 인기순위는 PC방의 비즈니스 모델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블루홀에서 얼마나 친 PC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가를 봐야 제대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아직 정식출시도 안된 패키지 게임인데다가 주력시장도 국내가 아닌 해외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그런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제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배틀그라운드의 탄생과정 입니다. LOL이라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의 유저들이 만든 커스텀맵 게임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이용자들에 의해서 검증된 게임플레이를 Riot Games 에서 MOD 개발자를 영입해서 별도의 게임으로 만들어 성공시킨 게 바로 LOL입니다. 물론 안정적인 서버운영이나 진화된 매칭시스템, e-sports 롤드컵의 개최 등 LOL이 유사 장르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추가 요인들이 있었지만, MOD 시절부터 오랜시간 검증된 게임플레이의 재미가 LOL 성공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 과정도 이런 LOL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오랜시간 이용자들에 의해서 검증된 배틀로얄 MOD가 블루홀이라는 개발사를 만나서 별도의 게임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e-sports의 전세계적인 인기라는 새로운 흐름이 지금의 LOL을 만들었듯이, 트위치 스트리머들과의 상생구조라는 새로운 흐름이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국 PC방 순위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언젠가 LOL의 인기를 능가할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거기서 좀 삽질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LOL의 인기를 위협할 수준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한국 개발사가 만들었지만 서양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배틀그라운드의 독특한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한국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의 탁월한 '라이브 서비스 능력' 때문입니다. 라이브 서비스란 이미 출시한 온라인 게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며 운영하는 상태를 말하는 게입업계 용어입니다. 한국 게임시장의 순위를 보면 유독 성공한 타이틀들이 오랫동안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게임들이 형편없어서라기 보다는 기존 게임들의 업데이트 & 마케팅 능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새로운 타이틀이 삐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블루홀은 신생 개발사가 아니라 이런 빡센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테라'라는 타이틀로 이미 6년을 넘게 생존해 온 내공이 탄탄한 개발사입니다. 게다가 '테라'는 한국에서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일본, 중국, 북미, 유럽은 물론 러시아까지 진출해 말 그대로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경험 측면에서는 세계 탑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얼리억세스 단계부터 사실상 라이브 서비스에 돌입한 배틀그라운드. 이미 좀비모드 등 부지런한 업데이트 예고로 벌써부터 유저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북미 개발사들은 뭐라고 할까 약간 에고(ego)같은 게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긴 하나, 자기들의 생각대로 자신들의 호흡에 맞춰서 업데이트를 합니다. 중국 개발사들은 정말 열심히 합니다만, 중국 이용자들의 니즈가 전세계 이용자들의 니즈와는 좀 차이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냥 자국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게 업데이트를 합니다. 별로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음... 이미 갈라파고스 현상으로 유명한 지역이니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한국 이용자들의 성향도 물론 전세계 이용자들과 비교할 때 확실히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다보면 영향받는 부분이 있어 글로벌과는 약간 방향이 엇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배틀그라운드는 다행히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게임이고, 현재도 다수의 이용자들은 서양권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사의 라이브 서비스 능력으로 서양권 이용자들에게 업데이트를 제공 해준다? 왠지 저는 이제까지 웨스턴 게이머들의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뒤바꿔 놓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이런 몇가지 정황들로 판단해볼 때,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에서 치명적인(서버를 장기간 날려먹는다던가, 게임 핵을 방치한다던가 하는 수준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 무난히 1천만장 판매를 달성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리고 DLC 나 확장팩을 발매해서 계속 판매를 이어간다면 2천만장 달성도 꿈은 아닐 것 같습니다. 

(8월 4일자로 이 숫자 수정합니다. 3천만장 판매달성에 DLC포함 5천만장 예상해 봅니다. 게다가 부분유료화 아이템도 판매하니까 매출은 훨씬 높아질 겁니다.)

그리고 이런 패키지 판매는 어디까지나 서양권 시장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중국에서의 실적은 완전 제외하고 예상한 숫자입니다. 중국은 아직 스팀을 차단하고 있지는 않으나, 패키지 시장은 중국 전체 게임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라 중국 퍼블리셔를 끼지 않고서는 대중적 성공을 거두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쪽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 게,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 중국 퍼블리셔들이 이 배틀그라운드를 가만히 둘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지요.

< 중국 인터넷방송에서 진행한 배틀그라운드 초청대회 >


마지막으로 이런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는 힘든데, 아마도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게임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이미 마케팅에서 이야기 하는 '최초의 법칙'을 이뤘기 때문에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는 것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 수성에 큰 영향 없을 것이구요. 다만 게임의 판을 바꿔버릴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등장한다면 과거의 인기게임들이 그랬듯이 배틀그라운드도 그 자리를 양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게임시장의 역사를 생각해볼때 이런 파괴적 혁신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으니까, 최소한 3년 정도는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냥 막연한 느낌은 듭니다. 

너무 느낌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외부에서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게임을 만든 회사를 좀 더 알게 된다면, 투자 판단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인 '블루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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