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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a Aug 17. 2017

나만 혼밥이 편한가요?

혼자가 편한 사회, 식사도 이젠 혼자

사회초년생 인턴 엘리스(23세,여)는 직장생활의 점심문화가 잘 이해가지 않습니다. '왜 꿀 같은 내 점심시간을 눈치 봐야 해?' 사실 엘리스는 20살 이후부터 한결같은 점심 혼밥 주의자입니다.


처음엔 그녀도 혼밥이란 게 남의 눈치도 보이고 쉽지 않았지만, 대학 수업 공강이나 점심시간 이후 수업을 준비하면서 그녀의 점심식사는 자연스레 혼자이기에 더 편한 일상적 스케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렵사리 들어온 회사의 인턴이 처음 겪은 회사 점심시간 문화는 여간 불편한 게 아녔습니다. 7명이 넘는 팀원들과 함께 가니 엘리스가 원하는 메뉴를 말하기가 쉽지 않고, 10살 이상의 상사 입맛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으며, 또 다들 어찌나 빨리들 먹던지 평상시 엘리스가 먹는 시간의 1/3도 안될 때 숟가락을 내려놓습니다. 이렇게 먹는 속도가 느리고 먼저 먹은 팀원들이 눈치까지 더해지니 팀 점심은 곧 고역이 돼버렸습니다.


이런 연유로 엘리스는 지난주부터 팀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밥 독립을 쟁취해냈습니다. 행여 지금이 인턴 시기라 다른 팀원들이 유난으로 볼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양해받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혼밥 독립에도 엘리스의 마음이 정말 편치 못한 건 우선 사회초년생 입장에선 팀점이 두 가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은 점심시간도 바쁘다>


하나, 업무 긴장감 완화. 사무실에서 딱딱한 회의나 다소 무미건조한 메신저의 업무지시와는 다르게 아무래도 식사를 곁들인 업무이야기는 확실히 사무실의 그것보단 부드럽게 전달됩니다. 


둘, 인맥 속성반. 점심시간은 곧 직장판 오프라인 페이스북입니다. 연애상담/시댁 이야기/자녀 학군 이야기까지 직장 내에서 서로의 개인사가 관심받는 유일한 시간이라 인턴일수록 이 시간을 활용 못하는 게 조직생활 큰 손해로 돌아올까 근심도 생깁니다. 이런 생각에 엘리스도 주 1회는 팀원과 정기적 팀점을 갖는 걸로 자신과 타협했습니다.


<이제 일반 식당 메뉴 수준을 뛰어 넘는 편의점 도시락>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이런 혼밥 독립을 진행 중인 직장인은 10명 중 1명인데, 이는 2016년보다 무려 60% 증가하였고 내년에 그 증가폭이 더 할 거라는 예상입니다. 혼밥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높은 이유는 '혼자 먹는 게 편해서(46.9%)'였습니다. 앞선 엘리스의 사례처럼 먹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경우도 있지만, 개인화되고 있는 최근 직장 추세와 함께  늘어나는 업무량만큼 독립적인 시간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이유로 보는 전문가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밥이 정신 건강의 휴식(?)만큼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될까요?

결론을 먼저 요약하면 '혼밥은 비만을 유도한다'입니다.


식사 습관 설문에 응답한 혼밥식 직장인들의 메뉴는 50% 이상 인스턴트식이였고, 혼밥 횟수에 따른 비만율을 살펴보니 '세끼 모두 혼밥(34.7% 비만 )', '세끼 중 한 끼 혼밥(29.3% 비만)', 혼밥 안 함(24.9% 비만)의 순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연세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혼자 저녁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최대 2.4배까지 높았다고 하니 저녁을 포함한 3끼 모두 혼밥을 먹는 사람의 경우 불규칙한 인스턴트 식단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우울감에 음주 등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가 이어져 비만의 악순환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죠.


이쯤 되어 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엘리스에게 혼밥 관련 건강 조언을 해주니
'그래요? 전 그래도 점심만 혼밥인 1 혼밥족인데, 선배는 10년째 독거생활 중이시잖아요?'
'응, 그래서 요즘엔 먹방 BJ 방송 보면서 함께 먹곤 하지… 그건 혼밥이 아냐'
'…아 그러시군요..'


일부 건강의 우려에도 오늘도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혼밥을 합니다. 자신이 원하던 혹은 원하지 않던..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는 논란의 메시지 까진 아니더라도 일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혼밥러에 대해선 주변의 정서적 관심과 유대가 필요하긴 합니다. 사는 게 팍팍한 우리에게 식사시간만큼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식사란 단지 몸이 필요로 하는 할당된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섭취하는 행위가 아닌 업무를 성실히 한 나에게 주는 작은 휴식, 어색한 첫만남의 가장 빠른 교감, 무뚝뚝한 아버지를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 아니면 저처럼 삶의 목적 그 자체인 분도 꽤 많으시니 말입니다.  


이젠 식사를 누구와 먹냐는 것보다 식사시간이 즐겁고 또 기다려지는지 고민해볼 시간입니다. 

우린 지금도, 내일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_h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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