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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씨 Aug 30. 2018

2018 여름 : 나의 일본! - 식사편

여름 휴가로 일본을 다녀왔다. 여름 휴가라고 갔는데, 취재만 해서 문제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취재만 잔뜩하고 와서 도쿄에서 본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압도되서 완전 무기력에 빠졌었다. 그러다가 기껏 조사해 온거 다 까먹을 까봐 급하게 정리도 하고, 외고도 쓰고, 프로젝트도 하고 하다보니까 어쩐지 일본에 대해서 진지한 이야기만 잔뜩....


하지만 여러분, 나는 정말로 엄청 가벼운 여행을 다녀왔을 따름이다.

가-벼운 일본 여행기. 우선 금강산도 식후경, 먹는 얘기부터 하자.


- 찾아가기 쉽도록 일본어 이름을 병기했다.


스시 - 스시잔마이 시부야점 すしざんまい 런치세트

차완무시 茶碗蒸
런-치 셋트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초밥부터 먹으러 갔다. 하지만 나는 첫 날부터 바로 크게 지를 깡은 없는 쫄보라서, 비싼데 갈 생각은 안했다. 바로 초밥 체인점인 스시 잔마이로 행했다. 직장인도 점심먹으로 많이 간다고 하는 스시 잔마이. 즉, 가성비 좋은 밥이 있다는 얘기다. 역시나, 런치 세트가 있다. 호호.


런치세트로 제공되는 것은 차완무시, 샐러드, 초밥 한 접시 (14피스). 가격은 1,100엔이다. 한화로 바꾸면 만천원꼴. 으음, 쌀거 같아서 왔는데, 만천원이라. 첫날이라 그런지 물가가 감이 안 잡히더라, 이게 싼 건가 비싼 건가 감이 안 잡혀서 조용히 메뉴판을 폈다. 

여러분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사진이 아닐까

하하하, 여러분. 하나하나 계산해보니까 초밥값만 2,000엔은 그냥 넘는다. 어휴,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종업원 형님의 접대에 감탄하면서 밥을 먹었는데, 맛났다. 막, 엄청나게 맛있어!는 아닌데, 그냥 맛있네.이런 느낌. 맛을 잘생김으로 치환하라면, 배우 원빈씨이 아니라, 개그맨 허경환씨 같은 잘생김.... 뭐 그런 맛이다. 잘 생겼는데, 어딘가가 조금 아쉽다.


다만, 이카(오징어)와 하타츠(조개), 우니(성게알), 보탄에비(닭새우....인 것 같다)는 존맛 터진다. 원빈 수준의 맛있음이다. 그러고 보니, 생선은 다 별로였던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더 갔는데, 그때가 더 미각이 살아났을 때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규동 - 마츠야 松屋

고기 곱빼기로 시켜서 고기가 참 많다.


나는 제대로 된 덮밥을 참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도 하나 있다. 수내역에 나지미돈부리라고.... 무척 맛난다. 분당 살면 꼭 가서 먹어봐라. 솔직히 분당 안 살아도 가볼만 하다. 정말로 고기 간도 맛나고, 회들도 참 신선하고.... 아차, 얘기가 샜다. 아무튼, 근데 한국에서 카츠동이나, 사케동은 제대로 된 걸 간간히 찾을 수 있는데, 어쩐지 유난히 제대로된 규동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일본에 가서 꼭 아침밥으로 규동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꼭, 진짜 무슨일이 있어도 둘째날 아침으로 규동 먹고 돌아다녀야지'이러면서 잤는데, 늦잠잤다. 호텔에서 나오니까 11시였나 그랬다. 괜찮다. 9시 - 12시 - 6시의 사이클을, 12시 - 3시 - 9시로 대체하면 된다. 그러니까 이 규동은 비록 12시에 먹지만, 아침밥이다.


일본에는 3대 규동 체인이 있는데, 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 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김밥천국이나, 백종원씨 계열의 가게같은 느낌인데, 진짜 어딜가든 있다. 뭐, 취향따라 평가는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평가는 사실 마츠야가 제일 좋지 못한편이다. 다만 나머지 두 가게가 '먹어서 응원하자'에 참여한다고 해서 누나가 찝찝하다고 해서 마츠야로 했다.


우선 시키기 편하다. 나는 딱 히라가나만 읽을 줄 아는데, 뜻을 꼭 안다는 보장이 없어서 사진이 꼭 있어야만한다. 그래서 자판기로 식권 뽑아먹는 가게는 좀 쫄린다. 근데, 한글을 지원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자판기를 보면, 우선 싸다. 엄청 싸다. 된장국+규동이 290엔. 3,000원이 안되는 가격이다. 나는 고기 곱빼기로 먹었는데, 430엔이었다. 여전히 5,000원이 안된다. 맛은, 솔직히 어줍잖은 국내의 규동 가게보다 낫다. 휴게소의 7천원짜리 규동(이라고 써놓고 채소덮밥이다)보다는 백배천배 낫고. 무엇보다 고기+양파뿐인 조합이 너무 좋다. 그래, 이게 진짜 규-동이지! 싶은 맛이다. 적당히 저렴하고, 실제로 싼 맛인, 빠르고 편하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시치미는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니, 조금 쳐보고 아니다 싶으면 치지 말자. 음식 버린다.


카레 - 카레 츄보 カレー厨房

반반 카레 + 힘박스테이크

솔직히 내가 왜 카레를 먹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넷플릭스에서 본 '사무라이 고메'에서 아저씨가 너무 하이라이스를 너무 맛나게 먹어서가 아닐까 싶다. (뭔지 모르면 한 번 봐봐라. 재밌다.) 아무튼 그래서,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카레집에 갔다. 이름은 카레 츄-보. 카레 주방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긴 아저씨가 정말 소시민스럽게 먹는 이야기다.

아무튼, 뭔가 일본 카레는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편이니까 고르는 맛이 좀 있었다. 나는 반반으로 먹었는데, 4개의 카레(와 하이라이스) 중에서 2개를 고르면 된다. 나는 매운 카레에 하이라이스. 좀 씹는 맛이 부족할 듯 싶어서 함박 스테이크를 추가했다.


매운 카레는 닭고기 베이스인듯 하다. 생각보다 씹는 맛이 있는데다, 생각보다 카레 양이 많아서, 함박은 괜히 시켰다 싶었다. 하이라이스는 딱 일식 하이라이스 맛이고. 근데 좀 짜다. 뭐 일본 음식이 전반적으로 짜고 달긴 하지만,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나면서 짜니까 더 짠 느낌. 맛은 있었다.


가격은 960엔 (반반 카레 680 + 함박스테이크 280).


패스트푸드 - 웬디즈 Wendy's

웬디즈의 버거, 한국에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그림이다

솔직히 아는 사람 얼마나 되나 모르겠는데, '웬디즈'라는 햄버거 집이 대한민국에 있었다. 나 어릴때 사라졌는데, 몇 번 가본적이 있어서 기억이 있다. (사실 사라지기 직전의, 무척 아슬아슬한 기억이다) 아무튼, 그런데 일본에서 웬디즈를 보니 무척이나 반갑더라. 어차피 뭐 거하게 먹을 생각도 없고, 그래서 그냥 맘 편하게 패스트푸드나 먹지 뭐! 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것도 한국에서는 못 먹는 음식이다.


메뉴로 뭘 시켰는지는 모르겠고, 대충 치즈버거에 베이컨, 엑스트라 치즈, 머쉬룸이 들어간 거였다. 역시나 좀 짜지만, 맛난다. 가장 비슷한 형태라면, 쉑쉑버거 비슷하다. 육즙이 많고, 불향이 나는, 그런 종류의 버거다. 딱히 뭐 대단할 건 없다.


가격은 1,000엔 정도 했다. 햄버거 치고는 비싸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명확하지 않다....


파스타 - 요멘야 고에몬 洋麺屋 五右衛門

강남역에도 있는 그 고에몬 맞다.

강남에 사는 건 아니지만, 생활권이 강남이라서 강남을 자주가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뭐 이런 저런 맛집을 가곤 하는데, 줄이 무척 길어서 절대로 안가는 가게가 몇 개 있다. 그중에 하나가 고에몬이라는 가겐데, 일본식 파스타라는 기이한 음식을 파는 가게다.


솔직히, 굳이 파스타를 일식으로 먹을 필요도 없고.... 해서 욕구가 전혀 없었는데, 여행에 동행한 우리 누나 친구를 만났다가 밥 먹을 곳도 없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곳이 같인 체인의 가게더라. 일본이라서 한국에도 있는 체인일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먹고 나서 검색해본 다음에야 같은 가게라는 걸 알았다.


이꾸라(연어알)과 우니(성게알)이 들어간 파스타를 먹었는데 원래는 김말고 시소(차조기잎)도 뿌려준다. 근데 차조기 싫어해서 빼달라고 했다. 신기한 점은, 젓가락과 장국을 준다는 점. 정말로 일본 특유의 현지화라는 걸 너무나 명확하게 볼 수 있는 부분. 놀랍게도 파스타랑도 제법 어울린다.


우니(성게알)의 단맛은 느끼기 어렵고, 짠맛이 강하다. 젓가락으로 술술 섞어서 후루룩 먹으면 되는데, 존맛탱까지는 아니어도 짭잘하니 맛난다. 게다가 '일식 파스타'라는 카테고리가 좀 신기하니 일본에가면 또 먹어버려고 한다.


대충 1,100원 정도 했다. 파스타치고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맥주랑 먹는 걸 권하고 싶다.


스시 - 스시 잔마이 すしざんまい 디너

첫 판
사실 이거 먹다 중간에 찍은거라 x2 해야한다. 두 피스씩 먹었다
입 가심

초밥이 먹고 싶어서 또 갔다. 아무래도 런치 아니니까 비싸더라. 근데, 골라 먹으니까 맛은 더 있었다.... 확실히 런치 세트에 들어가는 재료가 부실하긴 했다. 시그니처가 참치인 가게답게, 참치 초밥의 질이 괜찮다. 샤리(밥)와 회의 조합도 잘 되어있고, 바에 앉아서 주방장한테 바로 바로 받아먹는 맛이 제법 좋다. 


일부러 저가대, 중가대, 고가대의 초밥을 돌려가면서 먹었는데, 확실히 저가대와 고가대의 초밥의 질이 좋다. 중가대는 런치보다는 좋지만, 존-좋!이라고 하기엔 좀.... 사바(고등어)는 비렸고, 이꾸라(연어알)는 신선하지 못한 느낌에, 사케(연어)는 좀 물렀다. 아쉬운 느낌.


그에 반해 고가대와 저가대의 초밥은 훌륭하다! 저가 초밥인 이카(오징어)와 하타츠(조개)는 씹는 맛이 엄청 좋고, 우니(성게알)과 마구로(참치)는 감칠맛이 탁월하다. 특히나 마구로(참치)는 정말, 존맛 터진다. JMT, JMT.


스키야키 - 스키야키 이부키 すき焼 伊吹

한 번에 다 담지 않고, 3번에 걸쳐서 조리해준다
아이 맛나보여
마지막은 우동을 끓인다

https://youtu.be/9h1qUqEviwg

내가 스키야키에 환타지를 갖게 된 건, 이 스키야키 동영상을 보고 나서다. 그래서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한 스키야키 집인 이부키를 예약해서 갔다. 우리 누나 친구가 미리 예약해줬다. 현지인 찬스는 참으로 좋다.


아무튼, 그래서 막 저 영상대로 착착착 쌓아줄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고 걍 막 놓더라. 좀 아쉬웠음. 근데, 먹는 순간 너무 맛있어서 그냥 뭐든 걸 용서했다. 불고기 비슷한 맛일 줄 알았는데, 고기가 훨씬 두꺼운데다, 불고기용 고기와는 달리 마블링이 많은 부위라서 (구워먹는 부위에 가깝다) 엄청 부드럽고 식감도 좋다. 기름기가 짜르르 도는게 밥이랑 먹으면 너무 좋은데, 밥을 기본으로 주는 건 아니니까 꼭 '고항(밥) 쿠다사이!'라고 말하고, 밥이랑 먹자. 


고기를 다 건저먹고 나면, 우동을 먹겠냐고 물어본다. 근데 사누키 면이라서 완전 질기고 딱딱하다. 충분히 익혀서 주인 아주머니가 '먹어도 된다'라고 했을 때 먹었는데도 좀 그랬다. 조금 더 익혀 먹자.


다만, 이곳이 정말 맛집이긴 한데, 현지인이 오는 맛집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약간, 한국인 전용이라는 느낌. 실제로 내가 갔을 때 5테이블 중 5테이블이 한국인이었다. 들리는 모든 대화가 한국어.... 문제는 관광객 여러분은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자기 얘기를 너무 크게 하셔서 좀 부끄러웠다. 애인 이야기를 그렇게 크게 하시면 다 들린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맛있긴 한데, '일본의 맛'일지는 모르겠다. 한국인에게 맞춰진 맛이 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지금까지 먹은 일본 음식 중에 가장 한국음식에 가까운 맛이기도 했고.


가격은 무척 비싸다. 1인당 4,000엔 쯤 했다. 근데 만족스럽긴 함.


온소바 - 혼케 시부 소바 本家しぶそば

고급지게 짠 맛이었다.

내가 온소바를 참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일본 가면 온소바를 찾 많이 먹고 하는데, 어디 갈지 모르겠어서 그냥 역앞에 있는, 서서먹는 소바집에 갔다. (일본에는 서서 먹는 가게가 참 많으니 참고하시라. 타코야키 체인인 긴타코도 서서먹는 가게다.)


시부야 역 안에 있는 소바집인데, 타베로그(일본 맛집 사이트) 평가도 괜찮고 하길래 갔다. 에비후라이(새우튀김)을 얹은 온소바. 와카메(미역)이 같이 나온다. 원래 네기(파)도 있는데, 내가 네기(파)를 싫어해서 빼달라고 했다.  


들어가면서 주문을 하고 들어가는데, 카운터에서 주방으로 크게 주문을 외쳐주는 청년이 볼거리인 가게다. 다만 맛은 충격적일 정도로 짰다. 고급진 맛이 나는데, 짜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엌, 뭐야 이거 짠데.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정도는 된다. 국수 위주로 건저먹으니 괜찮긴 하더라. 530엔.


소바 - 후지소바 富士そば

위 소바집이 좀 짰던게 아쉬워서, 체인점인 후지소바로 갔다. 우리 나라로 치면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역전 우동같은 가게다. 근데, 맛도 딱 그 수준이다.... 차라리 혼케 시부 소바가 낫다. 다만, 여기도 비슷하게 짠 걸 보니, 내가 그냥 짠 음식을 잘 못 먹게 된 것 같다.


길게 할 말이 없다. 410엔.


라멘 - 도쿄 푸드 바 Tokyo Food Bar

나리타 공항에 도착은 했는데, 연착되는 바람에 배고파 죽을 뻔 했다. 이미 출국장에 들어온 상황이라 뭐 별수도 없고 해서 걍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라면집에서 라멘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헤비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쇼유(간장)으로 먹었는데, 전-혀 기대 없던 상황이라 되려 맛나서 놀람. 게다가 여행 내내 라멘을 한번도 안 먹은터라 꽤나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1,100엔, 솔직히 비싼데 어차피 남은 돈 공항에서 털고 가야하는 터라 불만은 없었다.


다음은, 간식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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