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와 라이프 코칭
챗 GPT에 접속하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니 '무엇이든 부탁하세요'라는 문구가 보였다.
"너는 국제코칭연맹(ICF)의 마스터 코치 수준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라이프 코치야.
너의 전문성을 토대로 나를 코칭해 줘.
나의 코칭 주제는 내 업무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시간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고 싶어.
이런 주재를 가진 나를 코칭할 때 마스터 코치로서 어떤 코칭적 접근법을 사용하여 코칭할 예정인지 기획서도 함께 작성해 줘."
챗gpt는 내 코칭 주제에 적합한 코칭 접근법을 알려주었고, 코칭 접근법을 활용한 질문 리스트도 알려주었으며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에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었고, 때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다.
챗gpt의 코칭 프로세스는 매끄러웠다. 정해진 질문 로직에 따라 코칭 주제에 적합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질문을 사용했으며 데이터와 코칭 접근법에 기반한 맞춤형 질문과 조언도 빼먹지 않았다.
챗gpt와의 코칭 대화를 마치고 난 후, 뭔가 좀 이상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 한편에 허전함이 밀려왔다.
분명 코칭의 ‘형식’을 따라 대화했고, 챗gpt는 내 말에 따라 적절히 반응했지만, 내 마음을 들어준 적도 없었으며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느껴지는지도 묻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AI가 거의 모든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는 아니 모든 분야를 집아삼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코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몇몇 기업은 AI 코칭 시스템을 이미 도입했고, 심지어 일부 개인들은 AI 챗봇을 ‘멘탈 코치’ 삼아 자기 성찰을 시도하기도 한다.
과연 AI는 인간 코치를 대신할 수 있는가?
기술이 만든 코칭의 발전
AI 코칭에는 분명 뛰어난 장점이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든 코칭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현대인의 삶에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 시간 제약 없이 대화하고, 반복적으로 기록을 확인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AI는 사용자의 언어 패턴, 감정 단어, 행동 기록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 맞춤형 질문을 제공한다.
이른바 퍼스널라이즈드 질문 스크립트를 생성하는 능력은 인간 코치보다 훨씬 방대한 정보를 활용한다.
AI 코칭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대중에게 접한다. 바로 챗gpt 유료 버전 구독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AI는 ‘코칭의 대중화’를 가장 선도하는 매체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기업과 개인 모두 AI 코칭에 높은 관심을 두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어있는 영역
코칭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니다.
코칭의 본질은 존재를 인정받고, 내면의 목소리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그런데 AI는 이 부분에서 만큼은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물론 아직까진 말이다.)
AI는 사용자의 감정 단어를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힘들어요”라는 말에 “힘드셨군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신가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겉보기에 매우 적절한 반응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표면적인 감정 인식에 불과하다.
반면 진정으로 코칭이 일어나는 지점은 고객과 코치가 감정 공명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즉, 상대의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 속에 함께 머물며, 비언어적 신호를 읽고, 숨결을 맞추고, 때로는 침묵으로 곁에 있어주는 그 순간말이다.
아직까지는 AI가 이 영역으로 건너오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AI는 ‘이해’는 해도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공감을 통한 감정의 미세한 떨림
인간은 대화 중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 눈동자 떨림, 숨소리, 말의 속도에서 정서 신호를 감지한다. 이를 ‘감정 공동조율’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 뇌의 미러 뉴런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상대의 감정이 나에게 전이되기도 하며 나의 안정감이 상대에게 전달되는 인간 고유의 신경적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AI에게 이 미세한 공명 체계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나의 추측성 결론이다).
이런 이유로 AI가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문장을 생성하더라도, 감정의 떨림을 교환하는 순간까지는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라이프코칭 현장에서는
한 고객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코치님, 제가 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치 제 마음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마음속 또 다른 누군가가 코치님인 것 같아요. 코치님과 이야기하면 저를 더 잘 듣게 되는 기분이에요.”
이것이 바로 코칭이 만들어내는 존재의 울림이다.
고객의 말은 코치에게 흘러들어 가고, 코치는 그 존재를 가만히 붙들어준다. 이때 발생하는 심리적 연결감이야말로 코칭이 단순한 ‘문제해결 프로세스’가 아님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일 것이다.
관계의 예술, 존재의 기술
AI는 내가 원하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준다. 그러나 고객의 생각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 상황에 적합한 질문을 언제 어떻게 던지는 것이 중요한 코칭의 미묘함은 아직 놓치고 있는 듯하다.
경험 많은 코치는 고객이 말문을 멈춘 그 침묵 속에서도 질문하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준다.
고객의 눈빛, 숨소리, 몸의 긴장을 읽으며 함께 그 침묵에 동참한다. 이러한 존재 중심의 동행이야말로 인간 코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심리적 연결이자 안정감 아닐까?
AI가 만들어내는 코칭의 대중화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존재는 어디 있을까?"
"나는 누구와 깊은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