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어 공부한 거 안 까먹는 법

배운 걸 실제 영어 스피킹으로 써먹으려면...

by 심규열
영어 표현 열심히 외워도 다 까먹어요...


영어에 진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고민일 것이다.


오늘 글에서 해결해 보겠다.


배운 영어를 까먹지 않고 실전 스피킹에서 써먹는 방법!

(심지어 힘들이지 않고 쉽게 쉽게)


시작해 보자!





왜 까먹는가?

아래는 최근 보고 있는 넷플릭스 <하우스오브카드>의 한 장면이다.

LUDICROUS_2.png


ludcirous (터무니없는)이 눈에 띈다. 실전에서 써먹을만한 유용한 영어표현이다. 그래서 3번 따라 말해봤다. 그럼 까먹지 않을까? 더 극단으로 가보자. 100번 따라 말해봤다고 치자. 그럼 까먹지 않을까?


무조건 까먹는다. 1달까지 갈 것도 없이 1주일 뒤에 다시 보면 따라 말해본 기억조차 없을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아니라면 이게 당연하다.


forgetting curve.jpg 망각곡선 (출처:VirtualSpeech)


역사, 문학, 수학 등 모든 학습에서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복습'이라는 걸 한다 (이 복습은 바로 밑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어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 모두 자신이 아인슈타인이길 기대하는 거 같다.


오늘 당장에 아무리 열심히 반복해서 외우더라도 분명히 까먹는다. 나중에 또 봐야 한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러 번 봐야 점차 점차 기억에 짙게 남는다.


그래서 그 지겨운 복습을 하라는 건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진짜로 기억하고 써먹기 위해선...

pexels-xespri-724994.jpg

실전 스피킹에서 ludcirous를 써먹기 위해서는 ludcirous = 터무니없는 만 기억하면 될까? 영어 스피킹 관점에서 '기억'은 yes/no로 나눌 수 없는 개념이다. 그보다는 0~100%의 정도의 문제이다. 속도 그리고 범위 개념에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속도. 누구나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영어로 뭐였지...?' 해당 영단어를 기억하는데 까지 0.1초, 0.5초, 1초, 5초 걸릴 수 있다. 아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억의 정도가 0%) 기억이 짙을수록, 더 빠르게 영어를 연상할 수 있을수록 실전 스피킹에서 ludcirous와 같은 배운 영어를 써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pexels-tara-winstead-8378726.jpg


둘째, 범위. 사실, "ludcirous = 터무니없다"를 0.000001초 만에 떠올릴 수 있을지라도 ludcirous를 자유자재로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ludcirous가 정확히 어떠한 구체적인 문맥에서 쓰이는지, ridiculous 혹은 funny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즉, 문맥적 데이터가 부족하기에 확신을 가지고 실전 스피킹에서 내뱉기는 어렵다.


이 속도와 범위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닌 0~100% 어딘가에 놓여있는 연속적 개념이다. 얼마나 딜레이 없이 떠올릴 수 있는지, 얼마나 넓은 문맥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로 측정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1.jpg


수능, 토익 좀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미 수천 개의 영단어와 문법 패턴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스피킹 OUTPUT으로 낼 수 있는 영어는 극소수이다. 왜? 연상 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혹은 실제 스피킹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문맥 데이터 범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늘 한번 열심히 특정 영어 표현을 공부했다고 해서 실전에서 써먹기를 바라는 건 완전 도둑놈 심보?이다. 영어는 기억한다 아니다가 아니다. 여러 번의 노출과 반복을 통해서, 얼마나 짙게 물들일 수 있는가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이다.



복습하기

pexels-mikhail-nilov-8730374.jpg

여러 번 노출과 반복은? 곧 복습이다. 지금 당장에 ludcirous를 한 번이 아니라 100번 따라 말해보는 것뿐만 아니라 3일 뒤에 돌아와서 또 보고 따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일 뒤, 30일 뒤 등등 2회 차, 3회 차까지 복습할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외국어 학습에서 이런 복습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같은 미드 혹은 미드 내 특정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본다던가, 혹은 스케줄에 기록해 가며, 내일 1번, 5일 뒤 2번, 1달 뒤 3번 식의 복습은 비추이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2가지 차원에서 그렇다. 첫째, 반복 & 복습은 기본적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다. 영어뿐만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 던 반복과 복습은 힘들다.


pexels-karola-g-6958571.jpg


둘째, 복습 관리가 어렵다. 단어 100개 정도면, 나름대로 스케줄을 짜서 규칙적으로 복습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실제 의사소통을 목표로 영어를 공부한다면, 단어 100개는 터무니없이 적다. 영어 동영상 10개가 아니라 수천 개까지 볼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개수는 점점 쌓여갈 거다. 이걸 일일이 계획해서 복습한다? 영어 학습 이전에, 계획 짜고 운영하는데만 지나치게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 2가지, 지겨운 복습과 관리의 어려움은 곧 중도 포기로 이어진다. '철저히'는 나도 모르게 나를 지키게 한다. '열심히'의 숨겨진,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기회비용은 정신적 에너지다.


사실, 복습에는 대전제가 있다. 바로 오랜 시간이다. 어떻게 복습을 하던, 얼마나 집중해서 하던, 어떤 자료를 사용하던, 긴 시간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 복습 전략은 필패다. 하루 10번 반복으로 100일 버티는 사람보다 하루 3번 반복해서 1,000일 지속하는 사람이 무엇이든 더 오래 기억한다. 그냥 산술적으로 그렇다.


그럼 어떻게 지치지 않고 긴 시간 동안 복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무조건 진도 나가기

pexels-thirdman-5981365.jpg

해결책은 복습을 포기하는 거다. 굳이 반복하고 굳이 외우려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에 새로운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예컨대, 미드 <하우스오브카드> 1화를 10번 볼 시간에, 진도를 쭉쭉 나가서 1화부터 10화까지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는 거다. 좀 더 미시적인 차원에선, 한 문장을 10번 따라 말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새로운 문장 10개를 한 번씩 따라 말해볼 수도 있다.


그럼 복습을 하지 않아서 까먹지 않냐고? 오늘 글에서 하이라이트이다! 중요한 건 어디서나 나온다. 사실, ludcirous는 필자가 몰랐던 어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뜻인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어떤 발음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특별히 복습하려거나 연습하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하우스오브카드의 다음화, 그다음화, 그 그다음화를 보면서 계속 반복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직접 노가다로 찾은 것만 벌써 아래 2개이다.

LUDICROUS_@.png
LUDICROUS.png


그날그날 미드를 보면서, 특별히 ludcirous를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ludcirous가 등장하는지 조차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를 따라가야 했을 수도 있고, 더 인상 깊었던 영어 표현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ludcirous를 여러 번 마주했다. 그래서 기억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계획적 복습 VS 자연스러운 복습

pexels-olly-3794188.jpg

이처럼 꼭 우리가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노력해야만 복습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공부하려는 의도조차 없었음에도 복습이 일어날 수 있다. 갓난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것이나 그냥 미드 자체가 재밌어서 여러 번 보다 보니 귀가 뚫리는 케이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학교 내신, 수능, 토익을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대체로 계획적 복습에 익숙할 것이다. 한정된 범위의 내용만 (+한정된 속도와 한정된 상황) 확실히 알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실전 영어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단순 필요한 어휘 개수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말하고 듣는 속도, 어휘가 쓰이는 다양한 문맥 (결코 셀 수 없는)은 가히 가늠할 수 없다. 이걸 하나하나 통제하면서, 할 일 목록 하나씩 체크하듯이 관리할 순 없다.


가장 현실적인 복습 방법은 "진도 나가기"이다. 즉, 자연스러운 복습이다. 왜? 어차피 중요한 건 또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100%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설령 100%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그냥 넘어가도 괜찮다.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분명히 또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pexels-markusspiske-330771.jpg


만약 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 그 영어는 그다지 중요치 않은 영어였다. 배울 가치가 없거나 최소한 학습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영어다. "자주 쓰는 영어표현"을 정리해 주는 콘텐츠가 있는데, 이걸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콘텐츠 제작자이다. 자주 쓰는 영어표현을 알기 위해서는? 애초에 이것저것 진도를 쭉쭉 빼면서 많이 봐야 한다. 그래야 뭐가 더 쓰이고 덜 쓰이는지를 알 테고, 정확히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은 수백 수천번의 복습을 하게 된다.


비로 위 단락 마지막에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굳이 복습하려는 의도 없이, 진도를 쭉쭉 빼는, 지연스러운 복습 전략의 최고 장점이다. 같은 미드 10번 보는 건 공부다. 새로운 미드 10편 보는 거는 여가이고 취미이다. 지루하지 않고 힘들지도 않다. 그래서 1 달이면 포기했을 사람도 2달 6달 1년이고 영어를 지속할 확률을 올릴 수 있다.


A: 완벽주의 : 모든 미드 10번씩 보고 넘어가기
B: 놀자주의 : 그냥 쭉쭉 진도 나가기


영어 공부 수험생이 아닌 이상, 본업이 있는 일반적인 사람 아리면, A의 경우 길어야 1달 하고 포기한다. B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영어를 지속하고 있다 (필자 얘기이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B가 접한 영어 절대량이 A보다 몇 백, 몇 천배는 차이가 날 거다. 단순 절대량 차이에 따라, 복습 횟수에도 어마무시한 차이가 날 것이다. 다시! 중요한 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불안해요

pexels-energepic-com-27411-313690.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배운 거는 어떻게 서라도 100% 마스터하고 싶을 수도 있다. 미드에서 배운 영어 표현을 바로바로 써먹고 싶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피킹 기억은 외웠다 / 안 외웠다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떠올릴 수 있고, 얼마나 넓은 범위에서 써머를 수 있는 가의 정도의 문제란 걸 잊지 말자. 애초에 하루아침에 100%로 올리는 건 불가능한 테스크이다.


이 욕심 뒤에는 심리적 보상이 깔려있다.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바로바로 결과를 보고 싶다. 하나의 논리적 원리를 바탕으로 다음 원리를 선형적으로 쌓아가는 수학과 같은 과목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어는 비선형적으로, 다소 불규칙적으로 익숙해지는 느낌, 적응, 감각의 영역이다.


의식적 노력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경험의 누적이 중요한 영역이다. 반대로 말하면, 장기적 시간만 지켜준다면, 5살짜리 아이도 습득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노력은 오늘 집중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긴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과 침착함이기도 하다.



결국, 다시 시간

안타깝지만 압도적으로 중요한 '시간'은 당장의 노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소이다. 물론, 오늘 당장에 10번이고 100번이고 반복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1,000번을 반복하더라도, 1년 2년 긴 시간에서 보자면, 큰 그림 중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누적반복.jpg


필사를 할 수도 있다. 쉐도잉을 할 수도 있다. 무작정 외울 수도 있다. 모두 반복과 복습의 한 방법일 뿐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오늘 당장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든 간에, 장기간 유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복, 즉 누적 경험을 누리지 못하면 영어는 어려워진다.


각각의 방법론, 오늘의 열의의 기여도가 10이라면, 시간은 100,000,000쯤 될 것이다. 이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면 외국어는 어렵다.






pexels-weekendplayer-187041.jpg

외국어는 주식 투자와 닮았다. 여러 성공 요소들이 있지만 압도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다른 게 엉망진창이더라도 장기간 유지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주식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외국어는 반드시 그렇다.



국내파 노하우 받아보기

https://englishtrainer.stibee.com/?groupIds=40470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영어 쉐도잉을 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