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배우는 인생 수업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사진가의 제자가 번역하고 출판한 사진집

by thesallypark


날짜: 2025년 6월 21일 토요일 11시 36분

시간: 3분

장소: 블루베리샐리베리집



글 쓰는 사람: 빌려 준 책 다 읽었어. 어제랑 오늘. 이렇게 이틀 걸렸다!


사진 찍는 사람: 책 어땠어? 기억에 남는 거 있어?


글 쓰는 사람: 기억에 남는 게 너무 많아서 글 써야 해. 나 애초에 틈틈이 메모하면서 읽었어.



필립 커피스의 사진강의 노트


와디즈 펀딩: '사진전의 감동을 그대로: 미국 사진계의 전설, <필립 퍼키스> 한정 리워드'




사진 찍는 사람이 책 한 권을 빌려줬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라는 사진책. 이 사진가의 책을 번역한 분이 바로 필립 퍼키스로부터 사진을 배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스승의 글을 번역하는 사람, 자신이 만든 출판사에서 (@anmoc_foto) 자신이 번역한 스승의 글을 책으로 출판하는 사람. 이것을 반복하는 사람. 이건 어떤 느낌일까? 필립 퍼키스만큼 박태희 사진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출판사 대표가 궁금해졌다.



이 책을 나의 아내, 시릴라 모젠터에게 바친다.
아내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한 문장. 이 문장을 읽고 필립 퍼키스의 아내 시릴라 모젠터가 (@cyrillamozenter) 더 궁금해졌다. 펠트 예술가인 아내와 함께 공동 작업으로 집필한 사진집 '옥타브'도 있었다. 평생 사진을 한 필립 퍼키스, 그리고 마지막에 시력을 점점 잃어가면서도 이어갔던 사진 작업과 그 마지막 사진들을 담은 '노탄' 사진집. 제자 박태희 님과 전화를 주고받고 녹음하며 나눈 대화록까지. 대화록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까 더더욱 읽고 싶어진 '노탄'. 스승과 제자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이 대화를 상상하는데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무 멋지잖아! 내가 대화를 매번 이렇게 글로 적는 이유도 말이라는 건 입에서 내뱉는 순간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지게 되는데 이 '말'을 '글'로 기록하면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 같은 대화를 손으로 잡아 눈으로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다. 사라지는 말을 글로 오래 붙잡고 싶다. 오래오래 잊고 싶지 않은 대화를 문장으로 남긴다, 휘발되지 않도록.




햇볕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 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프레드 마틴, 고마워요.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책 중에서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가의 섬세함을 기르는 일이다. 음악의 음색, 목소리의 어조, 감정의 느낌, 시의 가락, 떨림의 장단, 동작의 선.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책 중에서


사진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본질이 결코 바뀌어선 안 된다. 공간, 질감, 색, 전망, 시간, 예측의 순간, 표현, 다른 사람들과의 주체적 관계와 협동, 사진의 역사와 미학은 물론이려니와 사진이 창조되는 순간의 그 광대한 '의미'의 세계를 우리는 배운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책 중에서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나도 사진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고 상상하면서 봤다. (내가 이런 사진 수업을 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 포함) 그리고 내가 대학생 때 들었던 수업을 떠올렸다. (무려 10년 전...) 30대가 된 지금까지도 필립 퍼키스처럼 기억에 남는 수업이 뭐가 있으려 나가 문득 궁금해서 대학생 때 들었던 모든 수업 명이 적힌 성적 증명서를 모처럼 꺼내 들었다.


*여기서 잠깐!

글 쓰는 사람은 한국에서 정치외교학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을 복수 전공하고,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으로 'Peace and Conflict' 전공을 1년 들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교환학생처럼 학점교류를 해보고 싶어서 무려 3번이나 계절학기를 다녔다. 그리고 중간에 휴학도 2번 하면서 인턴십도 하고 프리랜서 일도 시작하면서 학교를 거의 6년을 다녔다...


그런데 성적 증명서에 적힌 전공과 교양 수업 이름들을 하나씩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수업보다 내가 만났던 교수님들이 더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내가 스승이라고 생각했던 교수님들이 써 준 추천서를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다 (수업 자체보다 교수님을 더 좋아해서...)



처음 이 학생을 만났을 때, 꽤나 자기주장이 뚜렷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자신 있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학생들 중에서 이 학생처럼 말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수업 때 토론하는 시간에서도 침착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다른 학생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그 이 학생의 태도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외교학과 학과장님



어떤 수업은 누군가의 인생에 이렇게 평생 남는다. 어떤 교수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스승'이 된다. 필립 퍼피스 스승의 무수히 많은 책을 번역하고, 기획하고 출판한 제자 박태희 님의 마음을 비로소 알 것 같다.



호기심, 동기부여, 결단력이 풍부한 학생으로 강의나 토론 시간에 매번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언제나 다른 학생들과 열정적으로 대화하며 자신의 관심사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항상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성찰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업에 깊이 몰입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지니고 있고, 수업 때 배운 내용을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에 적용시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학과장님






와디즈 펀딩: '사진전의 감동을 그대로: 미국 사진계의 전설, <필립 퍼키스> 한정 리워드'



6월에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나온 '사진전의 감동을 그대로: 미국 사진계의 전설, <필립 퍼키스> 한정 리워드'가 있었다...(그것도 무려 9,000% 이상을 달성한... 무려 4,500만 원 넘는 펀딩 금액이 모인...) 이걸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럴 수가!



품절된 책들도 있지만 '노탄'과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는 안목 출판사에서 (참고로 안목 출판사의 모든 책들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여전히 구매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마저 절판 또는 품절되기 전에 모두 서두르시고, 와디즈 펀딩으로 이 4권을 한 번에 다 구매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친구가 되고 싶네요!






사진 찍는 사람: @ted_opic

글 쓰는 사람: @thesall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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