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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erve better Apr 19. 2021

좋아하는 일, 고후 12:9

Deserve better


And he said unto me,

My grace is sufficient for thee:

for my strength is made perfect in weakness.


Most gladly therefore will I rather glory in my infirmities,

that the power of Christ may rest upon me.


(2 Corinthians 12:9)









1.

대학교를 휴학하고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머물렀던 런던,


그 뒤로도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 학업을 이어가면서도 틈만 나면 새로운 나라보다도 추억이 많은 익숙한 도시 런던을 찾게 되었던 한결같은 취향.


자연과 도시의 세련미가 어우러진, 전통과 자유가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이 참 낯설면서도 편안한 런던은 언제나 다시 가고 싶고 또 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예요.







"런던" 하면 관광 명소와 좋은 레스토랑, 숍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저는 리버티 백화점 1층의 Stationery 코너에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사는 일, 노트와 필기류를 구경하고 고르는 일을 정말 좋아해요.


가장 최근인 19년 여름에 엄마 동생 이모와 런던 여행을 갔었는데, 1주일이 좀 넘는 체류기간 중 매일을 리버티 백화점 1층에 들러 보고 또 보고 카드와 노트를 하나씩 사서 돌아가는 저의 취향을? 아주 독특해하고 이상스럽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든 말든 ㅎㅎ)



그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예쁜 디자인 좋은 질감의 카드를 찾으면 사모아 두고 중요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 카드를 꺼내어 쓸 때 제 마음이 한결 풍성해지고 기뻐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음을 전하는 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2.

안정된 직장을 다니다가 몸도 마음도 지쳐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던 찰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직장을 그만두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진로를 위해 공부 중에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영어만 하면 잘한다 칭찬받고 주목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영어를 더 잘하고 싶고 잘해서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늘 컸던 것 같아요. :)




통번역사의 꿈을 안고 첫 관문인 통번역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 중에, 알레르기성 질환이 극심해져서 부비동염 (비염) 수술과 수술 후 회복기간을 거치면서 보낸 시간이 거진 1년.


잠드는 밤과 눈 뜨는 아침이 가장 고통스러운 비염 천식으로 하루 활동시간이 일반인에 비해 반토막도 안되고, 긴 시간을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고 자꾸 끊기니 많이 몸도 맘도 다운되더라고요.



좌절은 잠깐, 그럴수록 더 믿음 안에서 자꾸 소망을 바라보면서 이 아픔을 통해서 뜻하시는 바를 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픈 동안 주변의 사랑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회복 중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고 있어요.


잔병치레를 많이 하지 않아서, 또 가족들이 많이 무던한 편이라서 아픈 자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늘 제 자 신부 터서 부족했어요.


아픈 타인을 보면 머리로는 '아프구나', '힘들겠구나' 했지만 실제적인 연민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전혀 몰랐고요.


아파보면서 아픈 타인을 이해하고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시간을 제게 주신 것도 이제는 감사합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큰 감사예요.




또 아픈 당시에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좌절만 보였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아파서 회복에만 전념해야 하는 시간을 허락하셔서 안 하던 것을 해보게 된 것도 많아요.


그리고 그것들이 감사의 제목으로 변하게 되니, 새 소망과 마음의 힘이 얻어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해 주신 시간입니다.




콘란샵




3.

아플 때 받은 사랑으로 마음을 일으키고 소망 없는 현실에서 저를 향한 꿈을 꾸어준 소중한 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질 때마다 편지를 썼어요.


하나 둘, 사모았던 카드들을 다 쓰고 나서는 교회 바로 앞 롯데백화점 안 콘란 샵 한편에 마련된 Stationery 코너에 들러서 예쁜 카드를 하나 둘 또 사고 거기에 마음을 적고, 전달하고,.. 그런 시간들이 저를 살게 했고, 또 앞으로도 제 삶을 풍성케 해줄 것을 믿어요.












4.

그러다가 3 경에, 수입한 카드를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게 되었어요.


또 비염이 있기에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저는 늘 마스크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쓰고 사는데, 이미 너무 유명한 리버티 패브릭으로 안감에는 오가닉 천을 덧대어서 마스크를 만들어 판매해보려고 진행도 하고 있고요.




처음부터 계획하고 한 일이 아니었지만 스토어를 개설하고, 사업자등록에 통신판매업 신고까지 마치고 판매할 물건을 올리고 하다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혼자 한 일 같지만, 과정 과정마다 도움닫기가 있었고 도울자를 붙여주셨어요. 잔뼈가 굵은 패션업계 의류 생산에서 구른 언니들을 붙여주시고, 스토어에 올리자마자 구매에 리뷰까지 올려주는 언니, 친구, 가족들..


더 나아가서는 무턱대고 해외의 브랜드들에 연락해서 사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피드백은 영어로 주고받게 되는데, 내가 했던 공부와 갈망했던 배움이 헛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정말 놀랍고 감사했어요.


다양한 브랜드들을 찾고 또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맘을 갖게 되니, 이렇게도 동기부여를 받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5.

본캐 부캐라는 말이 생겨나고, 코로나로 인해서 직장을 잃게 되고 휴직자가 늘어나는 절망적인 시기.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도리어 지금의 이 시간을 기회로 여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지, 아마 놀라게 되실 거예요.


코로나는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고, 그때가 되어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이 시간을 잘 보냈다는 뿌듯함이 우리 모두에게 자신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고해성사를 한 기분이지만, 글을 쓰면서 새롭게 깨달아지는 것이 있고 또 새로운 감사를 더해주시니 기뻐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도전과 위로를 받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속도와 방향이 비록 더디고 늦될지라도 계속해서 시도해보고 이뤄나가고 싶습니다.



Deserve better,

더 좋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나와 우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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