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 de silk
1.
알레르기성 질환 (비염과 천식) 치료를 위해 카페인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왔다.
2년 동안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작년 말에 부모님의 닦달에 아산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 처방받는 약을 잘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의 핵심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전반적인 개선이다.
염증을 유발하는 밀가루와 인스턴트식품을 줄이고 알레르기 약과 흡입기 사용 시 권장되는 카페인 섭취 줄이기 등과 같은 것에서부터 방 안의 온도와 습도 맞추기,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방 안의 모든 물건은 수납장 안으로 넣고 커튼이나 블라인드 사용하지 않기 등까지 모든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다. 살아왔던 익숙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건강한 패턴이 습관이 될 때까지 길게 보고 가야 하는 장기 전이기 때문.
2.
지금도 여전히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좋지 않은 음식을 입에 대고 악순환을 반복한 후, 다시 눈물로 후회하며 바로잡기의 과정을 살고 있다.
그래도 근 1년간 가장 큰 변화는 커피를 줄이고 차를 마시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작년 여름쯤, 우연한 기회에 자주 가는 밥집과 카페 근처에 있는 예쁜 찻집을 보고 인스타로 팔로우해서 소식을 받다가 친한 언니와 첫 방문을 하게 되었던 메종 드 실크 다옥
하루에 서너 잔씩을 마실 정도로 좋아하는 커피를 몸의 질병과 건강 때문에 마시지 못한다는 게 알게 모르게 큰 우울감으로까지 왔는데, 엇비슷한 시기에 차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호감을 갖게 해 준 곳도 메종 드 실크였다.
다옥 안에 들어서는 순간 작지만 아늑한 공간에 엔틱 가구와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화병과 꽃들, 차 도구들이 촘촘히 놓여 있는데 따듯하고 편안했다.
좋은 차를 추천해주시고 차에 대한 설명과 내리는 법을 차분히 설명해주시는데 참 좋았던 기억으로 언제든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가고 싶은 찻집으로 마음에 남아 있었다.
3.
눈이 오고 따듯해졌다가 또다시 추워진 날씨의 변덕 사이에 또 곧 다가올 연휴를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거려 오늘은 혼자 메종 드 실크에 다녀왔다.
감사한 교수님,
또 큰 도움을 받은 고마운 언니에게 전할 선물로
추천해주신 우롱차와 개완, 숙우, 유리 찻잔을 포장해왔다.
내가 마실 우롱차와 홍차 백작약 찻잔도 데려오고.
4.
천방지축 오두방정의 20대를 지나 보내고 정신없이 달려오던 삶에 몸의 질병으로 의도치 않게 갖게 된 쉼표의 삶이 때로는 감사하다가도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이게 뭐지?’ 싶은 어두운 마음으로 요동칠 때 나를 붙잡아준 것들이 나의 취향이 되었다.
커피를 마실 수 없어서,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간 차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나를 풍성하게 해 주고, 더 나아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감사하자고 다짐한다.
고난이 유익이라 하신 말씀처럼,
아픔을 통해 얻게 된 타인 이해, 새로운 소득을 기뻐하자.
그래서
아무튼, 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