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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Feb 15. 2024

고독의 소용

혼자되었을 때가 모두에게 소용될 나의 용도를 알게 될 때다.

혼자인 것이 고독이어야 할까?


어떤 이에게는 혼자 만의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요소인 경우가 있다. 아니, 꼭 특별한 소수로 축소할 필요도 없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런 상황에 강제적으로라도 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혼자됨의 농도와 기간에 따른 차이, 즉, ‘휴식‘, 혹은 ’ 고독‘일 수도 있는 이것은,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즐겨야 한다.


하나님의 인간 창조 원리는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고독한 자아다. 지나치게 고독해보아야 함께 하고자 하는 욕구가 정렬된다. '고독'에서 창조하고, '함께'에서 그 열매를 먹는다. 외로움의 결국은 함께 함에 대한 갈망이다.


고독이라는 어둠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모두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 휴남동 서점.."의 저자 황보름의 신작 에세이 '단순 생활자'에 혼자 있음에 대한 필연을 예찬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혼자되었을 때는 늘 안정감을 갖지 못했던 자아에 대해 일종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였지. 뭔가를 해내자면, 아니, 대단한 걸 해낼 것까진 아니어도, 일기 하나를 진솔하게 써 내려가기 위해서도 자발적 혼자 있음은 꼭 필요한 거구나 했다. 익히 알려진 사실에 대한 뒤늦은 동감이라고나 할까.


군중을 잠깐 벗어날 때, 군중 속에서 버려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바로 그때가 놓치고 있었던 자아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의 타이밍이다. 내버려 두자면 자존감을 잃는 것이 당연스럽다.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거나, 나의 눈높이에 타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소외의 감정은 그 자체 만으로도 위축시킨다.


그러나, 진짜 버려진 것과, 버려진 것 같이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은 감정의 문제다. 감정은 사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의해 지배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외로울 때 외롭지 않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성숙이다. 그 성숙은 궁극적으로 혼자됨에 즐거움을 느끼는 경지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많은 뛰어난 창조물이 - 그것이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 고독 속에서 창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의 발견은 또 다른 차원으로 고독을 이끄는 주제가 되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런 경우의 수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가적 입지에서 짚어준 내용이다.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 20대에 들어서며 알게 되었다. 사람이 싫거나 그 들이 주는 자극에 숨이 막히는 건 아니었지만, 내 정신 상태는 혼자 있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에 좌우되었다. 충분히 혼자 있지 못하면 불행해지고 만다는 걸 알게 된 후론, 틈만 나면 나를 혼자 두려 했다. 하지만 틈이 잘 나지 않아 자주 혼자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다.

서른 넘어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일을 그만두고 방에 틀어박힐 땐, 그래서 나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이제 나도 다른 작가들처럼 혼자 있을 수 있겠단 생각에. 내가 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 들은 하나같이 혼자 있기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숲 속에 통나무집을 짓고 들어가 살거나, 사 회와 단절된 채 정원을 가꾸며 살았다. 혼자 있기 위해 호텔을 전전하기도 하고, 가족과 살더라 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술집에 고정 자리가 있을 정도로 술과 사교를 즐기던 헤밍웨이도 책을 쓸 때면 인터뷰도 거절하며 두문불출했고, J. D. 샐린저 같은 작가는 사람들 앞에 일절 나서 지도 않았다. 이런 작가들이 내게 말해주는 바는 이거였다. 글쓰기란 철저히 혼자가 되는 일이라는 것. 그렇다면 나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두고 봐야 알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혼자 있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 단순 생활자 중 -




혼자이지 않고는 어떤 성과도 이루어 내지 못할 것 같은 직업은 작가 외에, 예술가, 음악가, 학자, 종교인 등 수없이 많다. 음악, 미술, 책과 논문 등, '작품'의 완성을 위해 혼자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최소한 세상의 한 구석이라도 밝힐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필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어울려 지내야 하는 사회 구성원의 필연은 집단생활 의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회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실패자로 인식된다. 함께 잘 싸돌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결국 혼자 있어도 자유하지 못한 열등과 친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이로 인한 사회문제는 너무도 많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다분히 폐쇄적이다. 다수에 의한 편견이지 ‘혼자 있음’에 대한 부정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혼자 있음에 대한 소외의식을 버리면 좋다. 차라리 혼자이기를 즐겨해 보고 자존감의 증폭 기회가 되게 해 보자.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완전한 새로움으로 거듭난다. 창조는 반드시 혼자일 때 더 값진 모양으로 재생산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말자. 나 스스로에게 되뇌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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