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예쁜 까닭은 마음이 예쁘기 때문이지
김경래
예쁘지 않은 것 없다. 사랑스럽지 않은 것 없다. 처마에 줄을 매달고 새 모이를 주기 시작했는데, 며칠 후부터 나무 밑에, 지붕 주위로, 마당 바닥으로 새들이 모여들고 걸어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거가 기분 좋은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손바닥 보다 작은 새가 걸어가는 길에 시선이 멈추면 치유와 안식을 경험한다. 5월이 끝나갈 때쯤 꽃들은 순서를 정해 피고 진다. 비 온 후 아침에 물을 머금은 꽃 잎이 늘어져 반짝이는 햇살을 비추는 모습이 예뻐 미친다. 케일을 먹겠다고 밤사이 달라붙어 있는 슬러그가 예뻐 살짝 들어 숨겨진 땅으로 옮겨 놓는다. 손가락에 묻은 슬러그의 진뜩한 물질이 기분 나쁘지 않다. 모두 예쁘기 때문이다. 예뻐하는 병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