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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Feb 27. 2019

경애의 마음 - 김금희

간략한 소개


* 경애의 마음 / 김금희 저 / 2018년 출간


 <경애의 마음>은 김금희 작가가 작년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빨간 책방에도 소개되었고, 독서모임에서도 대상 도서로 선정이 되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경애의 마음>이라는 제목을 처음 듣고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경애라는 이름은 60년대나 70년대 초반 정도의 나이의 느낌이 들면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마음"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알기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이 소설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나 읽다 보니, 전혀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경애는 80년대 초반 정도에서 많아 봐야 70년대 후반 정도의 나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그냥 누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에 대한 소설이기는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나 TV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몇 가지 확실한 장점이 있는 소설이다. 예를 들면, 삐삐, 델리스파이스, 스마트폰, 페이스북과 같은 단어를 통해, 90년대부터 2010 후반에 이르는 시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시대를 잘 묘사한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옆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회사생활을 통해 회사 조직의 생리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직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장인물들에게 공감이 많이 되었다.

 한마디로, 옆동네에 사는 직장인 누나와 형의 연애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연애소설인 동시에, 우리 시대에 대해, 회사원들의 비애에 대해,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 만들어진 소설 한 편을 찾고 있다면, 출간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따끈따끈한 이 소설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회사원 공상수


 대한민국에서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인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팀장이 되어도 팀원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윗선에 이야기해도 팀원을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보인다면?

 바로 이 상황이 소설 속의 공상수가 처한 상황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괴로운 상황을 접하게 된다. 불합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왜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지를 고민하며 괴로워하게 된다. 

 상수는 윗선에 계속해서 팀원을 요청하였고, 결국에는 팀원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시련이 상수를 기다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베트남 발령을 통보받기도 하고, 진행하던 계약 건을 다른 팀에 가로채이기도 한다. 상수는 이러한 상황을 해쳐 나가기도 하고, 버티기도 하면서 회사 생활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상수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웹툰 <미생>하고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경애하는 경애


 소설 속 경애는 살아오면서 무수한 시련을 겪는 인물이다. 상수와 마찬가지로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힘없는 한 명의 사원으로서 다양한 시련을 겪는다. 파업에 참가했다가, 노조 내부 인원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람이 있어서 사실을 확인하다가, 노조로부터 신문사로 제보했다는 의심을 사면서 버림받게 된다. 물론 회사로부터도 버림받는다. 회사는 경애에게 잡일만 시키다가, 별 볼 일 없는 상수의 팀에 배정시킨다. 소설 후반에 이르러서는 회사를 상대로 1인 시위를 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경애는 회사원으로서의 시련 말고도 개인적인 시련들을 맞이한다. 가깝게 지냈던 E의 죽음은 경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옛 애인 산주는 결혼한 유부남이면서도 경애에게 접근한다. 경애는 계속해서 힘든 시간을 겪어 나가고, 경애의 마음은 조금씩 부스러진다.

 경애는 이렇게 시련을 겪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노조 성추행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할 말은 하는 강단 있는 성격이다. 조금 깐깐한 상수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보아, 한 명의 사원으로서 상당히 성실하게 일한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 직원의 어려움을 먼저 알아채고 도와주는 따뜻한 성격의 사람이다.

경애는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며


 책을 다 읽고 나서, "경애의 마음"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경애의 마음"을 "경애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애: "상수동의 상수처럼요?"
상수: "네, 뭐 그런 셈이죠. 경애하는 경애처럼."
경애: "공팀장님, 지금 어필한 거예요. 들이댄 거라고요."

 경애와 상수의 서로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 "경애하는 마음"을 제목으로 딴 것이라면,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애의 마음>은 앞에서 이야기한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두 인물의 아픔을 통해, 죽음, 사랑의 아픔, 삶의 비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두 인물은 한없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고,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살아 나간다. 소설의 분위기는 무게감은 있지만, 새벽빛 같은 희망이 감돈다.

 개인적으로 상수와 경애라는 인물에 공감이 잘 되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회사 생활하는 이야기 덕분에 많이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상수와 경애가 주고받는 따스한 위로가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도 이 책을 읽고 따스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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