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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Nov 19. 2022

미친 소리는 양자 노트에 쓰자

양자 노트의 미친 존재감

나도 반전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요즘 민경 장군이 내 뮤즈다.

나와 동갑내기인 민경 장군은 최근 사격 국가대표가 되었다.

겁나 멋지고, 입이 안 다물어진다.

진짜 사람 인생은 언제 어디서 어떤 길로 빠져들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에 접한 가장 짜릿한 반전이 아닐까 싶다.

그 기사를 읽으며 느꼈다.

남의 반전 스토리에 감탄만 할 게 아니다.

나도 만들어 보자! 아주 충격적인 걸로다가!

나의 과거를 뛰어넘어보고 싶은 욕구!

그게 내 일상을 덮치고 있었다.


감히 민경 장군의 기적 같은 스토리를 보고

‘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었던 건,

바로 내 하루가 빨리 감기 되어 버리는'실감'이었다.

코치는 민경 장군의 강점이 집중력이라고 했다.

‘어 그거 나도 있는데?’

괴물 같은 몰입감이 내 안에도 ‘이미’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는 물감 뒤범벅이, 코에는 유화 기름이,

눈앞에는 밥 달라고 조르는 누렁이(남편)가 앵겨 들고 있었다.

시간은 훌쩍 거짓말처럼 몇 시간이 흘러가 있다.

이토록 순수한 몰입의 세계가 또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순간 나는 블랙홀 같은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분명 하루가 24시간인데 1/4토막이 난 것 같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지만 갑자기 시간이 줄어든다.

모두가 똑같이 주어진 시간인데 나만 도둑맞은 기분이라니...

그런데 이 기분이 뭔데 이토록 황홀한 거지?

인간에겐 저마다 하찮은 초능력이 있다던데

나도 드디어 그걸 발견한 걸까?

그 세계에 진입했다는 것 자체가 황송하고

이걸 모르고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 다.

반전 스토리 같은 거 안 만들어도 이 자체로도 나의 인생은 충만한데?

그런데 어젯밤 민경 장군 뺨치는 뮤즈가 나타나 버렸다.


양자 노트, 그게 뭔데?

출처 : 유트브 <성공비밀>

나도 처음 보는 찰리 로켓이라는 사람인데 미국에선 꽤 유명한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그 장면이 나를 압도했다.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노트에다가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나는 나이키 광고를 받는다.

“너 무슨 소리야, 넌 운동도 안 하잖아? “

라고 남들이 미친 꿈이라고 할까 봐 두려워서 혼자 노트에 적었다고 한다.

구글링을 해보니 진짜 예전엔 뚱뚱했었고 미친 소리가 맞다.

그런데 지금 나이키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잡지 표지모델까지 그걸 현실로 이뤘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는 그 노트를 '양자 노트'라 부른다는 것이다.

거기에 쓰는 순간 자신의 주파수가 바뀐다고 했다.

그 부분이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양자물리학도 공부 중이라고 하는데 이게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법칙 같았다.

그는 그가 써내려 온 양자 노트를 쌓아놓고 현실로 이뤄진 것들을 자랑했다.

자신의 목표가 미친 취급을 받았지만 현실화가 되었을 때의 기쁨,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나는 샤넬의 광고를 받는다

나는 어떤 신흥종교에 빠진 신도처럼 무언가에 홀려 갑자기 노트를 사러 나갔다.

그렇다. 나는 또 새 노트를 샀다.

집에 무수히 굴러다니는 노트는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방점은 그냥 노트가 아니라 <양자 노트>라는 것이다.

마치 대단한 의식을 치루 듯 나는 정성을 다해 적었다.


-뉴욕 <모마>에서 전시를 한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를 한다.

-샤넬과 콜라보하는 작가가 된다.

아니다 찰리 로켓처럼 더 구체적으로 써야지

->나는 샤넬의 광고를 받는다.


자꾸만 나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게 돼

그 즉시 내 에너지가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집을 뛰쳐나갔다.

지금 쓰는 취미용 그림 도구 말고 최고급 물감, 캔버스로 다 바꿨다.

이건 그냥 도구 타령 돈지랄이 아니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위한 나의 안간힘이다.

나중에 뉴욕 모마나 영국 테이트 모던에 걸릴 내 작품이 재료가 짜쳐선 안 된다.

내가 나를 최고로 서포트 해주자.

겁도 없이 카드를 긁었지만 손이 떨렸던 건 안 비밀이다.

누렁이(=남편)는 쯧쯧 하며 나를 미친 사람처럼 쳐다봤다.

무언가에 꽂히면 불나방처럼 달려들다 이내 식어 버리는 나였기에

그는 이번에도 좀 하다 때려치우겠지 하는 예언도 아닌 확언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내겐 <양자 노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건 기존의 일기장에 적어 온 것과는 다른 것이다.

최고급 도구도 세팅했겠다 이젠 그 끕에 맞는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양자 노트>에 적으면 현실이 될까?

둘 중 하나다. 된다.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자신에 대해 자꾸만 예의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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