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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가 가구가 아니듯, 마트는 가게가 아니다. 갤러리다

작지만 끝내주는 마트일기

by 보리차

선물하기와 카드쓰기를 좋아하는 미국인.

가게에서 팔다가 시즌이 지나 처박아둔 선물 포장지를 꺼냈다.

오래 돼서 빛바랜 누렁이가 되었다.


꼴뵈기 싫어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걸 본 어떤 손님이

“저거 버리는 거예요? 이 아름다운 걸? 내가 가져가도 돼요?”

정말 대단한 현대미술작품 모시듯 가져갔다.

그 빛바랜 누렁이를 풀어 펼치니

진짜 예술작품처럼 빛바램이 그라데이션이 되어 있었다.

정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아트윅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은 그걸 발견하는 ‘눈’을 가졌다.


가끔 모든 손님이 예술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맥주캔을 기하학적으로 맞춰 쌓는 사람.

우유를 고르면서 유통기한을 일렬로 맞춰 정렬하는 사람.

영수증을 신기하게 접어 가방에 넣는 손짓.

서로 콜라를 계산하겠다고 손사레 치는 작은 행위 예술.

흘러나오는 재즈를 흥얼거리며 카드 찍는 소리를 즉흥합주로 만드는.

세일상품 조합, 내 방식의 특별 큐레이션.

도둑방지용 볼록거울 앞에서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셀피를 찍는 순간.


모든 순간이 사소하지만,

잠깐이라도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마트는 끝내주는 갤러리다.

입장료도 없고, 매일 전시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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